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태블릿PC 아니라는 김한수 전 행정관… 곳곳에서 발견되는 모순

선거캠프 동료를 위해 사준 태블릿PC… 회사 대표가 횡령 소지 있는지 정말 몰랐나(?)

이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는 최순실 위해 대신 요금 납부해주는 행위 ‘의문 투성이’

요금 납부명의 계좌를 유선 상으로 변경했다는 김한수 행정관, ‘불가능했던’ 이유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을 둘러싸고, 핵심인물의 법정증언 곳곳에 모순이 발견되고 있다. (사진=주간한국)
한민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는 최순실씨가 아닌 자신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등장했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 태블릿PC 특검법 발의에 대한 목소리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의 태블릿PC를 둘러싼 핵심인물인 김한수 전 행정관의 법정증언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본지에 의해 추가로 발견됐다.

김한수 전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선임행정관은 지난해 10월 JTBC가 최초로 보도하며 국정농단 사태 폭로의 도화선이 됐던 ‘최순실 태블릿PC’의 개통자다. 동시에 현재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태블릿PC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인물이다.

지난 4일 본지의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에 속 시원한 답변 못 내놓는 檢’ 제하의 기사에서 자세히 보도했듯이 이 문제의 태블릿PC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2012년 2월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시작된다.

당시 선거캠프 내에서 미디어본부의 미디어팀장으로 활동하던 김한수 전 행정관은 고(故) 이춘상 전 보좌관으로부터 ‘이동 중 보다 큰 화면으로 이메일도 체크하고 업무도 볼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듣고, 태블릿PC를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춘상 전 보좌관은 15년 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로,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 12월 박 전 대통령의 강원도 유세를 수행하던 중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전 보좌관의 말을 듣고, SK텔레콤 한 대리점에서 당시 자신이 대표로 운영하고 있던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 명의로 흰색의 삼성전자 갤럭시 탭 8.9LTE SHV-E140S 모델을 구입 및 개통했다.

당시 김 전 행정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SK텔레콤 신규 계약서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증거로 제시됐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해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계약서에 적혀 있는 글씨체가 자신의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태블릿PC를 개통한 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전 보좌관에 이를 전달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 전 보좌관이 태블릿PC를 ‘업무의 연속성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 전 보좌관을 위한 ‘선물’의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전 보좌관에 전달한 이 태블릿PC를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인 마레이컴퍼니 명의로 개통함과 동시에, 기기 대금과 사용요금 납부 명의자를 역시 마레이컴퍼니로 설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행정관의 말처럼 이를 ‘업무의 연속성’으로 기대하고 이 전 보좌관에게 준 것이라면, 선거캠프 자금으로 구입을 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은 마레이컴퍼니 법인 운영과는 전혀 상관없는 선거캠프 동료의 업무를 위해, 마레이컴퍼니의 공금을 이용해 해당 태블릿PC의 기기 대금과 사용요금을 납부하도록 설정한 경우였다.

지난 2012년 12월 이춘상 전 보좌관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
검찰 조사결과 이 태블릿PC를 개통한 2012년 6월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의 기기 분할납부금 및 사용요금은 정확히 마레이컴퍼니 주식회사의 법인계좌에서 빠져나갔다.

아무리 마레이컴퍼니가 김한수 전 행정관 자신이 대표로 운영하고 있던 회사였다고 할지라도, 회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선거캠프의 업무를 위해 마음대로 공금을 이용했다면 당연히 형법 제355조 등에 따라 업무상 횡령의 소지가 다분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마레이컴퍼니가 직원수 여섯 명 정도의 소규모 회사였다고 할지라도, 연 매출 2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규모에 비해 큰 매출을 안고 있었다. 이런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이 회사 공금으로 선거캠프 동료가 업무상으로 사용할 태플릿PC를 사주고, 이후 사용요금을 꾸준히 내줬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또 김 전 행정관이 이 태블릿PC를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선물’로 사줬다고 말할지라도, 선물을 개인 돈으로 사야지 회사 공금으로 샀다면 횡령에 해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김한수 전 행정관이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 일은 또 있었다.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유선 상’ 요금 납부계좌 변경은 ‘절대 불가능’

김한수 전 행정관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해당 태블릿PC의 요금 납부자 명의를 변경한 계기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행정관의 증언 내용 등에 따르면, 우선 그는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해당 태블릿PC를 전달한 후, 이 전 보좌관이 그 기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자신이 개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기의 ‘전화번호를 당시에도 알지 못했고’, 2012년 12월 이춘상 전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음에도 태블릿PC 해지 등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인 2013년 1월경, 김한수 전 행정관은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김 전 행정관의 오랜 친구인 이 모씨의 이모라고 소개를 했고, 그는 바로 최순실씨였다고 회상했다.

최씨는 당시 김 전 행정관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제안했고, 김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씨는 김 전 행정관에게 인수위에서 일을 하려면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2년 9월경 이춘상 전 보좌관의 소개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중식당에서 최씨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던 김한수 전 행정관은 당시 최씨가 가방에 자신이 이 전 보좌관에게 선물한 것과 동일한 흰색 태블릿PC를 넣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최씨로부터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는 말까지 들으며, 자신이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한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한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김한수 전 행정관의 추측에 불과했다. 자신이 중식당에서 봤던 가방 속 태블릿PC가 단지 흰색이었을 뿐, 삼성전자 갤럭시 탭 8.9LTE SHV-E140S 모델인지 알 수 없었고, 기기 정면에 삼성 로고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등 그저 가볍게 추론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그가 최씨로부터 인수위 관련 전화를 받았을 때 들었던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는 말에 대해서도 자신이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던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냥 “네”라고만 답변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김한수 전 행정관의 다음 행보였다. 그는 최씨로부터 이 말을 듣고, 2013년 2월부터 이춘상 전 보좌관에 전달한 태블릿PC의 사용요금 납부명의를 마레이컴퍼니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명의 신용카드로 변경했다.

최순실씨는 김한수 전 행정관에게 '이름도 모르는', 그저 친구의 셋째이모에 불과했다. (사진=연합)
당시까지 김 전 행정관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인수위 권유를 했던 이 여성의 ‘이름도 모른 채’ 단지 친구 이씨의 셋째 이모로만 알고 있었고, 대면한 것은 단지 중식당에서 인사 한 번 한 것이 전부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이춘상 전 보좌관과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도 몰랐지만 출고가 88만원에 월 최소 납부금액 2만 3610원의 태블릿PC 요금을 계속 대신 내줄 용의가 있었다면서 상당히 큰 씀씀이를 보여줬다.

실제로 김한수 전 행정관은 검찰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춘상 보좌관이 최순실씨에게 제가 개통해준 태블릿PC를 사용하게 했다면, 제가 매월 얼마 되지 않는 요금 정도는 매월 납부해도 될 것 같아서 제 이름으로 결재자를 변경했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핵심만 정리해 보자면,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이 대표로 운영하던 마레이컴퍼니 명의로 태블릿PC를 개통하면서 기기 분할대금 및 사용요금 납부를 마레이컴퍼니 법인계좌로 설정했다.

이어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이 개통한 이 태블릿PC의 ‘전화번호도 모른 채’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고, 향후 이 기기를 최순실씨가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해 ‘해지가 아닌’ 요금 납부자 명의를 마레이컴퍼니 계좌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바꿨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김한수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이 요금 납부자 명의를 변경하는 과정과 관련해 굉장히 의아한 증언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결제자를 변경할 때 (대리점에) 직접 가서 했는가, 아니면 전화로 했는가”라고 질문하자, “유선 상으로 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본지는 마레이컴퍼니가 개통자이자 요금 납부자로 설정된, ‘번호도 모르는’ 태블릿PC의 결재자 명의를 김한수라는 개인 신용카드 명의로, 그것도 ‘유선 상으로’ 변경하는 게 가능한지 3사 통신사 관계자 및 고객센터 등에 문의를 해봤다.

본지의 취재 결과, 이들 통신사 측은 모두 입을 모아 김한수 전 행정관의 경우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답변해줬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요금 납부 명의계좌의 변경은 유선 상으로 가능한 게 원칙이지만, 전화번호를 모른다면 아무리 본인이 개통한 사람이라고 주장할 지라도 전화 상으로 요금 납부계좌를 바꿔드릴 수 없다”라며 “개통한 기기의 전화번호를 반드시 알고 있어서 유선 상 납부계좌 변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김한수 전 행정관이 자신의 계좌로 요금을 납부하겠다고 할지라도, 기기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지 못하면 유선 상으로 요금 납부계좌를 변경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김 전 행정관이 해당 태블릿PC의 개통자 이름이 마레이컴퍼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자신이 이 회사의 대표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유선 상으로는 없기 때문에 요금 납부계좌 변경이 불가능했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김한수 전 행정관이 태블릿PC 요금 납부명의 계좌를 변경한 경우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
특히 그가 아무리 회사 대표라고 주장한다 할지라도, 마레이컴퍼니 명의로 된 태블릿PC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 역시 각 통신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김한수 전 행정관 경우, 직접 대리점이나 고객센터 등을 방문해 마레이컴퍼니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 및 기존 요금납부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블릿PC 명의자인 마레이컴퍼니의 대표이기 때문에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까지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자세히 설명해줬다.

물론 김한수 전 행정관의 증언대로 그가 요금 납부명의 계좌를 유선 상으로 변경했다면, 말 그대로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김 전 행정관이 해당 태블릿PC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거나, 그가 이 태블릿PC를 소유하며 직접 SK텔레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는 경우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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