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관람료 인상에도 서비스는 ‘뒷전’

영화 관람료 인상 근거 부족해‘담합’의혹 제기돼

참여연대 ‘부당 공동행위’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

관람객 “혜택 없다” 주장…영화관 위생 심각한 수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까지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관람료를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3사는 줄줄이 영화 관람료를 인상해, 담합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는 담합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이들은 각종 관리비 및 임대료 등이 인상돼 불가피하게 영화 관람료를 조정하게 된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영화관람료 인상 문제가 논란이 됨에 따라 24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CGV 등 3사가 영화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한 것과 관련해 참여연대가 ‘부당 공동행위’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에 따라 멀티플렉스 3사를 조사한 것이다.

영화 관람료 왜 올렸나

국내 멀티플렉스 중 1위인 CGV는 평일(월~목)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스탠다드’ 좌석 기준으로 본래 9000원이었던 관람료를 1000원 올렸다. 주말(금~일) 오전 10시부터 자정 사이 요금도 1000원이 인상됐다. 3D 및 IMAX, 4DX 등 특별관 가격도 1000원씩 오른 것은 마찬가지다.

롯데시네마도 성인 2D 기준으로 10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주중 6000원~1만원, 주말 7000원~1만2000원으로 전 좌석 같이 운영된다. A열의 경우 1000원 할인 정책이 계속 적용된다.

메가박스의 성인 일반 시간대(13시~23시 전) 관람료도 1000원 인상됐다. MX관, 컴포트관에도 1000원 인상된 관람료가 적용됐지만 더 부티크, 더 부티크 스위트, 키즈관, 발코니석 등의 특별관은 기존 요금과 같다.

영화 관람료가 인상된 이유에 대해 CGV 관계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극장 수는 100개 가까이 늘었는데 관객 수는 2억1000만 명 선에서 정체되고 있다”며 “임차료, 관리비가 늘고 있고 리모델링이나 리뉴얼 비용은 늘고 있어서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도 “관람객 수는 정체되고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는 반면 물가상승 등으로 임차료 및 시설투자비 등 판관비가 증가돼 요금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영화 관람료 인상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각종 관리비 및 임대료 등의 인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영화 관람료를 조정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관람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담합 가능성 높아”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관람료를 올리자 참여연대가 담합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23일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 인상과 관련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독점 기업의 횡포”라며 “특히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고수익을 노린 담합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3사를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업계의 경우 지난해 기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개 회사가 국내 전체 스크린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최근 5년 새 세 번 관람료를 인상했다. 2014년과 2016년에도 CGV가 가격을 올리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따라서 관람료를 올렸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선 물가상승률이 1.9%인데 영화관람료는 약 10% 올라 지나친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영화관람료 인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상영과 맞물려 있다. 인기 있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관람료를 인상하면 대중들의 저항이 적다. 영화관람료가 인상됐지만 어벤져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관람료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멀티플렉스 업계 인사들은 이번 영화관람료 인상이 영화계 전반의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CGV 관계자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게 하고 그것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영화 관람료는 원칙에 따라 투자사, 배급사 등에 따라 나눠 갖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영화인들 중 상당수는 영화관람료 인상이 영화계 전반에 혜택을 줄 것이란 주장에 대해 부정적이다. 어차피 제작사와 이익을 나눌 때 적용하는 비율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영화계 구조를 보면 극장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 영화계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영화관 ‘불결’ 도 넘어

네티즌들 중에는 영화관람료가 인상되면 영화관 위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국내 영화관의 위생 실태와 관련된 보도가 나왔다. 이때 영화관이 매우 지저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팝콘과 쓰레기들도 문제지만 환기구 청소 상태도 문제였다.

CGV 관계자는 “청소를 잘 안 한다기보다는 상영시간이 제한돼 있으니까 상영시간 중간에는 바닥에 떨어진 간단한 쓰레기들만 짧은 시간 내에 청소를 한다”며 “전체 청소는 모든 상영 끝났을 때 별도 청소업체에서 청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도 투자와 연관이 되는데 가죽시트 좌석을 전체적으로 교체를 하면 깔끔해지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있어서 리뉴얼이나 교체시기에 맞춰 의자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영화관이 입주해 있는 임대건물에서는 공조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서 건물 관리자와 협의를 통해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좌석 및 바닥 공기질 등에 관한 내부적인 관리지침을 바탕으로 위생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항상 보다 나은 관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항상 깨끗하고 쾌적한 영화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메가박스는 가죽시트 도입 등 쾌적한 관람환경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영화관 위생 상태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해 본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달 5일과 6일, 8일과 9일에 롯데시네마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던 블로거 A씨는 “먼지가 상상을 초월하고 너무 더럽다”며 “다시는 극장에 안 올 것이라고 다짐하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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