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전환, 李 금융계열사 지배력 강화(?)… “다른 이유 많았다”

특검, 李 경영권 승계 개별현안으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지적

특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해야” 주장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분율 상승… 삼성 “李에 실질적 도움 안 돼” 주장

삼성재판 최대의 난제인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둘러싼 특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사이의 법정공방이 항소심에서도 치열하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삼성재판 1심에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였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두고, 특검과 삼성 간 항소심 공방이 역시 치열하다. 특검 측은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삼성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에서도 반대하고 있던 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등의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 역시 이 현안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중 하나라고 인정했고, 이를 ‘포괄적 현안’에 포함시키며 유죄판결에 반영했다. 반면 삼성 측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는 상관없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라는 입장으로 이에 대한 근거를 더욱 보강해 항소심에 나서고 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이 부회장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한 협조를 ‘묵시적’으로 약속받고 뇌물을 공여하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중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네 가지 개별현안 각각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개별현안들이 합쳐진 포괄현안을 위한 청탁이 존재했다고 볼 뿐이었다.

물론 본지의 지난 ‘이재용, 경영권 승계였나 승계작업이었나’ 제하의 보도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듯이, 1심 판결 중 해당 내용은 이 사건 항소심 초반부터 삼성 측 변호인 측으로부터 상당한 논란이 대상이 됐다.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동해 모순된 판결을 내놨다는 입장이었다.

특검 측조차도 지난달 30일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승계작업을 명확히 구분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승계와 승계작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양측 소송관계인 및 재판부의 입장은 정리됐다. 그러나 아직 앞서 언급한 네 가지 개별현안이 청탁의 대상이었는지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법적공방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용 상 전문지식을 요하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이슈는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특검과 삼성 측 각각의 혐의 입증과 방어를 위한 난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검 측은 공소사실을 통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최지성(66·구속기소)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63·구속기소)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등 미전실 임직원들이 금융위원회에 사전 검토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전실이 금융위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사전 검토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제시했고, 이 의견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돼 삼성 측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 측이 해당 현안의 해결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다른 현안들의 목표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등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위함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으로 인해 향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 시 이재용 부회장은 추가적 자금의 투입이 없이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지주회사 등 금융부문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주회사의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해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리해 보자면 그동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통한 지배력 행사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어려웠다는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 측은 이 사건 항소심에서 개별현안의 청탁 여부를 부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부분에 대해서는 명시적 청탁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 특검 측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기재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위 ‘3차 단독면담’이 있었던 지난해 2월 15일자 페이지에 나타난 ‘금융지주회사’, ‘금산분리’, ‘외국인 투자기업 세제혜택’ 등 당시 삼성그룹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이날 단독면담이 끝난 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독대 자리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을 듣고 수첩에 적었다고 수사과정 및 법정에서 밝힌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업무수첩 중에 ‘금융지주회사’, ‘금산분리’라는 기재 내용이 있지만, ‘삼성생명’이 적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부정했다. 또 이날 단독 면담 이후 청와대 측이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 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2016년 2월 15일 무렵에는 삼성생명 외에 다른 계열사에서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신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며 “삼성생명 외에 다른 회사에서 금융위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신청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업무수첩에 삼성생명이라는 기재가 없다고 해서 당시 금산분리에 해당하는 회사가 삼성생명 외에 다른 회사로 볼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어 “(안종범 업무수첩에) 삼성생명이라며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부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배력 확보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는 한편, 삼성 측은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이 부회장 개인이 득을 보는 부분은 크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한민철 기자)
특히 특검은 3차 단독면담 하루 전날인 지난해 2월 14일, 안종범 전 수석이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부터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받았던 점도 지적했다.

당시까지 금융위에서는 유배당 보험계약자가 피해를 볼 수 있고, 5조 9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대규모 매각해 주식 시장에 위험성을 줄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낮다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독대 다음 날인 2월 16일 금융위는 삼성 측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해 ‘원안 불가’라는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그런데 특검 측은 이날 독대 이후 이재용 부회장 측의 태도가 ‘기존의 검토입장 고려’에서 ‘강한 추진의지’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3월까지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4월 11일이 돼서야 계획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특검은 3차 단독 면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청탁을 했고, 이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JY 개인에게 크게 得 없었던 금융지주사 전환

앞서 언급했듯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난제로 다뤄지고 있을 만큼, “정황상으로 봤을 때 그렇게 판단해 볼 수 있는 정도”로 볼 수 있는 간단한 이슈가 아니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무엇이며 이 현안은 삼성 측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무엇보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 금융계열사 등에 대한 지배력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것이 사실인지 다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삼성은 과거 수년 간 전자 계열사 및 금융계열사 등의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며, 금융계열사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에서는 기업들에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투명한 지분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며 장려하는 분위기였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삼성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안을 최초로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는 삼성생명을 투자부문(지주)과 생명인 금융사업부문(생명)으로 인적분할을 한 뒤 금융계열사 지분 5조 9000억원, 현금 3조원, 자사주 2조 1000억원 등 총 11조원을 지주사로 이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3.2%를 7년 내에 매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특검 측과 1심 재판부는 이 현안의 해결을 통해 이 부회장이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물론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20.7%가 금융지주에 대해 45%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때문에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확고해 지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그런데 이는 당시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에 대해 오해한 판단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또 어떤 기업에 대한 지배력의 높낮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의결권’이라는 점을 간과했을 수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해임·정관 변경 등 예외적인 경우를 포함하고서라도 총수일가와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등에 대해서는 15%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는 소위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으로 대주주 등의 지분율을 제한하는 정책 중 하나다.

당시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대상이었던 삼성생명의 내부의결권 지분은 52%로 이미 과반을 넘어서 ‘확고한 지배력’ 수준에 있는 상태였다. 15%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의결권 지분을 더욱 올려봤자 큰 쓸모는 없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졌다면, 자사주를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기존 57%에서 6%p 상승한 63%였다. 이미 내부의결권이 확고한 지배력 수준인 상태에서 내부지분율이 6%p 더 올랐다고 지배력 변동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 52%의 내부의결권 지분 중 20.7%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으로, 특검 측은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이 지분을 2배 이상 올린 뒤 매각해 일부를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마련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이 52%의 내부의결권 지분 중 15% 가량을 매각하더라도 여전히 35%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때문에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굳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에서 금융지주에 대해 45%로 올리지 않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었고, 상속세 납부에도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진다면 대주주의 입장에서 지분 처리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삼성생명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약 3.2%을 7년 내에 매각해야 했다. 또 각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9.1%도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
특히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설립·전환하게 되면, 결국에는 인적분할이 일어나 금융지주가 나뉘게 된다. 이는 또 새로운 고리가 형성됐음을 의미하며, 그 새로운 고리 안에는 삼성전기와 삼성SDI 그리고 삼성물산 주식이 전부 포함돼 향후 해소가 기존보다 더욱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로 삼성 측이 금융위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금융위는 “이건희 회장 지분은 전부 현물출자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이건희 회장은 금융지주 주식, 즉 생명사업자 주식도 보유하게 되는데, 금융위 측은 이 생명사업자 주식을 모두 금융지주사에 포함하라는 조건도 제시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생명사업자 주식까지 전부 책임져야 하며, 이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상속세를 납부한다고 하면, 지분율 증가는 5%p 남짓한 반면 오히려 상속세 납부에 해당될 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회장 등 대주주 입장에서 진정으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의도하려 했다면, 사업자주식을 지주에 현물출자 하지 않고 일부만 맡겨 놨다가 이를 나중에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면 그만이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의 경우 기업들이 더 큰 고민을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지주사 주식의 가치가 주주들로부터 선호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지주사 인적분할 이후 주가 변동 추이를 보면, 지주사의 주식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모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이후 이재용 부회장 개인의 측면에서 금융계열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의 효과는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금융지주사 전환, IFRS4 2단계 도입 방어용… “李 위한 것 절대 아냐” 주장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 중 다른 하나는 당시 심각한 현안이었던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의 도입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라는 부분도 있었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각 보험사가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때문에 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내부 자본력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진다.

실제로 당시 삼성생명은 장기적 보험부채를 안고 있었고 이 부채를 기존에는 원가, 즉 보험부채가 발생할 당시의 이자율로 평가했다면, IFRS4 2단계 도입 후에는 현재 시가로 평가하게 되기 때문에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삼성생명의 자본력과 지급여력을 올리는 방안이 필요했고,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었다. 보통 금융지주회사가 자본확충에 따른 차액과 신용자본도가 높은 수준으로 자본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8일 이 사건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도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수십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IFRS4 2단계 도입으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이 있었을 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이는 무관했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 양측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매체들의 찬반의견이 치열하게 나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자본확충의 차액 규모가 최대 20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있다고 할지라도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 이 부분 삼성 측 주장을 사실상 받아드리지 않았다.

물론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아쉬운 점은 있었다.

사실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국내 보험사들의 ‘공포감’은 지난 2015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절정에 달했다. 때문에 초기 각 보험사마다 예측했던 부채증가율은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중순 공개한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RBC 비율은 3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초기 우려와는 다르게 현재 이에 따른 부채증가율 수준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고, 특히 삼성생명의 350%에 달하는 RBC 수준은 자본규모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위기 예방을 위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에 부채가 20조원 증가한다고 해서 확충해야 할 자본이 반드시 20조원인 것은 아니었고,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으로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 최대 20조원을 맞춘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의 1심 재판부의 판단과도 상충되는 부분이었다.

이미 충분한 RBC 수준으로 다가올 부채를 추가적인 자본확충 없이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한 특검과 삼성 간의 치열한 법적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항소심 재판부도 이 난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판결할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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