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오너 감싸기에도, 밝혀지는 정황

허창수 GS그룹 회장, 미르재단 출연 앞두고 관련 사항에 대한 보고자료 받아봐

한일 재계회의 참석으로 허창수 회장 보고받을 기회 없었다(?)… 설득력 떨어지는 주장

일본에서 가진 허창수 회장과 오너들의 술자리, 청와대 특별지시사항 이야기 정말 없었나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2·구속기소)씨가 실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허창수(69) GS그룹 회장을 향한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관련 사안에 대해 법정증언에 나선 GS 임원은 허창수 회장이 당시 GS그룹의 재단 출연에 대해 미리 인지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정황상 정반대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주간한국>은 제2710호 ‘허창수 GS회장의 아직 풀리지 않은 최순실 재단 출연 의혹’ 제하의 기사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 개입과 관련돼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본지는 해당 보도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주도로 이뤄졌고, 허창수 회장은 당시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었던 만큼 재단 출연 사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고 보다 깊숙이 관여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여러 합리적 근거를 들어 제기한 바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와 같은 해 검찰조사에서 재단 출연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으며, GS그룹이 미르재단에 자금을 출연한다는 사실도 재단설립 마지막 단계가 돼서야 뒤늦게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보도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GS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증언에 나섰던 여은주 ㈜GS 부사장은 의혹만 더욱 증폭시켰다.

당시 재단 출연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특별지시사항’으로 전경련에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에, 정황상 허창수 회장이 재단 자금 출연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 GS그룹 측은 전경련에 지시를 받아 재단 설립에 자금을 출연한 전례가 없었고, 미르재단 자금 출연 분담금이 기존 21억원에서 5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그룹의 미르재단 출연 소식은 자신이 지난 2015년 10월 23일 먼저 접했고, 허창수 회장과의 협의나 그의 지시 없이 정택근 GS 부회장(당시 사장)의 전결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여은주 부사장의 법정증언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택근 GS 부회장(당시 사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에 대해 허창수 회장과의 사전논의 없이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여은주 부사장은 허 회장이 재단 출연 사실에 대해 사후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재단 출연은 자신과 정택근 부회장의 선에서 마무리 됐을 뿐, 허 회장은 출연 과정에 관여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여 부사장은 당시 허창수 회장이 해외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보고할 기회가 없었고, 출장이 끝난 뒤에서야 재단 출연에 대해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본지가 지난 보도에서도 지적했듯이 허 회장이 당시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4일 간 일본에 체류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일본 입국날짜는 2015년 10월 24일이었다.

여은주 부사장이 GS그룹의 미르재단 출연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던 10월 23일에는 허 회장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었던 만큼 관련 보고를 하거나 논의할 시간은 있었다.

더욱 주목해볼 부분은 허창수 회장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한일 재계회의에 허 회장을 수행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박찬호 전 전무였다. 이 회의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주최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전경련이 대표로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허 회장과 일본에 동행했던 전경련 관계자 두 명은 이미 허창수 회장이 미르재단 출연에 대해 깊숙이 관여돼 있었고, GS의 자금 출연의 중심에 허 회장이 있었다는 본지의 의혹에 대해 해소시킬 수 있는 설명을 해줬다.

지난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는 이승철 전 부회장과 박찬호 전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미르재단 출연 경위 등에 대해 자세히 증언해주면서, 당시 재단 출연에 관해 허창수 회장과 겪은 일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두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이승철 전 부회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회의를 마친 후 미르재단 설립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시기 허창수 회장에게도 관련 건이 보고가 됐다고 증언했다. 그 보고 시기는 2015년 10월 21일에서 10월 24일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검찰 측이 확인한 전경련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 중 지난 2016년 9월 23일자 수신된 메일의 첨부파일에는 ‘20151021_회장보고자료.hwp’라는 이름의 파일이 담겨 있었다.

이는 제목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이 2015년 10월 21일 전경련 회장에게 보고되는 자료로, 메일 발신자와 수신자가 전경련 직원들이었다. 자료는 가칭 한류문화재단 설립 추진 계획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이는 곧 미르재단 설립을 의미했다.

그만큼 이미 허창수 회장은 미르재단 설립에 대해 10월 21일경부터 전경련으로부터 보고받고, 자사를 포함해 재단에 자금을 출연할 기업들까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허창수 회장은 한일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던 지난 2015년 10월 24일 당시에는 이미 GS그룹을 포함한 전경련 주요사들의 재단 출연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승철 전 부회장은 당시 회의 일정이 빠듯해 미르재단 설립 및 청와대의 추진 사업이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법정증언했다.

그러나 이 전 부회장은 미르재단에 대한 GS그룹의 자금 출연에 대해 “그때는 (허 회장은) 이미 알고 계신 사항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자금 출연금이 증액된 부분에 대해서도 허 회장에 보고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찬호 전 전무 역시 미르재단 설립 및 자금 출연에 대해 허창수 회장에게 언제 그리고 누가 보고를 했는가라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재단설립 취지를 전하고 나서 허 회장에게 보고가 이뤄졌고 보고자는 이용우 전 전경련 상무였다고 증언했다.

정리해 보자면 허창수 회장이 미르재단 설립과 GS그룹의 미르재단 자금 출연에 대해 뒤늦게 파악했다는 점은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2015년 10월 21일 허 회장은 미르재단 설립 등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고, 이에 한일 재계회의 참석 시기에는 관련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일 재계회의 참석에 하루 앞선 2015년 10월 23일 여은주 부사장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이 전경련 박찬호 전무 등으로부터 미르재단 출연과 관련된 요청을 받았고, 다음날 허창수 회장 등은 일본으로 출국했다.

지난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이승철(왼쪽) 전 전경련 부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연합)
일본행 첫날 허창수 회장을 비롯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나 지창훈 전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 회의에 참석한 전경련사 대기업 오너들은 일본 경단련 회장단과 친선 골프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골프회동 이후 이들 오너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 술자리를 가졌다. 오너들끼리 모인 골프회동과 술자리에서 보통 사업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겠지만, 정황상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회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특별지시사항인 미르재단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허 회장이 현재도 전경련 회장으로 건재한 만큼 당시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명확히 대답해 줄 오너들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향후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허창수 회장이 재단 설립 및 출연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청와대 요청을 기업들이 거절하기 어렵다”라며 소극적 참여에 불과했다는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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