사교육 적폐 ‘불법 댓글알바’… “이제는 공정위가 나서야”

김상조 위원장이 신경 쓰지 못했던, 사교육업계 적폐 불법 댓글알바

2017년 국정감사, 불법 댓글알바 뿌리 뽑기 단초 되나

불법 댓글알바 근절위해 외롭게 싸우는 일부 강사들, 공정위 행보에 기대 건다

한민철 기자

여러 불법요소의 집합체이자 사교육업계 적폐인 불법 댓글알바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지 업계 내 주목을 모으고 있다. 갈수록 불법의 정도가 심해지며 사교육 및 인터넷 교육강의 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끼쳐온 댓글알바의 근절을 위해 일부 강사들이 힘을 쓰고 있고 명확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또 국회에서도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정권과는 다르게 확실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후, 공정위 내에서 각 업계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의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사교육업계에도 미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부 심리로 진행된 ‘삽자루’ 우형철씨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우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 재판은 지난 2014년 8월경 우형철씨가 경쟁 인터넷 교육강의 업체인 디지털대성의 ‘불법 댓글알바’ 행위를 고발하는 영상을 제작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우씨는 해당 영상을 통해 디지털대성이 수십개의 인터넷 아이디를 생성해 각종 교육관련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자사 강사를 추천했고, 타사 강사와 강의를 비방하는 불법 댓글알바 행위를 했다며 관련 증거를 조목조목 꼬집었다.

물론 디지털대성 측은 우씨가 허위사실을 들어 자사를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영상을 유포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2항의 정보통신망을 통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그리고 업무방해죄를 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우씨 측이 제시한 디지털대성 측의 불법 댓글알바에 관한 증거에 따라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고, 영상 속 우씨의 발언이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우형철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의 무죄판결 부분을 파기했다.

검찰 측이 항소심에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아닌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공소장을 변경 적용하면서,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양형이유로 우씨가 제작한 해당 영상이 사실을 말했지만 비방의 목적이었고, 동영상 및 관련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한 점 그리고 대성 측과 원만한 합의를 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물론 동영상 및 관련 내용이 담긴 문자메세지 전송 부분은 이미 지난해 11월 검찰로부터 혐의없음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특히 1심에서 재판부가 전혀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 갑작스럽게 양형이유에 담겼기 때문에 해당 판결은 상고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우형철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해야겠지만, 사실을 말해도 죄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법원은 비방의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사교육 업계에서 뿌리 뽑아야 할 불법 댓글알바를 고발하는 공익적 차원의 취지였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불법 댓글알바 폭로전의 시작, ‘확실한 증거 입수’

별칭 ‘삽자루’로 잘 알려진 우형철씨는 사교육 업계의 수학과목 유명강사로 업계 내 만연한 불법 댓글알바 퇴치를 위해 관련 행위에 대한 고발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하거나, 인터넷 강의 업체들의 불법 댓글알바를 모니터링하며 현황을 공유하는 ‘클린인강 협의회’에 소속돼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사실 우씨는 디지털대성과의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강의 업체들의 불법 댓글알바 실태를 폭로하는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해당 업체들로부터 소송에 휘말렸다.

특히 우형철씨는 “불법 댓글알바를 하고 있었음에도 대표와 강사들이 뻔뻔하게 잡아뗐고, 댓글알바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 당시 약속을 어겼다”라며 지난 2015년 5월까지 소속돼 있던 이투스교육(이하 이투스)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기까지 한 바 있다.

물론 이투스 측은 우씨가 무단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10월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는 우씨에게 126억원을 이투스 측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투스 측이 불법 댓글알바를 했다는 확증도 없는 상태에서 우씨 측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우형철씨의 패배로 끝나는 가 싶었던 이 싸움은 그가 이투스 측의 불법 댓글알바 행위에 관한 신빙성 있는 제보를 해줬을 때 현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자, 관련 제보자가 등장하며 급반전 했다.

당시 우씨에게 나타난 제보자들은 이투스의 홍보대행사였던 G사의 전 직원들로, 이들은 이투스 측에서 지난 2015년부터 행해왔던 댓글알바 자료를 우씨 측에 제공했다.

여기에는 이투스 측과 G사 간 주고받은 이메일 그리고 명백히 댓글알바가 불법적·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담겨 있었다.

이투스 측은 지난 1월 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승범 이투스 사장 이름으로 불법 댓글알바 사실을 인정하며 관련 사과문을 게재했고, 이어 우씨는 ‘이투스에 촛불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자신이 G사 전 직원들로부터 제공받은 이투스 측의 댓글알바와 관련된 사실을 고발했다.

폭로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3월 7일 우형철씨는 법무법인 넥스트로(Next Law)의 강용석 대표변호사 및 학부모 단체 인원들과 함께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로 확보한 이투스 측의 불법 댓글알바 증거를 대대적으로 폭로했다.

이날 우씨 등은 이투스 측이 지난 5년 간 10억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G사를 고용해 자사 소속 유명강사들에 대한 댓글알바를 펼쳤고, 동시에 해당 강사들과 이투스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도 댓글알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며 관련 사항을 지시하거나 꾸준히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우씨와 강용석 변호사 측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뤄진 셀 수 없는 관련 자료들을 확보 중인 상태다.

해당 자료에는 이투스 측이 G사에 불법 댓글홍보와 관련된 용역계약을 체결하며 발행한 세금계산서와 각종 댓글알바에 대한 자료 및 이투스와 G사가 이메일을 통해 주고받은 댓글알바 관련 보고와 지시 사항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심각한 불법요소 담고 있는 댓글알바 실태

우씨와 강용석 변호사 등은 이투스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및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블로그 광고나 댓글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합법적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댓글알바에 ‘불법’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가”라며 반문하는 목소리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교육, 특히 인터넷 강의 업체 간 전쟁처럼 벌어져 왔던 댓글알바 행위는 일반바이럴 마케팅과는 다르게 불법적인 요소가 다분하며 다방면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

우선 댓글알바는 자사 홍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타사 강사들의 강의를 우회적으로 깎아 내리거나, 심지어 해당 강사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을 서슴지 않는 댓글도 다수 있다.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강사에 대해 강의와는 관계없는 사적인 문제에 대해 비방하는가 하면, 그것도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작은 평(評)’에도 민감한 학생 및 학부형들로부터 오해를 사기 쉽다”라며 “그런 허위사실을 퍼트린 이를 고소하려고 하면, 이미 아이디를 삭제한 상태거나 소위 ‘대포폰’을 통해 불법으로 생성한 아이디가 대부분이라서 추적조차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3월 공개한 이투스 측의 댓글알바 관련 폭로 자료에는 댓글작업 견적서가 있었다. 여기에는 ‘네이버 실명인증 아이디 500개 생성’과 ‘선불폰 요금 납부’, ‘3·4개월에 한 번씩 기존 아이디 탈퇴 및 새로운 아이디 생성’ 그리고 ‘공격용 일회용 아이디 생성’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에서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사용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때문에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또 불법 댓글알바는 수험생들이 자주 모이는 교육관련 커뮤니티에서 아이디 당 캐릭터를 각각 만들어, 다른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알바라는 의심이 들게끔 하지 않고 조직적·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이런 댓글알바는 앞서 언급한 아이디 도용으로 인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그리고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표시 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등 명백한 불법행위 해당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 수 없도록 조직적·전략적으로 댓글알바를 운영해온 만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허위·과장광고 및 소비자기만 행위에도 포함될 소지가 높았다.

불법 댓글알바, 국정감사에서 다뤄지며 김상조 위원장 ‘칼 빼드나’

우형철씨의 불법 댓글알바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런 관행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불법 댓글알바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사교육 업계 내에서는 이를 뿌리 뽑기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각종 교육관련 커뮤니티 상에는 특정 강사와 강의를 홍보하거나 비방하는 포스팅이 게재돼 있고, 해당 글을 올린 이의 아이디를 추적해보면 댓글을 올린 뒤 삭제한 아이디가 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인강 협의회도 홈페이지에 불법 댓글알바로 의심되는 아이디와 홍보글 등을 지난달까지도 매달 수십건씩 적발해 공유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곪을 대로 곪아 업계를 멍들게 하는 ‘사교육 적폐’ 불법 댓글알바를 근절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불법 댓글알바의 가장 큰 위법적 부분 중 하나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해당 혐의를 들어 고발조치가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검찰 측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기소를 시키기 위해 공정위의 조사와 이에 따른 고발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적폐청산’을 주요 과제로 내걸며 대기업들의 불법 행위를 엄격하게 바라보며 개선해 나가려 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부터 기업들이 광고나 표시를 허위로 하거나 소비자를 기만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광고와 기만적 광고 그리고 비방 광고 등의 표시광고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한층 강화하기로 밝혔기 때문이다.

불법 댓글알바로 업계 내에서 주요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업체들은 연 매출 수천억원을 올리는 대형사들로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정위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업계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형들 역시 지속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행히도 본지의 취재 결과 일부 국회 의원실에서 불법 댓글알바와 관련된 이슈 및 개선방안을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루는데 관심을 보이며, 향후 공정위에서도 이를 제대로 주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형철씨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학생들 그리고 절실한 재수생들, 또 자녀들 잘되기를 기원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부형들까지 기만하면서 조직적으로 불법홍보를 펼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저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단지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속이는 장사꾼이 되지 말고, 누군가를 교육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면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강사에 불과한 우씨가 불법 댓글알바와 싸워가며 여러 소송에 휩싸인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공정위와 김상조 위원장이 우형철씨를 대신해 칼을 뽑아 들어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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