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재벌 사례와 오버랩돼 관심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포스터. 사진=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는 갑(甲) 질과 마약, 살인 청부 등 온갖 일탈을 저지르다 수감된 범죄자들이 형 집행정지를 받은 뒤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닥터 프리즈너의 황인혁 PD도 “제작 동기는 ‘형 집행 정지 제도’다. 말 그대로 재소자 중 형을 더 이상 집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형을 집행 정지시켜 주는 제도”라고 밝혔다. 공교롭지만 현실에서도 기득권층의 형 집행정지 사례들이 많다 보니 닥터 프리즈너 시청자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나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잇따르는 특혜성 시비

재벌일가나 유력 정치인 등이 구속된 뒤 형 집행정지를 받고 풀려날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 형 집행정지의 대부분이 심각한 건강 악화를 이유로 진행되는데 ‘특혜성 아니냐’는 시비다. 한쪽에서는 “형 집행정지는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지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은 “구속집행정지, 형집행정지를 받는 건 하늘의 별 따는 것처럼 어렵다 . 주로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수감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 때 “형 집행정지가 취지와 달리 도피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집행정지 결정과 제도운용 과정에서 자의적이고 부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사후적 사법통제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 당사자들이다. 닥터 프리즈너에서도 여대생 살인 청부 혐의를 받은 재벌가 사모님이 형 집행정지를 받는데, 둘의 경우가 사뭇 비슷하다.

이른바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의 주범 A 씨의 형 집행정지를 위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B 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됐다.당시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배임과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 등으로 기소된 B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들과 공모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A씨의 주치의도 원심판결과 같은 벌금 500만 원을 받았다. A씨는 여대생이 자신의 사위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해 청부업자에게 살인을 지시한 혐의로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지만 2007년에서 2013년까지 형 집행정지 결정 등을 받으며 수형 생활을 피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B회장과 A씨 주치의는 A씨의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는 대가를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13년 구속 기소됐다. 1심은 B회장 징역 2년, 주치의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B회장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치의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했다.

두 번째 사례는 ‘황제보석’논란을 일으켰던 C회장이다. 황제보석 논란을 빚다가 재수감됐던 C회장은 최근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C회장은 질병을 이유로 구속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다음 해에는 건강상 사유로 법원에 보석을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법원이 정해준 집과 병원을 벗어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꾀병’의혹이 제기됐다.

보도 이후 C회장의 보석이 정당한지 여부가 문제로 불거졌고, 결국 법원이 보석 취소를 결정해 C회장은 지난해 12월 재수감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C회장은 “술집은 가 본 적이 없다”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신청만 해도 ‘논란’

대표적인 두 사람 외에도 재벌가나 정치인 등의 형 집행정지는 신청 사실만 알려져도 절차와 정당성을 떠나 의혹과 논란이 된다.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국민들의 낮은 신뢰도 때문이다. 실제 지난 17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결수로 신분이 전환된 첫날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한바탕 정쟁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확정된 형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건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약 2년 만이다.

그러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견 대립이 펼쳐졌다. 대한애국당 박태우 사무총장과 인지연 수석대변인은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형 집행정지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이 형 집행정지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고, 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형집행정지 신청은 법적 권리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그보다 앞서 건강 악화로 형 집행정지를 받은 D회장과 E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들 사례들처럼 형 집행정지 일부가 정의보다 권력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보니, 닥터 프리즈너라는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닥터 프리즈너라는 드라마에서만큼은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권력가가 아프면 대부분의 사람들은‘편견’부터 갖는다. 닥터 프리즈너가 인기를 얻는 것도 과거 사례와 겹쳐 보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휘호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