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불출석, ‘관행’ 사유 받아들여질까… 국회위증 혐의, 공소기각 사유 있다는 禹

禹, 국감 불출석에 업무특성·검찰수사 영향 사유들어

국회위증 혐의, 관련 증인의 신문까지 철저히 거치며 혐의 입증 자신하는 檢

“수사의뢰서와 고발장은 명백히 다르다”며 대응논리 마련한 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우병우 재판 바로보기⑥]에 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제7항과 제8항은 각각 우병우(51·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무단으로 불출석한 혐의 그리고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다.

우선 국회 국정감사 불출석 혐의는 지난 2016년 10월 21일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출석을 요구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 고의로 출석요구서의 수령을 회피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당시 우병우 전 수석 측은 국회의 출석 요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상 국감에 나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특히 우 전 수석 측은 이와 같은 불출석 사유에 추가해 당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감장에서의 자신의 증언이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당시 우 전 수석은 처가의 강남 부동산 매매와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가족 회사 자금유용 등의 개인비위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또 당시 야당 측에서 우 전 수석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했고, 당시 2016년 10월 21일 국감을 ‘우병우 국감’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은 당시 우 전 수석의 불출석 사유 중 개인의 검찰 수사 중이라는 점은 기존 판례 등에 따라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9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내려진 판례(사건번호 2005노3760)가 이 부분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해당 판례는 국정감사에 출석 요구를 받은 당사자가 출석을 거부했고, 그 사유가 국감 현장에서 자신의 진행 중인 재판에서의 범죄사실 등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라면, 이는 단지 국감 출석 후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제가 될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증인으로서의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검찰 측 주장에 우병우 전 수석 측 변호인단은 당시 우 전 수석이 ‘증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상 불출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우 전 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 나가 답변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뿐, 증인으로 특정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령 우 전 수석이 증인으로 채택돼 소환 요구를 받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출석요구서가 우 전 수석에게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자신의 업무특성 등을 사유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사진=연합)
또 우 전 수석 측은 그동안 민정수석이 국정감사에 불출석 하는 관행이 있었고, 기존 민정수석들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이를 고발한 사례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 정부의 조국 민정수석 역시 지난해 11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고, 조국 수석은 ‘업무 특성상 자리를 비우기 힘들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우 전 수석 측은 이런 조국 수석의 불출석 사유 내용이 당시 우 전 수석의 국감 불출석 사유와 다르지 않고, 국회는 조국 수석에 대해서는 고발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설령 국회 위증이 맞더라도… 공소기각 사유의 가능성도 있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2016년 12월 22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는 세월호 수사팀에 대한 외압 관련 허위증언 내용이다.

우 전 수석은 당시 청문회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청와대 상황실과 해경 간의 교신기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개입해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의를 받았다.

이는 지난 2014년 6월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경 서버를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의혹이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세월호 수사팀에 전화를 한 것은 맞다고 증언했다. 다만 외압을 행사하려던 것이 아닌 단순히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측은 당시 우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윤대진 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을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거쳤다.

윤대진 검사는 당시 일을 회상하면서 우 전 수석으로부터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이에 이미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가 돼 있어 불가피하다고 답하자, 우 전 수석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윤대진 검사의 증언 그리고 압수수색을 한창 진행 중인 수사 검사에게 상황 파악을 위해 긴급히 전화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살펴봤을 때, 우 전 수석의 청문회에서의 증언 내용은 명백한 위증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측은 “민정비서관이 수사팀장에게 직접 전화한 것 자체도 문제고 민정비서관의 직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해경의 녹음파일을 (검찰이) 압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점을 감췄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피고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관련된 허위 증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 측은 당시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우 전 수석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우 전 수석 측의 국조특위 위증죄 관련 공소사실은 설령 위증이 맞다고 할지라도, 애초에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우 전 수석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국조특위 측이 우 전 수석이 위증을 범했다며 특검에 고발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조특위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고발을 했고, 이는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에 대한 정식 고발은 국조특위 활동기간이 종료된 지 무려 약 3개월 후인 지난해 4월 11일에야 이뤄졌다. 때문에 법률상 관련 혐의에 대한 재판이 본안 심리도 없이 종료돼야 정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국조특위 측이 지난해 1월 11일 활동기간이 종료되기 직전 우 전 수석 등의 국회 위증 부분에 대해 고발하기로 의결을 냈지만, 이는 단순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한 행위일 뿐 정식적인 고발장 형태로 검찰에 제출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 전 수석 측은 수사의뢰서와 고발장은 명백히 달라 원칙적으로 국조특위가 제출한 수사의뢰서로 적법한 고발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 측 변호인단은 “수사의뢰서와 고발장은 수제번호와 고발번호가 따로 주어지는 것과 같이 명백히 다른 것”이라며 “국회에서 보낸 문서에 (우병우 전 수석을) 고발할 것이라는 수사의뢰를 기재했다는 이유는 (고발이 성립된다는 데) 납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의뢰서에 위증과 이에 대한 처벌을 구한다는 의사가 반영돼 있을지라도, 고발에 대한 의원들의 구체적인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누락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우 전 수석 측은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혐의로 당시 국조특위의 고발을 통해 기소된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최근 공소기각을 내린 점을 주장에 대한 근거로 들었다.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연합)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말 이임순 교수에 대한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고발의 적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국조특위가 활동 기간 종료로 존속하지 않게 된다면 특위의 재직위원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라며 그에 대한 특검 측 공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지난 2016년 11월 17일부터 지난해 1월 15일까지의 국조특위 활동 기간이 지난 뒤 국회 본회의에서 결과보고서가 의결된 2017년 1월 20일까지 고발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 교수에 대한 고발은 2017년 2월 28일에야 이뤄졌다며 고발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이임순 교수의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 혐의의 경우는 명백히 다르며, 관련 고발은 국조특위 활동기간 이전에 행해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우 전 수석 측이 정식 고발 시점이 지난 4월 11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검찰은 1월 11일 국조특위가 수사의뢰서 제출한 시점부터 고발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명칭 자체는 수사의뢰서이지만, 기소를 해달라는 취지로 처벌을 구하는 의사가 명백히 표시돼 있었고 (우병우 전 수석의) 국회 위증이 포함돼 있었다”라며 “위증 부분은 기본적으로 포괄적 형태이기 때문에, 피고인(우병우 전 수석)이 당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의 위증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가 담긴 수사의뢰서가 활동기간 중 적법하게 접수됐다”라고 밝혔다.

당시 국조특위가 검찰 측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는 명칭만 수사의뢰서일 뿐,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위증 등의 죄’와 15조 ‘고발’ 조항이 적시돼 있었다. 고발 이유와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가 수사의뢰서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적법한 고발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8개월 간의 재판 취재 후기

본지 기자는 지난해 6월 이 사건 재판의 첫 증인신문부터 거의 매 재판 방청에 빠짐없이 참석, 지난달 29일 진행된 결심공판까지 나름대로 철저한 취재를 거쳐 왔다.

우병우씨는 본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본 기자와 재판정 복도나 화장실 등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는 재판 초기 거의 항상 검사들과 변호인들보다 일찍 재판정에 도착해 당일 재판 내용에 대해 미리 살펴봤고, 변호인들에게 증인 신문 사항을 직접 체크해 주는 등 재판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상대인 검사들이 재판정에 들어왔을 때 마치 후배 검사들을 바라보는 얼굴로 째려보거나, 검찰 측에서 추가 질문을 이어갈 때 어이없다는 식의 웃음을 보이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에 대한 구속수사 이야기가 크게 거론되던 날, 오후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재판정 복도 구석에서 5분여 간 창밖을 바라보며 고민 섞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우병우씨는 다른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마치 첫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와 네 번째 포토라인에 섰을 때 기자들을 향한 태도가 180도 바뀌었듯, 기존의 여유로움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약 9개월에 걸친 재판에서 극과 극의 우씨의 모습처럼, 이 사건에 대한 기존 특검 및 검찰 수사과정에서 부각된 부분과 실제 재판 과정에서 소명된 부분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어떤 공소사실은 우병우씨에게 굉장히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었는가 하면, 또 어떤 공소사실은 기존에 알려진 것이 실제로는 과장·왜곡돼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충분히 바로 잡혀진 부분도 있었다.

그동안의 취재를 통해 안타까웠던 점은 이 사건 재판을 방청하지 못했거나 꼼꼼히 챙겨보지 못했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기존에 알려진 부분’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언론마저 변호인들을 통해 바로 잡힌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이 기존에 알려진 부분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에만 주목했던 점도 분명히 있었다.

때문에 우병우씨를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생각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그의 죄가 무엇인지, 어떤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 물어봤을 때, ‘거만하다’, ‘기자를 째려봤다’, ‘최순실을 알면서 모른다고 했다’, ‘민정수석이면서 권력을 휘둘렀다’ 등 혐의와는 관련이 없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답변을 듣기 일쑤였다.

오는 22일 이 사건 재판에 대한 선고 전에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다수의 독자들에게 우병우씨에 대한 개인적 이미지보다, 그에게 주어진 공소사실에 관한 구체적이고 비교적 치우치지 않은 판단이 필요했고, 본지 역시 여섯 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었다.

선고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항소의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이런 시각은 항소심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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