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 포상이라면 ‘왕회장’ 몰랐을 리가…”

檢, MB 다스 실소유 혐의 입증에 진술∙증거 ‘충분히’ 확보한 상태

상식적 차원에서 ‘다스=MB 실소유’ 주장 맞지 않다는 반박 제기

“다스가 MB 소유였다면, 대권 뜻 있던 정주영 회장이 가만히 놔뒀겠나” 주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이명박(76∙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문제를 두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검찰 측은 이미 관련자 진술과 유의미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고 다스의 설립부터 성장까지 전 과정을 파악한 상태다. 때문에 이 법인이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점을 입증해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보다 상식적 측면에서 접근하며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검찰 측 주장을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을 풀기 위해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다스 인지 여부에 대한 쟁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16가지 혐의 중 단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쟁점은 ㈜ 다스(DAS)의 실소유주 문제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이며, 이 법인의 설립 경위는 지난 1985년경 그가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적시하고 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故)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그룹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포상의 의미로 그에게 현대자동차로부터 안정적 물량을 독점 수주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하청업체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김성우 당시 현대건설 관리부장(훗날 다스 사장)에게 “내가 자동차 부품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키우려고 하니, 회사를 하나 설립해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성우 전 부장은 현대건설 부하직원인 안 모씨와 함께 현대건설을 퇴사했고, 다스 설립을 준비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성우 전 부장에게 다스 창업 준비자금을 제공하는 등 회사 설립 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7월 김성우 전 부장을 다스의 이사로, 1996년 11월에는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어 지난 1989년 8월에는 현대건설의 직원이었던 권승호씨를 퇴직시켜 다스 관리차장으로 입사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승호씨는 이후인 지난 2006년 4월 다스의 전무이사로 승진한 바 있다.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은 다스 회장, 고 김재정씨. (사진=연합)
그런데 검찰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당시 현대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만큼, 사내 임원들과 이해충돌에 따른 문제제기가 있을 것을 대비해 다스의 주주명부에는 처남 고 김재정씨를 차명으로 등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후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8월경 다스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법인의 주주명부에 김재정씨와 그의 친형인 이상은씨를 역시 차명으로 등재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다스 주식 2만 6400주를 김재정씨 차명 소유에서 이상은씨 차명 소유로 그리고 나머지 1만 2400주를 김재정씨 차명 소유에서 자신의 친구인 김 모씨의 차명 소유로 각각 이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혐의는 여러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가 확보된 만큼, 검찰 측의 혐의 입증에 특별한 애로사항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공소사실 중 다스의 설립 초기에 발생한 사건들에 있어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스 설립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된 1985년경, 현대자동차는 자사 생산 제품인 포니의 누적 생산대수를 50만대를 돌파했지만 미국 수출 실적이 좋지 않아 생산을 중단하던 시기였다.

당연히 당시 현대차의 입장에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따른 회사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동시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산 부품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부품의 국산화를 시도한 회사에게 기술이전이나 공장이전 등의 특혜를 부여했다.

그런데 만약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공로에 따른 포상이라는 순수한 의미로 설립된 ‘국산’ 자동차 부품회사라면, 이 전 대통령이 이런 다양한 특혜를 뒤로한 채 법인을 차명으로 가질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논쟁거리가 될 만한 쟁점은 또 있다. 다스의 설립이 정세영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그 동안의 공로에 대한 포상의 의미로 다스 설립을 제안한 것이라면, 당시 현대건설에서 여전히 건재하던 고 정주영 회장 역시 이를 모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왕회장 일가’ 중 한 사람이었지만 엄밀히 정세영 전 회장은 당시 현대자동차 소속으로, 현대건설 대표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포상의 개념으로 법인 설립을 제안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정주영 회장의 승인내지 인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왼쪽부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회장,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사진=연합)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하거나 소유한 법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만큼, 당시 정주영 회장 역시 다스를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자신의 첫번째 재판에서 “1985년 제 형님(이상은)과 처남(김재정)이 회사 만들어서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에 참여했다”라며 “저로서는 친척이 관계 회사를 차렸다는 게 비난의 염려가 있어서 만류했지만, 당시 정세영 회장이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 차원에서 하는 건데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니고 형님이 하는 것이니 괜찮다며 정주영 회장도 양해했다고 해서 시작했다”라고 밝힌바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아무리 당시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의 대표이사였다고 할지라도, 사적인 회사 설립을 위해 김성우 전 사장 및 권승호 전 전무이사 등 현대건설 주요 직원들에 퇴사를 지시한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1990년대 초반 정주영 회장은 주변인들에게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고, 현대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친인척들에게 향후 선거 후보 검증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점들을 전부 정리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검찰 측 공소사실이 맞다면 정주영 회장 역시 다스의 정체와 이 법인이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설립됐다는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다스가 향후 대선 후보 검증과정에서 잡음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 회장이 이를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주영 회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며 두 사람의 사이는 크게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연합)
그런데 현대차가 이후에도 다스에 대한 수주를 지속해 왔다면 검찰 측 공소사실과는 다르게 정 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다스와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이 전 대통령과 다스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검찰 측은 당시 정주영 회장은 다스의 설립 사실과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문제에 대한 혐의 입증에 정 회장의 당시 인지 여부가 큰 비중이 있다고 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통해 비자금 조성 등의 개인 수익을 창출하려 했던 만큼, 법인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철저하게 비밀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이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