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독일행에 ‘동행자’ 있었다는 가능성 높여준 보고서

최순실 태블릿PC, 정말 독일에서 최순실과 동선이 일치했던 것 맞나

독일 입국 문자메시지, 그렇다면 태블릿PC 내 출국 증거는(?)

최순실 태블릿PC, 독일에서 받은 수상한 문자메시지의 정체는

최순실 태블릿PC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주간한국)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 및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던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국과수 감정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태블릿PC의 소유자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라는 검찰, 반면 태블릿PC의 주인은 최씨가 아니라는 이들 사이의 논쟁을 확실히 마무리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오히려 양측의 의견 충돌은 더욱 치열해졌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는 한치의 흠도 없었지만, 기존 검찰이 밝힌 이 태블릿PC에 대한 정보와 몇 가지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부터 회신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최종 감정 결과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날 검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통해 지난해 10월 JTBC가 이 태블릿PC를 최초로 입수한 이후 기기 내용물에 대한 수정 및 조작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날인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ㆍ구속기소)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 측은 국과수로부터 받은 해당 태블릿PC 감정 결과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검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에 의하면 태블릿PC에 저장된 최씨의 사진 중 한 장이 최씨가 셀프카메라로 찍은 것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기 내 한글문서가 수정·위조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연설이 있었던 지난 2014년 3월 28일로부터 하루 전인 3월 27일 이후 태블릿PC 내 한글문서가 수정 또는 생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독일과 제주도에서 기록된 태블릿PC의 위치정보와 최씨의 동선이 일치했고, 태블릿PC에 기록된 이메일 계정 사용자 이름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며, 본적도 없다는 최씨 측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는 검찰 측 결론이었다.

그런데 곧바로 정치권 일각에서 검찰 측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바로 다음 날인 29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태블릿PC 조작 진상조사 TF팀’은 국회 정론관에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의 실제 내용이 전날 검찰 측 발표와 다르다는 취지의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진태 의원은 “검찰은 국정원 감정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최순실 태블릿PC에) 수정ㆍ조작된 흔적은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라며 “JTBC가 이 태블릿PC를 입수한 시점부터 3000개가 넘는 파일이 생성·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검찰은 이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라는 근거에 대해서 최순실과 (태블릿PC의) 동선이 일치한다고 했고, 그 일치하는 시점이 2012년 8월 15일이라고 했다”라며 “그런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에서 검증을 해보니 이 태블릿PC가 제주도에 있었던 것은 2012년 8월 15일이 아닌, 2013년 8월 15일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측이 국과수로부터 감정 결과를 받은 뒤 언론을 통해 일방적이며 허위 사실을 기초로 한 발표를 했고, 태블릿PC를 둘러싼 의혹들은 아직 풀리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어 최순실씨 측 변호인들도 검찰 측 발표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최씨의 재판에서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 태블릿PC의 소유자는 최씨가 아니며, 기기 내용물에 대한 수정·조작이 없다는 검찰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보면, JTBC 기자가 태블릿PC를 가져간 후 검찰에 제출하기까지 최소한 6회에 걸쳐 태블릿PC가 사용됐다”라며 “태블릿PC의 무결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증거능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최순실 태블릿PC의 국과수 감정 결과는 논란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됐다. 이후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징역 25년 구형이 내려졌고, 감정 결과 발표 한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도 태블릿PC를 둘러싼 잡음은 전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국과수의 태블릿PC 감정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분석해 본다면 과연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주간한국>은 국과수 디지털분석과가 검증을 시행해 지난달 21일자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회보한 최순실 태블릿PC 디지털 분석 감정서 등 관련 자료들을 입수해 철저한 분석을 거쳤다.

최순실씨는 여전히 문제의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본지는 이 자료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며, 기존 검찰이 발표한 최순실 태블릿PC 포렌식 분석 보고서에는 담겨있지 않았던 부분들을 여러 곳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또 왜 이번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대한 검찰 측의 주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지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일치한 동선보다 주목해야 할 ‘동행자’

기존에 검찰은 이 태블릿PC가 최씨의 소유라고 확신하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 중 하나로 기기 내 저장돼 있는 외교부 영사콜 및 해외 로밍서비스 문자메시지의 수신 날짜와 최씨의 출입국 기록, 즉 동선이 일치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국과수의 감정보고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검찰 측이 태블릿PC의 소유자가 최씨라고 거듭 결론을 내리는 데 결정적 단서 중 하나였다.

실제로 검찰의 태블릿PC 포렌식 분석보고서에서도 나타나 있었지만, 태블릿PC 내 저장돼 있는 문자메시지에는 지난 2012년 7월 15일과 2013년 7월 29일, 독일 입국 뒤 보내진 외교부 영사콜 센터 안내 그리고 SK텔레콤 해외 로밍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검찰 측이 파악한 최씨의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최씨는 이 문자메시지가 태블릿PC에 각각 저장되기 하루 전 한국에서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찰은 이 태블릿PC가 2012년 8월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에서 GPS 서비스를 사용한 흔적이 잡혔고, 최씨 역시 이로부터 하루 전인 2012년 8월 14일 제주도로 떠나 8월 16일 다시 서울로 돌아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당연히 이 부분 역시 태블릿PC의 소유자가 최씨라는 결정적 증거 중 하나라는 지적이었다.

<주간한국>은 기존 최순실 태블릿PC와 관련된 보도를 다루면서, 당시 최씨가 독일과 제주도에 갔던 시기 ‘동행자’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만약 최씨의 여정에 함께 했던 이가 있었고 태블릿PC가 그 동행자의 소유였다면, 최씨와 기기의 동선이 겹친다고 할지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는 ‘최순실’ 그리고 ‘태블릿PC’라는 단어를 바꿔서 설명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독일에 갔는데, A씨의 독일 입국과 같은 날 C라는 스마트폰에도 독일 입국과 관련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C라는 스마트폰은 A씨와 이날 같이 독일에 입국했던 그의 지인인 B라는 사람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C라는 스마트폰은 A씨의 것으로 ‘착각’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최씨와 태블릿PC의 동선이 세 차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기가 반드시 최씨 소유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검찰은 이런 의혹을 풀기 위해 당시 최씨와 독일 및 제주도를 함께 갔던 이들의 존재 여부를 파악해야만 했다. 그 동행자가 누구인지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나 딸 정유라씨 등 최씨와 독일에 갔을 만한 이들의 당시 출입국 기록을 살펴봤어야 했다.

또 이들이 태블릿PC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검찰은 관련된 결과를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한 채 기기 소유자가 최씨라고 못을 박아둔 상태다.

그런데 국과수 감정보고서에는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던 ‘동행자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보고서 내 ‘메시지 내용 관련 분석’에서 국과수 측은 태블릿PC의 소유자가 외교부 영사콜 및 해외 로밍과 관련된 메시지를 두 차례의 기간에 걸쳐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서술했다. 국과수는 이 시기 태블릿PC 소유자가 독일을 방문했고, 기기 역시 소유자와 함께 독일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과수 태블릿PC 감정보고서 해당 페이지 캡처.
태블릿PC가 독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두 차례 기간 중 첫 번째 시기는 지난 2012년 7월 15일 1시 2분경부터 7월 21일 14시 13분경까지였고, 다른 한 번은 2013년 7월 29일 12시 4분경부터 8월 6일 23시 30분경까지였다.

같은 보고서 41페이지에 명시된 검찰이 국과수 측에 전달한 최씨의 출입국 기록 내역을 보면, 최씨는 정확히 2012년 7월 14일부터 7월 29일까지 그리고 2013년 7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독일에 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검찰 특수본의 수사 발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엄밀히 말해 검찰 및 국과수 측이 태블릿PC가 독일에 있었다고 판단한 시기는 기기 내 저장된 외교부 영사콜 센터 안내 및 SK텔레콤 해외 로밍서비스 문자메시지만을 보고 ‘추정’한 것이었다.

태블릿PC가 독일에 도착한 날짜는 2012년 7월 15일과 2013년 7월 29일 두 차례 모두 외교부 영사콜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지만, 이 기기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날짜의 경우 통신사가 보내는 ‘귀국 후 안내’ 문자메시지가 모두 저장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만약 국과수 측이 이 태블릿PC의 당시 독일 아이피(IP)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잡혔는지 밝혀냈다면, 기기가 독일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온 시기를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과수 측은 보고서 내의 태블릿PC의 2012년 개설 시부터 2016년 9월말까지 위치 이동경로에 대한 부분에서 “감정물 태블릿PC에서 IP 주소가 분석되지 않아 위치 특정이 불가능함”이라고 밝혔다.

정리해 보자면, 최씨가 독일에 떠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날짜는 검찰이 파악한 그의 여권 기록을 통해 명확히 제시된 상태다. 그러나 태블릿PC가 독일에 머물렀던 정확한 기간은 독일 도착 날짜밖에 특정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기기의 당시 IP 기록이 없으니 명확한 시기를 밝힐 수 없는 상태다.

태블릿PC의 IP 주소를 분석할 수 없어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국과수 의견. 결국 최순실씨와 태블릿PC가 '정확히 일치된 동선'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사진=국과수 감정보고서 해당 부분 캡처)
태블릿PC가 독일에 와서 전원이 켜진 뒤 외교부와 SK텔레콤으로부터 보내져온 문자메시지로는 기기의 독일 도착 날짜는 알 수 있었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날짜를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이는 최씨의 한국 귀국 날짜 그리고 태블릿PC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날짜가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독일에서 데이터 요금 폭탄 맞았던 최순실 태블릿PC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 번째 독일행 당시 태블릿PC가 독일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는 문자메시지가 수신된 날짜는 2012년 7월 15일과 2013년 7월 29일이었다. 최씨가 첫 번째 독일에 체류한 기간은 2012년 7월 14일부터 7월 29일까지였다.

독일이 한국보다 약 8시간이 늦은 것을 토대로 살펴봤을 때, 태블릿PC의 독일 도착 날과 최씨의 독일 체류 첫날이 매끄럽게 연결된다.

그런데 이 시기 독일에서 태블릿PC에 마지막으로 수신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는 2012년 7월 21일인 반면, 최씨는 이로부터 무려 일주일이 넘은 7월 29일까지 독일에 머물러 있었다.

또 두 번째 독일행의 경우 태블릿PC에는 2013년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독일 체류 관련 문자메시지가 수신돼, 이 기간 동안 해당 기기가 독일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최씨의 당시 독일 체류기간은 2013년 7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였다.

역시 첫 번째 독일행과 마찬가지로 태블릿PC의 독일 도착 날과 최씨의 독일 체류 첫날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나 귀국 날은 도착 때와는 다르게 태블릿PC의 경우가 최씨의 귀국 날보다 하루 이른 다소 일관성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통신사에서 태블릿PC가 독일에 장기간 체류하다보니 로밍서비스와 관련된 문자는 더 이상 보내지 않았고, 최씨는 그 상태에서 이 기기를 독일에서 귀국 날까지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물론 당시 최씨의 독일행에 동행자가 있었고, 그 동행자가 태블릿PC가 가지고 최씨보다 한국에 먼저 귀국한 경우도 배제할 수 없었다.

검찰뿐만 아니라 국과수마저 당시 독일에서 기기의 IP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기기가 최씨의 귀국 일에 맞춰 한국에 도착했다는 것을 입증에 내지 못했음에도, 이를 최씨 것으로 무조건 단정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 주목해 볼 점은 태블릿PC가 독일에 있던 기간의 문자메시지 내용 부분이다.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 그리고 이번 국과수 감정보고서에서도 제시됐지만, 이 태블릿PC는 2012년 7월 15일 외교부 전화번호로부터 ‘[외교부]위급상황시 영사콜센터로 전화하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곧바로 SK텔레콤 로밍센터 번호로부터 로밍 요금안내 그리고 독일은 하루 9000원으로 데이터 무제한 이용 가능, 데이터 미사용시 자동업데이트로 인한 요금발생 경고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 태블릿PC는 독일에 도착해 전원이 켜진 뒤 약 3시간 20분이 지나자 ‘[SKT]7월 DATA로밍요금 1만원 초과!(자동업데이트 주의,정액자나 차단 신청 요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수신했다. 그러더니 같은 문장에서 이 요금이 3만원 초과했다는 내용, 이어 5만원 그리고 7만원을 초과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바로 도착했다.

태블릿PC 사용자가 기존에 데이터 무제한 등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채 독일에 갔고, 그 상태에서 기기의 데이터 차단을 하지 않은 채 이를 허용했다. 이어 자동업데이트로 인해 연달아 데이터 요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15분이 또 지나자 태블릿PC의 데이터 요금이 10만원이 넘어갔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고, 기기의 기존 데이터 서비스는 자동으로 차단됐다.

때문에 이 태블릿PC의 사용자는 독일 입국 뒤 기기가 자동 로밍이 됐지만,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따로 신청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실행한다면 관련 요금이 지나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태블릿PC의 소유주로 특정되고 있는 최순실씨의 경우, 태블릿PC 조작 방법이나 그 기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알고 예전부터 외국에 자주 들락날락했던 최씨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따로 신청하지 않은 채 데이터 서비스를 실행하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인 것도 마찬가지다.

이어 이 태블릿PC는 독일 도착 두 번째 날인 7월 16일 ‘[데이터무제한OnePass]독일 Vodafone, Telefonica망 선택요망, 다른망’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수신했다. 또 같은 문자메시지를 7월 18일에 한 번, 19일에 세 번 받았고, 20일 세 번, 21일 한 번 받았다.

바로 이 마지막 부분인 7월 21일을 국과수 측은 태블릿PC가 당시 독일에 있었던 기간 중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데이터무제한OnePass]독일 Vodafone, Telefonica망 선택요망, 다른망’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어떤 의미이며, 2012년 7월 16일부터 이 태블릿PC에 꾸준히 수신돼 오다가 왜 7월 21일 이후 수신을 멈췄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만 했다.

여기서 보더폰(Vodafone)과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SK텔레콤이 해외 로밍 및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독일 내 지정 이동통신사명이었다.

예를 들어, 국내인이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소프트뱅크(Softbank)나 도코모(Docomo) 등 일본 이통사를 통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과 같다. 만약 이들 해외 통신사의 로밍 및 데이터 서비스와 연결되면, 스마트폰 화면 좌측 상단에 떠 있는 국내 이통사 로고가 대신 해당 외국 이통사의 로고로 바뀌게 된다.

데이터무제한OnePass를 일본에서 이용한다면, SK텔레콤이 지정한 일본 내 이통사는 소프트뱅크밖에 없어 사용자가 따로 지정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독일에서 데이터무제한OnePass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SK텔레콤 지정한 독일 내 이통사는 보더폰(Vodafone)과 텔레포니카(Telefonica) 두 곳이다.

본지가 SK텔레콤 등을 통해 취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독일에 갔을 때 자동으로 로밍이 설정이 되고, 현지 사업자는 보더폰 또는 텔레포니카로 설정된다.

물론 가끔 기기가 이 두 사업자가 아닌 다른 통신사의 로밍 및 데이터 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사용자는 기기의 네트워크 설정에서 해외 이동통신사 망을 보더폰과 텔레포니카 둘 중 한 곳으로 직접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이 문자메시지는 태블릿PC의 사용자가 데이터무제한OnePass에 가입하지 않은 채 독일에 갔고, 자동으로 로밍 및 데이터 서비스가 실행됐지만 기기가 보더폰 또는 텔레포니카가 아닌 다른 해외 통신사의 망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네트워크 설정에서 둘 중 하나를 수동으로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데이터무제한OnePass]독일 Vodafone, Telefonica망 선택요망, 다른망’이라는 문자메시지는 2012년 7월 16일부터 7월 21일까지 수신됐다. 이후 7월 29일까지 어떤 문자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사진=국과수 감정보고서 해당 부분 캡처)
당시 태블릿PC의 사용자는 이를 잘 몰랐는지 며칠 동안 둘 중 하나를 설정하지 않은 채 방치했던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2년 7월 21일 이후 이 문자메시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용자가 두 곳 중 한 곳으로 망 설정을 완료했거나, 서비스를 취소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경우 보통 관련 문자메시지가 태블릿PC에 수신돼야 했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경우도 있었다. 2012년 7월 21일 이후부터 사용자가 아예 태블릿PC의 전원을 꺼버렸을 수도 있다. 물론 바로 사용자가 7월 21일 다음 날 한국으로 귀국해 기기의 로밍 및 데이터 서비스가 자동으로 종료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문자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만약 마지막 경우가 사실이었다면 2012년 7월 29일까지 독일에 체류했던 최순실씨와 7월 21일까지 독일에 있었던 태블릿PC를 통해, 당시 최씨의 동행자가 있었고 그가 먼저 태블릿PC를 들고 한국에 돌아온 실제 소유자였을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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