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찬반 논란… ‘전쟁’ 터지나

의사들과 심평원은 동행 어려운‘앙숙’

심평원이 과도한 의료비 지출 막는다는 평가도 나와

의사들 “심평원의 일방적인 진료비 삭감이 문제”

지난달 23일 제40대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 선거에서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강력한 보수성향을 갖고 있는 최대집 후보가 의협 회장이 되면서 의료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대집 회장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면 미용과 성형을 뺀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의협 인수위는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를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 제한 없이 제공해야 하는데 문재인 케어는 이것을 정부가 강제로 막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케어를 찬성하는 이들은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의료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5년 기준으로 63.4%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에 비해 못한 수치다. 2014년 기준 국민 의료비 부담률은 36.8%이며 이것은 OECD평균의 2배 수준이다.

이렇게 문재인 케어 논란이 진행되는 와중에 주목받고 있는 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다. 문재인 케어를 잘 뒷받침해야 하는 기관이 심평원이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평원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심평원에 부정적인 의사들

의사들이 심평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심평원이 병원이 요청한 금액을 주로 깎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사들 중에는 “심평원이 획일화된 기준으로 전체 의사들의 행위를 간섭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심평원은 건강보험납부자(환자, 건강보험공단)와 건강보험수급자(의사 및 의료기관)사이에 있는 기관이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해주면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는다. 그런데 환자가 내는 진료비만 갖고는 충분하지 않아서 나머지 금액을 건강보험료에서 받게 된다.

병원은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돈을 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심평원은 건보공단과 병원 사이에서 병원의 요청이 적합한 지 심사하고 평가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행위 및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심평원은 병원이 보건복지부 기준을 지키는지를 확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또 심평원은 환자가 납부한 진료비가 적절했는지 평가도 해준다.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진료비가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심평원에 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심평원이 이를 확인했을 때 병원 진료비가 과잉 청구됐다면 전체 진료비에서 정상적인 진료비를 뺀 차액을 환수해서 지나치게 많은 진료비를 냈던 환자에게 돌려준다.

최근 심평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 인물이 이국종 교수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학교 병원 중증외상센터장으로 최근 심한 총상을 입은 북한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인물이다.

이 교수는 신문 기고문에서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줄일 수는 없었다”며 그들(보건복지부)의 기준은 외상외과에 적합하지 않았고 교과서를 복사해서 재심을 청구해도 묵살했다. 난 날아드는 경고를 외면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척 치료를 강행하면, 몇 개월 뒤 어김없이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차가운 진료비 삭감 통지서가 날아들었다”고 적었다.

의협 vs 심평원 ‘충돌’

심평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의협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의협 회장 선거 후보 시절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심평원에 대한 질문에 “제가 내세운 공약 중 심사책임제가 있다”며 “언제까지 책임을 지지도 않는 심평원의 진료지침에 휘둘려 의사의 전문성이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당시 다른 의협 회장 후보들도 심평원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했었다.

기동훈 후보는 “비(非)의학적 삭감 기준을 시행하고 있는 심평원을 투명하게 개혁해 의사가 오로지 환자의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수흠 후보는 대정부 관리 업무의 강화를 통한 심평원의 기준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 심사실명제 시행 및 심사기준 공개, 근거 없는 삭감 중단, 심평원 현지조사 개선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김숙희 후보는 “심평원의 획일적 기준이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대국민 홍보하고 정부와 보건복지부를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답변했었다.

이용민 후보는 “정부의 관치의료 행태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며 “부적절한 삭감과 환수에 단체로 대응하고 심평원에 심사 기준을 명확히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의료계 일각에선 건보공단 외에 심평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낭비라는 주장도 나온다. 모든 일을 건보공단이 하게 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심평원의 다른 약점은 청렴도가 낮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가 시행하는 청렴도 측정 조사에서는 2014년부터 꾸준히 종합청렴도 점수가 떨어지고 있다. 심평원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2014년 8.08점, 2015년 8.00점, 2016년 7.81점, 2017년 7.51점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심평원 ‘신의 직장’ 논란

심평원은 ‘신의 직장’ 중 하나다. 심평원은 근로환경이 특히 좋고, 연봉도 양호한 편이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

심평원에는 행정직, 심사직, 전산직, 연구직까지 4개 직종이 있다. 이중 심사직 직원이 가장 많다. 심평원의 특징은 여직원이 많다는 것이다. 심평원 직원 중 여직원이 많은 이유는 심사직 대부분이 여자 간호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현행 의료 시스템 하에서 건보공단 직원들과 심평원 직원들이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심평원이 건강보험료가 낭비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새 의료기술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수급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의사들이 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심평원의 심사위원들 중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계 인사 A씨는 “건강보험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의사들에게 돈을 다 지급해 줄 수가 없다”며 “심평원의 심사원칙을 의사들과 같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올해 정부의 문재인 케어 추진에 따라 대대적인 인력과 자원 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승택 심평원 원장은 출입기자협의회 신년간담회에서 올해 제1의 과제로 ‘문재인 케어 지원’을 꼽았다.

반면 의협은 올해 최대의 목표가 ‘문재인 케어 저지’인 상황이어서 의협과 심평원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문재인 케어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개편이 의료보험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을 실현하려는 정책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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