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재단 출연 의혹 연루됐던 허창수 회장… 부족한 증언에 역풍(?)

朴 독대 오고 간 이야기, 더 없었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중심에 있었던 ‘전경련 수장’ 허창수 회장

여은주 GS 부사장, 허창수 회장 사전보고 없이 재단 출연 결정(?)

GS의 업무 프로세스와 맞지 않았던 일사천리 방식… 기타 의혹만 증폭

여은주 GS 부사장 “다른 그룹도 출연에 동참해, 어쩔 수 없었다” 입장 밝혀

재단 출연 결정, 정택근 부회장 전결로 처리 가능해 허 회장에 사전보고 안 했다(?)

허창수 회장, 박근혜 단독면담 때 들었던 부탁… 국회 청문회에선 왜 말 안 했나

최순실 게이트 재단 출연 문제에 연루됐던 허창수 GS그룹 회장에 대한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박근혜(66·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혐의에 대한 대기업 총수들의 증인 신문을 앞두고, 재단 출연과 관련돼 허창수(69) GS그룹 회장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앞서 이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GS 임원의 ‘회장의 책임 축소’로도 의심되는 증언으로 인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 50개가 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2·구속기소)씨가 실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486억원과 288억원을 출연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에 두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은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았고, 관련 기업 오너들이 국회 청문회장과 검찰 그리고 특검에 줄줄이 불려나가야 했다.

당시 재단에 보다 거액의 자금을 출연했던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사실상 모든 비난에 대한 총대를 멨고, 이중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재단 출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사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주요 기업들의 자금 출연 문제가 막 불거지기 시작했던 시점에 의혹이 집중됐던 대표적인 곳은 GS그룹이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모해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주요 기업들로부터 재단설립 자금을 모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안종범(59·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경련 측의 관련 사항을 전달, 곧바로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의 주도 아래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아내는 창구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전경련의 회장을 맡고 있던 대기업 오너는 바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었고, 당연히 두 재단과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많이 제기됐던 의혹은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수장으로서 각 기업들에 재단 출연을 도모하는데 큰 입김을 작용했고, 모금을 위해 GS그룹 내 계열사를 총동원하려 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GS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26억원과 16억원 등 총 42억원을 출연했다. 당시 두 재단에 출연한 자금 규모로만 본다면 이 액수는 기업들 중 7번째에 해당했지만, GS칼텍스와 GS건설, GS글로벌 등 그룹 내 무려 8개 계열사가 재단 자금 출연에 동원됐다.

무엇보다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사절단과 동행한 총 18회의 해외순방 대부분을 수행했고, 주요 해외 정상들의 방한 시 박 전 대통령과 일정을 같이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의 지시에 동조, 재단 모금을 위해 각 기업에 적극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나섰던 주요 인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당시 전경련에 쏠린 정치권 및 여론의 시선이 한창 따가웠을 시기, 허 회장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다.

물론 허창수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GS그룹의 두 재단에 대한 출연 역시 다른 그룹들이 동참하는 것을 보고 맞춰 결정했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증언에 나서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연합)
당시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기업들이 거절하기 어렵다”라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허 회장은 전경련 해체를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이후 청와대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허 회장의 말이 공감을 사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닌 ‘권력의 피해자’라는 동정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관심이 미르·K스포츠재단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그리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등에 쏠리며, ‘전경련 수장에 대한 강한 책임 추궁’을 주장하던 목소리는 점점 수그러들었다.

그러면서 허 회장은 지난해 2월 전경련 회장에 연임하기로 결정하며, 국회 청문회에서의 전경련 해체 질문에 대한 묵언의 답변을 해줬다.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던 재단 출연… 왜 허창수 회장에 보고하지 않았나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하기까지의 과정을 겪었던 기업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서고 있다.

앞서 언급한 허창수 회장의 GS그룹의 경우, 지난 3일 여은주 ㈜GS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재단 출연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미 허창수 회장은 국회 청문회뿐만 아니라 검찰조사 등에서 전경련 회장이었지만 재단 출연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으며, GS그룹이 미르재단에 자금을 출연한다는 사실도 재단설립 마지막 단계가 돼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은주 부사장도 허창수 회장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미르재단 출연 소식은 자신이 먼저 접했으며, 자금 집행은 정택근 ㈜GS 부회장이 결정했다. 허창수 회장과는 출연 전 관련 협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재단 출연에 대해 허창수 회장은 사후보고를 받았을 뿐 결정과 실무적 처리는 정택근 부회장 및 여 부사장 자신 등이 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본지는 여은주 부회장의 법정증언을 통해 허창수 회장의 재단 출연에 대한 기존 입장 그리고 GS의 출연 과정에서의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해 다수 파악할 수 있었다.

GS그룹의 미르재단 자금 출연 이야기는 지난 2015년 10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은주 부사장은 박찬호 전경련 전무(또는 권순범 전경련 팀장)로부터 전화를 받고, 다음 날인 10월 23일 아침에 전경련 사무실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여 부사장은 23일 아침 10시경 전경련에 방문했고, 그곳에는 두산과 한진, CJ, 한화그룹의 임원들도 한 명씩 참석한 상태였다.

이날 자리는 조찬모임 형태로 진행됐고, 여 부사장은 박찬호 전무와 권순범 팀장으로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요청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며, 규모는 300억원 그리고 조만간 체육재단도 같은 방식으로 설립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찬호 전무는 2015년 10월 말 중국에서 리커창 총리가 방한하는데, 그 시기에 맞춰 문화재단을 설립해 중국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려 하니 재단설립에 서둘러야 한다며, 여 부사장을 비롯한 이날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

여은주 부사장은 법정에서 재단설립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진행했고, 다른 그룹에서도 출연에 전부 참여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GS 역시 출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다른 말로 다른 그룹들이 재단 출연에 전부 참여하는데 GS만 빠진다면 청와대로부터 밉보이거나 찍힐 우려가 있었다는 의미였다.

특히 여 부사장은 당시 박찬호 전무로부터 재단 출연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특별지시사항’이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조찬모임에서 여 부사장은 박 전무로부터 기업별 출연금 분담 액수를 통보받지 못했고, 이에 대해 오후에 전화로 통보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채 회사에 복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은주 부사장은 곧바로 정택근 부회장(당시 사장)에게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특별지시로 전경련에서 추진하는 사항으로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출연요구를 받았다는 보고를 올렸다.

이에 정택근 부회장도 청와대 요청이며 다른 기업도 참여하는 만큼 GS 역시 안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여 부사장은 당시 정 부회장이 자신의 보고로 재단 출연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이후인 같은 날 오후 4시경, 이현복 GS 홍보팀 부장은 권순범 팀장으로부터 GS그룹의 재단 분담금은 21억원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 사실 역시 여은주 부사장을 거쳐 정택근 부회장에게 보고됐다.

이날 곧바로 GS 측은 전경련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재산출연증서에 날인해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권순범 팀장은 이현복 GS 홍보팀 부장에게 연락해 금액이 문화재단 출연 금액이 기존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어나 GS의 분담금 역시 21억원에서 26억원으로 늘었다고 통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택근 GS 부회장(당시 사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에 대해 허창수 회장과의 사전논의 없이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여은주 부사장 역시 이현복 부장으로부터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이에 대해 통보받았고,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10월 26일 월요일 기존 출연증서를 회수했다. 이어 26억원으로 증액된 증서로 정택근 부회장의 결제를 받은 뒤 전경련 측에 다시 제출하면서 GS그룹의 미르재단 출연이 완료됐다.

그런데 여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다수 있었다. 우선 GS그룹도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부금 요청을 받게 될 경우, 이를 요청한 단체의 정체를 파악하고, 명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룹 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여은주 부사장은 GS 역시 이런 절차를 거친다고 증언했다.

특히 여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그룹 차원에서 전경련의 지시를 받아 재단 설립에 출연한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또 자신이 GS에 재직하는 동안 한 기획사업에 대한 자금 출연 요청을 받았을 때, 당일 출연 제의를 받고 사업 내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의견청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출연 결정을 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물론 전경련에서 출연의 시급성에 대해 강조했고, 청와대 지시이자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는 분위였던 만큼, GS 측도 출연 결정을 곧바로 굳힌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GS그룹의 미르재단 출연은 지극히 이례적이었고,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특별지시사항’이자, 전경련에서 실무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면 정택근 부회장이 아닌 더 윗선인 허창수 회장에 사전보고가 됐어야 했고, 허 회장의 지시로 출연을 결정했어야 정상적인 판단이었다.

여은주 부사장의 설득력 떨어지는 증언

이날 재판에서 여은주 부사장은 GS그룹의 미르재단 출연 과정에서 허창수 회장이 사전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쉽게 말해, 재단 출연은 여 부사장 자신과 정택근 부회장 선에서 마무리한 사항으로 허창수 회장은 나중에 보고를 받았을 뿐 출연 과정에서 관여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여 부사장 자신이 말해줬듯이 당시 재단 출연은 매우 이례적이었으며, 속전속결로 20억원이 넘는 거액을 출연한다는 것은 GS의 업무처리 방식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정택근 부회장이 아닌 허 회장의 사전의사를 묻고 자금을 출연했어야만 했다.

이에 여 부사장은 당시 재단 출연 액수가 정택근 부회장의 대표이사 전결(專決)로 가능한 정도였기 때문에, 허창수 회장의 동의 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허 회장이 해외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출장이 끝난 뒤 여 부사장 자신이 재단 출연에 대해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납득하기 힘든 말이었다. 허창수 회장은 당시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4일 간 일본에 체류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허 회장이 일본에 입국한 날짜는 10월 24일로, 전날인 23일은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당연히 여은주 부사장과 정택근 부회장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 허창수 부회장과 논의할 시간이 있었고, 앞서 허 회장이 해외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사전보고를 할 수 없었다는 여 부사장의 증언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 주목해볼 부분은 허창수 회장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한일 재계회의에 허 회장을 수행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박찬호 전무였다. 이 회의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주최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전경련이 대표로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박찬호 전무는 허 회장보다 하루 늦은 10월 25일에 일본으로 출국했고, GS 측에 출연금 증액까지 통보한 이후였다. 이에 대해 여은주 부회장은 “세부적인 것은 모른다”라고 증언하며 말을 아꼈다.

재단 출연이 청와대 특별지시사항이자, 다른 기업들도 동참해서 어쩔 수 없었으며, 회장의 동의를 구할 것까지 없이 사장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는 입장과는 다르게, 이미 허창수 회장이 재단 출연에 대해 깊숙이 관여돼 있었고 다른 그룹에 비해 일사천리로 끝난 GS의 자금 출연의 중심에 허 회장이 있었다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이승철(왼쪽) 전 전경련 부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연합)
GS의 속전속결로 내려진 자금 출연 여부 결정은 K스포츠재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은주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2월 21일 이현복 부장으로부터 전경련 측에서 체육재단 설립을 위해 20억원을 출연해 달라고 요구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당시 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들이 예정보다 더 많아지면서 출연 할당금액도 줄어들었고, GS는 2015년 12월 24일 최종 16억원으로 자금출연증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K스포츠재단 출연 역시 미르재단 때와 마찬가지로 출연 여부의 적정성 검토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택근 부회장 선에서 결제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2015년 12월 23일 해외출장을 나갔기 때문에, 여은주 부사장에게는 21일부터 이틀간 K스포츠재단 출연 관련 회장 보고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여 부사장은 “그때 (허창수 회장이) 사무실에 안 계셨을 수도 있고, 문화재단 때 스포츠재단도 말씀드렸고, 정택근 부회장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보고 드리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허창수 회장에게는 감추고 싶었을 朴 독대에서의 이야기

허창수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적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허 회장은 “(2016년) 2월에 했다”고 답했고, “어떤 말을 나눴는가”라는 재질문에는 “(재단) 출연금 다 내고 나서의 이야기니까, 저희 그룹에 대해 전반적인 이야기도 하고, 한국 산업계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라고 밝혔다.

삼성과 SK, 현대차 등 7개 그룹의 오너들은 지난 2015년 7월 24부터 이틀간 청와대 안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가진 사실이 있다.

이후 2016년 2월 15일부터 이틀간 또 한 차례 청와대 단독면담이 있었고, 허창수 회장은 2016년 2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허 회장은 당시 독대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룹 현안이나 산업계 이야기가 아닌, ‘감추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독대시간이 끝난 뒤 허창수 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를 위해 열심히 홍보하는 회사를 GS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

허창수(왼쪽) GS그룹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지난 2016년 2월 청와대 단독면담에서 또 다른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
며칠 뒤 허창수 회장의 비서실에서는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보내온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 책자를 받게 된다.

잘 알려져 있다 싶이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씨가 설립한 광고대행사로, 당시 정확히 이 책자는 플레이그라운드의 개명 후 상호인 ‘인터피지’라는 명칭이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대통령의 부탁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GS 측은 인터피지에 먼저 연락을 취했고, 2016년 2월말경 여은주 부사장 등은 인터피지 대표와 미팅을 가졌다.

이후 인터피지 측은 GS에 두 차례에 걸쳐 광고제안서를 보냈고, 여 부사장은 당시 인터피지의 콘셉트가 GS와 맞지 않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3번 정도 수정해서 다시 가지고 오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언론보도에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이야기가 불거지자 최종 거절의사를 통보했다.

여은주 부사장은 “(허창수 회장이) 꼭 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와 콘셉트가 맞지 않고 실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광고대행사에 3번이나 제안서를 수정 요청해 검토했다는 것은 여 부사장의 말과는 다르게, 허창수 회장이 대통령 지시사항이니 플레이그라운드를 챙겨보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는 점도 의심해 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 허창수 회장은 오는 11일 이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 허 회장이 그동안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 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 역시 재판을 방청하며 허창수 회장의 증언에 대한 철저한 취재에 나설 예정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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