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령, 부사관에 ‘각종 갑질’

노 대령, 이달 초 예정대로 대령으로 진급까지

징계위원, 노 대령에 유리한 엉뚱한 참작 사유 들어 솜방망이 처벌내려

이철희 의원 "징계권자의 제 식구 감싸기가 불가능하도록 법과 제도 개선필요" 주장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18일, 군 지휘관이 솜방망이 처벌에 이어 진급까지 한 배경에 부대 고위 간부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이철희 의원 의원실 제공)
김소현 기자

음주 실탄 사격과 각종 갑질을 자행한 군 지휘관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진급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 부대 고위 간부들의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덕이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이 18일 밝혔다.

이철희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 17사단 3경비단장이었던 노 모 대령(당시 중령)은 지난 6월, 음주 후 본인이 지휘하던 인천 영종도 해안 초소를 찾아 근무병에게 방탄모를 벗어 탄피를 받아내라고 지시하고 실탄 사격을 한 바 있다.

노 대령은 부대 부사관에게 본인의 아들을 위한 관사 내 축구골대 제작과 가족들이 사용하는 골프연습장의 보수작업을 지시, 또 다른 부사관에게는 재료비도 주지 않고 관사에서 사용할 가구를 제작을 지시하는 등 부대원들에게 각종 ‘갑질’을 자행했다.

또 운전병을 사복으로 갈아입히고 관용차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거나 군의관에게 장염에 걸린 애완견의 치료를 지시해 철저한 위생이 요구되는 군 의무대에 6일간 입원시키고 진료침대에서 비타민제를 포함한 수액을 처방받게 하는 등 여러 사적 지시와 갑질을 자행했다.

노 대령의 비행을 신고받은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수도군단장인 김모 중장에게 노 대령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통상 비행의 정도가 이처럼 심한 경우 즉각적인 보직해임조치 되지만, 노 대령의 경우 징계위원회의 결과가 나온 이후 보직해임 조치됐다. 징계처분 전에 보직해임 조치됐다면 노 대령은 소속 군단보다 상급 부대인 3군사령부에서 징계처분을 받았을 테지만 보직해임이 지연되면서 군단에서 중징계를 피하게 됐다. 수도군단 인사 관계자는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준비로 군단 전체가 정신없이 바빴고 지휘관 인사 문제라 신중하게 처리하려다보니 조치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징계위원회에서는 법무관이 피해자가 다수이고, 의료용품 등 국가 재산이 사적으로 사용됐으며, 음주 후 초병의 개인화기를 이용하여 사격을 한 점과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이후 음주사격 당시 있었던 초병을 따로 불러 사실을 왜곡하려한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비행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파면에서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주장했으나 외면 당했다.

징계위원들은 오히려 노대령이 격려차 회식에 참석하고 경계 순찰을 한 것과 부대원들이 자발적으로 가구를 만들어주고, 군의관 역시 자발적으로 애완견을 치료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엉뚱한 참작 사유를 밝혔고, 결국 노대령의 징계는 감봉 3개월로 의결됐다.

이에 3군사령관과 군단 법무참모가 김 군단장에게 “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김 군단장은 징계위원회의 의결대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3군사령관은 김 군단장의 상급 지휘관이었으나 육군사관학교 한 기수 후배이기도 했다.

노 대령은 지난달 육군본부에 새 보직을 받은 데 이어 이달 초 예정대로 대령으로 진급했다. 감봉 등의 경징계는 군인사법상 진급 탈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철희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음주사격 사건 발생부터 경징계와 진급까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징계권자의 이러한 제 식구 감싸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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