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네트웍스 직원 30여명, 코레일·자사 직원과 친인척 관계

장시간·광범위한 친인척 채용 의혹…KN 직원 3명과 가족 관계있는 코레일 직원도

전문가 “조사위원회 통해 사실 관계 파악해 정규직화 과정에서 배제시켜야”

이원욱 의원 “기간제 채용된 가족까지 정규직 전환? 국민들 납득 힘들 것”

철도노조 “채용비리 척결은 노동적폐 청산…당국 진상 조사 필요"

(사진=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KN)의 친·인척 채용 정황이 포착됐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코레일네트웍스에 근무하고 있는 30여 명이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 직원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코레일네트웍스 입사 시기는 지난 2006년인 10여 년 전부터 지난해인 2017년까지로 나타났으며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들의 채용 과정에서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들의 관여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회사에 모회사와 자회사 직원간의 가족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채용 특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채용 비리 관련 의혹이 지속적으로 나돌았던 코레일네트웍스 안팎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소문만 무성했지만 가족 관계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지가 입수한 명단의 특징은 친인척 관계에 있는 30여명이 주로 역무 업무를 맡는 현장직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기관장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 향후 조사가 이뤄질 경우 윗선의 개입으로 인한 채용 등 더 많은 인원이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 명단은 국민권익위원회 채용비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태로 권익위는 내용 검토 후 조만간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따라서는 코레일 및 코레일 자회사의 채용과 관련해 대대적인 조사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8일,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275개 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 채용 전반을 살핀 결과 2234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며 “정부는 부정지시나 서류조작 등 비리 혐의 사례가 다수 발견돼 143건은 징계 등 문책 조치를 내리고, 23건은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추가로 중대 비리 혐의가 있는 곳, 비리 신고가 많았던 곳, 비정기적인 특별채용이 빈번한 곳, 국회와 언론에서 문제제기가 많았던 곳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에 나서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코레일 및 코레일네트웍스는 19개 기관 명단에서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네트웍스 직원 3명과 친·인척 관계인 코레일 직원도

본지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거론된 30여 명은 주로 코레일 소속 직원과 친·인척 관계가 많았다. 2명 이상 코레일네트웍스 직원과 가족관계인 코레일 직원도 다수였고, 특히 한 코레일 직원은 3명의 코레일네트웍스 직원과 친·인척 관계이기도 했다. 30여 명은 현재 매니저, 총괄매니저, 위탁역장 등 역무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코레일네트웍스에 입사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정규직으로 들어왔고 나머지는 기간제로 입사했다. 기간제로 입사한 인원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현재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형태가 전환됐다.

친인척 관계로 이어진 모회사와 자회사 직원의 수가 많다는 것은 채용 일정과 세부 내용 등 내부 정보를 미리 파악해 제공했을 가능성을 넘어 채용 과정에서 내부 면접 위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채용 절차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원욱 의원실의 분석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사례가 많았다. 기관장 지인의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공개시험을 없애고 예비 합격자 순위를 조작하거나 합격자 배수를 임의로 조정해 경력 조건이 되지도 않는 사람을 합격시킨 사례 등이다.

그러나 이번 코레일네트웍스의 채용 비리 의혹은 기존의 공공기관 채용비리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우 코레일이나 코레일네트웍스 고위직책의 연관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로 코레일 역장이나 팀장급과 코레일네트웍스의 중간관리자급의 친인척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장 및 실무급에서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채용비리가 이뤄졌다면 윗선의 개입으로 인한 부적절한 채용의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원욱 의원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레일의 타 자회사(코레일유통,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테크, 코레일로지스)에서도 유사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 지침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제2장 제6조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인사위원회 등을 구성함에 있어 관련 전문가 등 외부위원을 포함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직원채용 원칙 등의 지침이 담긴 제7조에는 ‘임직원의 가족을 특별히 우대하여 채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두 조항은 2015년 1월 신설됐다. 코레일네트웍스는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아닌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제2장 제34조에 따르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의 장은 소속직원 및 임원의 채용·전보·승진·선임 등 인사운영과 관련하여 이 지침을 준용할 수 있다’로 명시돼 있다.

작년에도 채용 관련 지적당한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네트웍스에 대한 채용 관련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 운영실태」 감사결과에서 “면접전형에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지 않고 내부 임직원만으로 구성·운영해 직원채용 절차의 공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코레일네트웍스 채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코레일네트웍스는 지난 2015년 일반직 경력사원 채용(기술직) 전형 과정에서 1·2차 면접 모두 내부위원(1차: A처장 등 5명, 2차: 대표이사 등 3명)으로 면접전형을 실시하는 등 2015년 이후 4차례의 채용시험에서 내부위원으로만 면접위원을 구성했다”며 외부 위원이 없는 채용 절차를 문제 삼았다.

앞서 코레일네트웍스는 2014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사항에 따라 ‘비정상적 인사관행 개선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같은 해 7월까지 「인사규정 시행세칙」 등을 개정해 면접위원에 외부위원 배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레일네트웍스는 2017년 4월까지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지 않은 채 내부위원으로만 면접을 진행했다. 채용 절차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을 어긴 채 채용을 지속해 온 셈이다.

감사원 지적사항이 나오자 지난해 9월 코레일네트웍스는 전문직 및 기술직 면접전형 시 외부위원 배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앞서 지적한 가족 채용이 의심되는 이들은 전문직이나 기술직이 아닌 매니저, 총괄매니저, 위탁역장 등 일반 역무 업무(현업직)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위원 배정을 모든 직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본지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 제기에 대해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묵묵부답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전문가 “조사위원회 통해 사실 관계 밝히고 정규직화 명단 배제시켜야”

전문가도 코레일네트웍스의 대거 가족 채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연구부원장은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가족 채용 의혹에 연루된 규모로 봤을 때 합리적 의심과 문제점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 부원장은 “사측에서는 정규직이나 좋은 조건의 자리가 아니라고 특혜가 항변할 수 있다”면서 “코레일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내부 정보나 입김 등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 부원장은 드러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3자 기구를 통한 투명한 조사를 제시했다. 그는 “시민사회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채용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부원장은 “이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채용된 사람이 있다면 인사 조치까지 포함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채용 과정의 문제점이 없다면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가 먼저 나서 제3자 기구에서 공개적인 실태 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부원장은 일례로 서울메트로 정규직 전환 과정을 들었다. 그는 “구의역 사고 발생 이후 서울메트로는 외주 용역 업체에 고용돼 있는 사람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친·인척이나 친분 관계에 의해 채용된 사람들을 조사위원회를 통해 걸러냈다”고 말했다. 당시 채용 비리로 의심되는 사람에게는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오 부원장은 “채용 비리 의심자의 80~90%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배제됐고 이의 신청을 제기했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소수만 구제됐다”고 밝혔다.

오 부원장은 이러한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인척 관계에 있더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입사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채용비리로 매도돼 비판받을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우 현재 정규직 전환 절차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단계다. 정상적으로 입사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입장도 헤아려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도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이 의원은 “현재 공공기관들에서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기존 기간제 채용된 가족 등이 정규직까지 된다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는 사람들은 배제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철도노조 “채용비리 척결은 노동적폐 청산…당국 진상 조사 필요”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철도분할민영화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철도 업무를 광범위하게 외주화한 결과가 대규모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풍문으로만 돌던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친인척 관계가 사실로 드러나자 씁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철도공사는 노사전문가회의를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직접고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사 채용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더 이상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공개채용방식을 통한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채용비리를 척결하는 것은 또 다른 노동적폐를 청산하는 길이다. 채용비리를 척결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 드러난 의혹에 대해 관계당국의 철저한 진상 조사 및 관련 책임자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철도노조 관계자는 “최근 권익위로부터 채용비리 제보 관련 사실관계 확인 차 연락이 왔다”며 “2~3주 가량 제보 내용을 검토해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권익위 관계자가 밝혀왔다”고 전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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