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26일 답변 공개

보건복지부·의료계 낙태수술 건수 추정치 엇갈려

이동욱 경기지회장 “암묵적 낙태수술 포함 시 실제 수술 건수, 복지부 통계 3배 이상일 것”

조국 민정수석 “정부 차원에서 임신중절 관련 보안대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 밝혀

지난 26일 조국 민정수석은 ‘친절한 청와대’를 통해 지난 8년간 중단됐던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소현 기자

청와대는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 30일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이 한 달만에 약 23만명의 동의를 받아 지난 26일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친절한 청와대’를 통해 지난 8년간 중단됐던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낙태수술 관련 기초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의료계의 낙태수술 건수에 대한 추정치가 엇갈리고 있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현재 우리나라의 일평균 낙태수술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복지부 공식 발표자료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의 인공임신 중절수술 실태조사는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진행됐고, 연간 국내 낙태수술 건수는 각각 34만 2000건, 16만 8000건으로 조사됐다.

당시 복지부는 2005년 하루 평균 낙태수술이 1000건 정도 시행됐으며, 2010년에는 이보다 낙태수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복지부 발표처럼 낙태수술이 5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종 토론회 등에서 2005년 자료를 더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국회에서 열린 '불법 인공임신 중절 수술 논란에 대한 해결책은?' 관련 토론회에서 이동욱 산부인과의사회 경기지회장은 “암묵적으로 시행되는 낙태수술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술 건수는 복지부 통계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이라며 “하루 평균 3000명이 낙태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중·고등학생의 성(性) 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중 85.4%가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낙태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됐다.

이동욱 경기지회장은 “10대 학생의 경우 아직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고, 사회적 시선이 따가우므로 임신하면 대부분 낙태수술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수십 년째 사회적 합의 없이 낙태수술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면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조정 민정수석은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며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 사건이 진행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에 대해서는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피임교육 체계화,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문화의 활성화 등 임신중절 관련 보안대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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