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활동시점, 내부 법적 검토와 다르게 임의로 확정돼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 문건, 해수부 내부에서 작성

해수부 “특조위 업무 방해,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 밝혀

류재형 감사관 "세월호 인양 관련 다른 의혹, 새로 출범하는 제2기 특조위에서 조사할 것" 밝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감사관실은 12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전 정부의 특조위 활동 의혹이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감사관실은 12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전 정권 해수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을 축소하거나 당시 청와대와 협의해 특조위 활동에 대한 대응 문건을 만드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수부 인양추진단과 특조위 파견 공무원들의 특조위 활동 방해의혹이 제기되자 해수부는 김영춘 장관의 지시로 9월부터 자체 감사를 벌였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브리핑에서 “조사결과 과거 해수부 일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가 주장해 관철된 세월호 특조위 활동시점인 2015년 1월 1일은 내부 법적 검토와도 다르게 임의로 확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조위는 특별법에서 활동 개시 시점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아, 활동시점 지정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이에 특조위의 활동 기한이 지난해 6월 30일로 축소되며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못한 채 조기 종료된 바 있다.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이 지난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법무법인 등 6곳에 법률자문을 의뢰해 결과가 나왔으나 이는 전혀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인양추진단이 의뢰한 6곳 중 3곳은 특조위 임명절차 완료일인 같은 해 2월 26일을, 1곳은 사무처 구성을 마친 8월 4일이 활동시점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나머지 2 곳은 회신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관 회의 때는 대통령 재가일인 2월 17일을 세월호 특조위 활동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법제처가 밝혔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같은해 11월 23일 특조위가 청와대에 대한 참사대응 관련 업무의 적절성 등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하자 해수부는 활동 시점에 대한 검토를 아예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2015년 11월 19일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 문건은 해수부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문건에는 특조위가 청와대 관련 조사를 시작할 경우, 특조위 내 여당 추천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 여당 위원들은 비정상적이고 편항적인 위원회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감사관실은 당시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직원들이 사용하던 업무용 메일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찾아냈다.

세월호 인양추진단 실무자는 “상부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해양수산비서관실과도 작성 과정에서 협의했다”고 진술했다고 감사관실은 전했다.

해수부는 이처럼 특조위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특조위 활동기간 축소와 현안 대응방안 문건 작성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재형 감사관은 이 사건에 연루된 해수부 공무원은 10명 내외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감사관실은 특조위 파견 공무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종결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 제2기 특조위에서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수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막기 위해 관련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작년 9월 28일 특조위 전원위원회에서 기록 이관이 자체 의결돼 자료 은폐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감사관은 “내부 감사기능의 한계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세월호 인양 관련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새로 출범하는 제2기 특조위에서 조사하게 될 것”이라며 “조사가 이뤄진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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