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간부 몰카로 입건

이재원 현대라이프 대표는 구조조정 계획…간부는 여직원 몰카 찍어

이 대표 앉힌 정태영 부회장 책임론도 부각

현대라이프의 한 간부가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18일 현대라이프 A과장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의 전모는 지난 8월 말 식당 종업원의 신고로 밝혀졌다. 이 종업원은 해당 식당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예약손님 가운데 한 명이 화장실에 오래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A과장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조사 결과, A과장은 예약을 핑계로 회식 장소인 식당에 먼저 도착해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그는 지난 6월부터 수차례 회식 및 워크숍, 세미나 자리에서도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과장은 “성적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동료 여직원 책상 아래에도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여직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현재 관련 영상 유출 여부를 포함해 고소 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사건이 터지자 A과장은 회사 측에 희망퇴직을 신청했으나 사측은 징계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라이프는 현재 내우외환의 상태다. 2012년 출범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퇴직 신청 과정에서 ‘살생부’ 논란이 제기되며 노사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노조가 밝힌 사측 살생부 명단에 따르면 현재 정규직인 215명 중 53명만 남기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현대라이프는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만큼 회사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간부 직원은 자신의 성충동을 채우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수개월 간 설치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내부 조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 선임된 이 대표는 현재까지 현대라이프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 기준으로 90억 원 적자를 냈다. 재무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꺼낸 카드가 구조조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몰카 논란까지 터지면서 내부 기강 다지기에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는 ING생명 부사장을 거쳐 2014년 10월부터 현대카드와 캐피탈, 커머셜 전략기획본부장 임원직 등 정 부회장 지근거리에서 주요 요직을 담당했다. 이에 이 대표 선임 배경에는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이자 현대차 금융계열사 수장인 정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 대표를 지금의 자리에 앉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정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함께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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