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이유… “범죄자 용서한 채 피해자 양산할 수 없다”

“검찰·언론·법원 그 어디도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 마지막 보루는 국회밖에

피해자 더욱 불어났던 이유, 검찰의 ‘수수방관’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피해자들… 국민들의 관심과 손길에 호소

한민철 기자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유명한 IDS홀딩스 사기 피해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크게 다뤄질 전망이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뒤늦게라도 국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며 해결책 모색을 위해 힘써주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실질적 피해 구제 방안과 그동안의 울분을 씻을 수 있는 길을 찾기란 아직 험난한 상태다. 바로 IDS홀딩스 사기 피해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동안 IDS홀딩스에 대한 수사 단계에서부터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해 피해자들을 한숨짓게 한 일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주간한국>은 IDS 피해자 연합회 조○○ 회장을 만나,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대한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눠봤다.

- (조○○ 회장의 명함을 건네받고) 명함에 ‘IDS 피해자 연합회 조○○ 회장’이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따로 명함을 만든 이유는 무엇 인가.

“평소 업체 이름이 적힌 명함만을 보시다가, ‘피해자 연합회’라는 문구가 들어간 명함을 접하다 보니 의아하실 것 같다. 저 역시 처음 피해자 연합회를 결성했을 때, 이렇게 연합회 회장이라는 직책으로 명함까지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IDS홀딩스 사기 피해 규모가 커져 갔기에 누군가가 회장을 맡고, 위원장을 맡고, 체계적 모습을 갖춘 연합회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길이 보이지 않았다. 또 더 이상의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것을 막아야 했기에 피해자 스스로 솔선해서 직책을 정하고 명함을 제작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 사례를 알릴 수 있었다.”

- 기존 언론보도 등을 통해 IDS홀딩스 사기 피해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물론 아직 이를 모르시는 분들도 역시 많다.

“그렇다. 얼마 전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관해 JTBC에서 크게 방송보도를 하면서, 여론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 주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거기에는 매우 안타까운 이유가 있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 연합회를 결성한 뒤, 우리의 피해 사례를 알리면서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저희를 좋지 않거나 비꼬듯 보는 시선이 있었다. 사기 피해를 당한 저희들을 향해 ‘자업자득’이라거나 ‘욕심 부리다가 꼴 좋다’라는 조롱을 담은 비수로 가슴을 후벼 파는 이들이 있었다. 비록 글로써 그런 반응을 접한 것뿐이었지만 억장이 무너졌다. 심지어 ‘돈은 또 벌면 된다’라며 IDS홀딩스 사기 피해를 가볍게 보시는 분들도 생기면서 더 크게 공론화가 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 인터뷰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 드린다.

“인터넷에서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 검색을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IDS홀딩스 사기에 관한 내용들이다. 원래 IDS홀딩스는 2008년경 IDS아카데미라는 이름의 투자전문업체에서 시작됐다. 그러던 2011년 11월부터 홍콩 FX마진(해외통화선물)거래에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매달 2~3%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물론 이는 전부 사기였다. 무려 1만 2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사기투자에 넘어갔고, 피해금액만 1조원대가 넘는다. IDS홀딩스의 대표는 김성훈으로 올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 ‘원금이 보장되고 고수익을 이룰 수 있다’는 문구는 전형적인 불법 유사수신업체가 이용하는 투자 권유 방식이다. 당시 이것이 유사수신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IDS홀딩스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하는데, 주로 저와 같은 은퇴 세대들이 많다. 금융투자라고는 동네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해온 것 외에는 정보나 경험이 없다고 보면 된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 세대들은 인터넷 접근이 수월했던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IDS홀딩스의 정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유사수신행위가 뭔지도 몰랐으며, 그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부분도 당연히 알 수가 없었다. 기자님께 역으로 질문을 해보고 싶다. 혹시 FX마진거래 투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일반인들은 쉽게 알지 못하는 투자 방식에 대해 그저 깔끔한 정장을 입은 외모를 꾸리고 믿음이 가는 언행으로 다가온 IDS홀딩스 영업직원들이 우리에게 돈을 불려준다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뭣도 모르고 홀려버렸다. 모든 피해자들이 공감하는 한 가지는 당시 자신들의 무지함에 분통이 터지고,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뿐이다.”

- 앞서 언급한 ‘조희팔 사기사건’도 처음에는 수익이 어느 정도 났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욱 몰렸고 그만큼 피해가 커졌다. IDS홀딩스의 경우에도 초기 투자 수익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지는 편이었나.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건도 조희팔의 사기와 흐름이 유사했다. 처음에는 이자와 배당금을 잘 챙겨주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신뢰를 가지고 추가 투자를 했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생겨났다. 물론 나중에 일이 터지고 난 후에 초기 이자와 배당금이 제대로 지급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를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IDS홀딩스가 사용했던 방식은 쉽게 말해 ‘돌려막기’였다. 오로지 FX마진거래로 돈을 불린 것이 아닌 기존 투자자나 새로 가입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충당해 원금 및 이익금을 지급했다. 그렇게 돌려막기를 하다가 투자자들의 수익 배당금이 IDS홀딩스 유보금을 육박해 돌려막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커져 버렸다. 결국에는 사기임이 들통 났고,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잃고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초기 투자 수익이 조금씩 나오자 지인들에게 IDS홀딩스를 소개시켜 줬던 이들은 자신이 돈을 잃어 겪는 고통만큼 지인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는 죄책감을 배로 느끼고 있다.”

- IDS홀딩스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데 ‘유명인’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당시에는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현재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K의원은 2014년 IDS홀딩스 홍보영상에 나와 김성훈에게 창립 7주년 축하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언론보도를 통해 봤지만, K의원은 IDS홀딩스 회장 Y씨가 고향선배라서 축하인사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K의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향 선배에 축하인사를 했을 뿐이었겠지만, 당연히 김성훈은 이를 IDS홀딩스 홍보에 사용했고 우리 피해자들은 ‘국회의원이 축하인사를 하는 업체인데 설마 문제가 있겠나’라며 더욱 신뢰를 가지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IDS홀딩스의 고문 변호사인 J변호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K의원의 전직 보좌관이었다. 아무리 변호사가 피고인의 편에 서야 하는 직업이라지만, J변호사는 김성훈이 재판을 받는 중에도 피해자들 앞에서 ‘김성훈은 무죄이고 재판중에 투자받는 것도 합법이다’고 말하며 이때까지도 피해자들 중에는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 이 사건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렇다. 우리 피해자들은 IDS홀딩스 사기에 대해 ‘검찰의 수수방관과 직무유기가 만들어낸 사건’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5월에 우리 IDS 피해자 연합회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의 단체는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과 이근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2부 부장검사를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이 김성훈을 유사수신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한 시기가 2014년 9월경인데, 그가 기소 후 재판 중에도 여전히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음에도 추가 수사나 추가 기소도 없이 수수방관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과 조희팔 피해자 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그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상당히 높은 인물이라고 그렇게 난리를 쳤음에도 검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김성훈은 꾸준히 투자자들을 모았다. 결국 김성훈은 작년 9월 구속됐지만, 그때까지 기소된 상태임에도 더 많은 사기 피해자를 끌어들였고, 전체 피해액 중 약 1조원 가량이 이 기간에 만들어졌다. 또 IDS홀딩스에 대한 압수수색 단계에서 B모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3억여원의 로비를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물론 검찰은 B모 의원의 로비 의혹에 대해 확인을 하고도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 검찰에 추가로 바라는 바는 없는가.

“우리 피해자들은 김성훈이 돌려막기를 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해외로 빼돌렸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IDS홀딩스 피해액이 1조원이 넘지만, 검찰이 발견한 김성훈 소유의 국내 자산은 금고에서 현금 210여원 그리고 계좌 내의 68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게 김성훈의 전재산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 하는가. 당연히 IDS홀딩스 홍콩 법인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디 검찰이 김성훈이 해외로 빼돌린 나머지 자금을 제대로 찾아주길 간곡히 바랄 뿐이다.”

- IDS홀딩스 사기 피해자들의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연합회분들은 언론에 대해 상당히 질책을 많이 하셨다.

“사실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대해 취재에 나서는 척하면서 그들의 매수에 넘어간 언론사들을 봤기 때문에, 질책이 아닌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김성훈이 재판을 받으면서도 사기를 치고 있을 때 취재를 방해당한 사례도 많았다. 2015년 5월경 한 통신사 기자가 IDS홀딩스 설명회를 취재하려다가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 기자는 취재하던 중 폭행을 당한 내용을 기사로 올렸는데, 그 기사를 올린 지 얼마되지 않아서 삭제됐다. 작년 5월경에는 한 인터넷 언론매체에서 IDS홀딩스 피해자를 취재한 후 기사와 동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한 주간지의 편집국장이 이 매체 기자에게 연락을 해서 ‘500만원을 줄테니 기사를 내려라’고 한 적도 있다. 2015년 말에는 유력 매체에서 IDS홀딩스가 재판중에도 사기를 친다는 내용의 기사를 여러 번 게재했다. 그런데 작년 9월에는 IDS홀딩스를 홍보하는 기사를 올리더라. 일부 정직한 언론사의 폭로로 인해 밝혀졌지만, 검찰도 언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어떤 생각이 들었겠는가. 다른 것도 아니고 사기 피해로 인생의 갈림길에 선 이들을 이용해 돈 벌이로 했던 그 언론사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 다행히도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관해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안심이 된다. 새 정권 첫 해의 국회에서 부디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대한 의원님들의 현명한 질의가 오갔으면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무려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1조원대의 사기 피해를 당한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사건이다. 부디 대한민국의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입법부인 국회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주셨으면 한다.”

- IDS홀딩스 사기 피해에 대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것 하나만이라도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금융사기피해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서민들이 로또를 맞지 않고서야 죽기 전에 목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흔치 않다. 때문에 나는 아니더라도 자식들만이라도 돈 걱정 없이 살라는 마음에 평생 차곡차곡 모아온 돈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었다. 우리가 주식이 뭐고, 펀드가 뭐고, 재테크가 뭔지 뭘 알았겠는가. 그저 돈을 불릴 방법이 있다는 말을 믿었고, 결국엔 속아 넘어갔을 뿐이다. 김성훈은 혼자만 처벌 받으면 되고 12년 복역하고 나오면 재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저희 피해자들 중에는 전재산을 날려 직장을 잃고, 집을 잃고, 가정을 잃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상당수다. 제발 부탁 드린다. 언론, 법조계, 정치권 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IDS홀딩스 피해 사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저희의 피해 구제를 위해 힘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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