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판례로 소송 승부수

지난 7월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소속회원들이 '최저임금 5인 미만 사업장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지난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시급인 7530원보다 10.9% 인상된 수치다. 작년 16%가 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이어 급격한 상승률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계부담’을 느끼는 것은 소규모 고용주들의 몫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적법한 방법을 통해 ‘국민 저항권’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기본급에 한정된 것으로, 각종 수당 및 주휴수당은 따로 추가해야 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시급은 최대 약 1만200원에서 1만2000원까지 오른다. 편의점 기준으로 인상된 임금을 적용하면 알바생은 174만원, 점주는 약 13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고용주가 피고용자보다 적은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초강수를 두는 이유다.

하지만 최저임금 위반은 지불 능력이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보급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결정 불복 선언에 이어 구체적인 대응 방안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분과위원장은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으로 인정받는 소정근로시간이 포함된 것이 문제”라면서 “법에 근거한 노사 간 자율적인 표준근로계약서를 준비하여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주휴수당으로 인정되는 시간이 실제 일한 시간에 포함될 수 있느냐’다. 주휴수당은 노동자가 주 40시간을 근무하면 추가적으로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여 임금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 때문에 근로자는 주당 40시간을 일하면 48시간 근로를 인정받아 임금을 받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주장의 핵심 근거는 지난 7월 4일 법원의 판례다. 경비원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지불 소송인데, 1심은 최저임금보다 적게 준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1100만원 추가 지급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1심 판결보다 적은 897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의 결정은 더 주목할 만하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수준의 돈을 주면 안 된다면서도,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례를 통해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에는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을 포함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소정근로시간의 법적 정의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보통 주 40시간 근로를 소정근로시간 개념으로 간주하는데, 월 단위로 환산하면 174시간이 된다. 따라서 주휴수당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근로시간에 따른 급여도 줄어든다. 주휴수당이 지급되더라도 일한 만큼의 기본급여만 지급되고 주휴수당 금액만 추가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전에 내려진 이번 판례에 주목한다. 현 제도는 주휴수당이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돼 기본급 자체가 오른다. 김대준 분과위원장은 “이런 법적인 부분을 고용노동부에 계속 이야기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근로감독기준을 따르지 않고 법에 근거하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행사가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월환산금액 계산 방법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의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확정하고 월환산금액을 고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기준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있다. 주휴수당이 소정근로시간으로 포함될 수 있느냐의 적법성을 따지는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충분한 법률 검토를 바탕으로 표준근로계약서에 기존의 검토사항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을 진행 중인 곽훈 변호사는 월환산금액 계산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기본급으로 들어갈 시간까지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곽 변호사는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금액만 추가돼야 하는데, 실제 일한 시간까지 8시간을 늘려서 기본급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실제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금액이 산정된다는 의미다. 이어 “과거 이와 비슷한 하급심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대법원 판례로 나온 것은 의미가 깊다”며 “이번 소송에 적용 가능한 판례이기에 유리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소송이 ‘적법하다’고 판결되면 표준근로계약서는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월 소정근로시간’ 산정 방법에 한해 적용 가능하다. 실제 일한 근로시간의 기본급과 주휴수당 금액만 인정받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변경에 대해 곽 변호사는 “일부 수당의 기본급 편입에 관련해서는 법 자체가 위헌이 아닌 한 따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소상공인연합회의 핵심 주장이다.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일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업종별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세업자에겐 인건비가 중요하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인건비를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 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전반적으로 영세업자는 수입이 적고 카드수수료 등이 높다.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상대적인 역차별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러 요소들을 감안하여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도 고려할 만하다는 뜻이다.

관련 소송의 선고 기일은 8월 중순이다. 항소 시에는 연말까지 법정 다툼이 이어질 예정이다.

천현빈 기자

<박스> 김동진 노무법인 글로벌 대표 일문일답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은 무효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피해가려는 소상공인연합회의 ‘묘안’은 과연 승산이 있을까. 김동진 노무법인 글로벌 대표와 핵심 쟁점에 대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서 뺄 수 있는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르면 주휴수당은 ‘소정근로일을 개근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주휴수당이 위 공통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소상공인연합회 측의 관련 주장은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노사 자율 표준근로계약서를 소상공인들에게 일괄 적용할 수 있나.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이 연대해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기로 하더라도 개별 근로자까지 강제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본다.”

-현장 근로감독기준이 바뀔 것인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변경될 가능성은 있는지.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를 명확히 하여 법적 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번에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의 최저임금 산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법과 같이 노·사가 함께 합리적 방향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점진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최저임금에 대한 업종별 차등 적용 가능성은 있나.

“최저임금법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 기준과 구분) 제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에 맞게 노·사·정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지침이 강제성을 갖는 법률적 근거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라고 규정한다. 동법 제28조(벌칙)에 따르면 최저임금 지급 위반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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