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품은 물론 바깥 공기를 통해서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시대.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그에 따른 갈등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환경 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알아두면 좋을 환경법은 무엇이 있을까. <주간한국>과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살펴봤다. 구성은 각 소송의 판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했다. [편집자주]

2012년 경남 김해시. 김모씨는 15년여 운영해온 한우 사육농장의 문을 닫게 됐다. 소들이 유산과 사산 등의 피해를 지속 입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씨는 농장 근방의 철로를 의심했다. 2010년 ‘부산신항만 배후철도’가 개통, 열차가 다니게 되면서 소음과 먼지 등이 발생한 게 피해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김씨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농장주

“제가 1996년 이전부터 한우 사육농장을 운영했습니다. 한동안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인근에 철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말이죠. 철도가 다니기 시작한 2010년부터 소들이 유산, 사산, 성장지연, 수태율 저하 등 온갖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다고요. 저의 재산상 피해는 결국 철로를 건설한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를 운행하는 코레일 때문입니다. 이들이 제 손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요.”

코레일

“억울합니다. 철도가 다니다보니 소음과 먼지 등이 발생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소들의 피해가 과연 그 때문인지 확정할 수 없지 않나요. 설령 영향을 일부 줬다고 할지라도, 과연 소음 등의 정도가 소들에 유산과 같은 피해를 입힐 만큼 컸는지도 알 수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해당 농장은 철도뿐만 아니라 항공기 소음에도 노출된 것으로 압니다. 따라서 농장의 피해가 반드시 우리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1·2심 재판부(2014·2015년)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철도의 소음 및 진동의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 초과 여부로 보입니다. 그래서 재판 이전에 해당 철도의 소음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측정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최대 소음도는 63.8~81.8㏈(A), 5분 등가소음도는 51.0~67.7㏈(A), 최대진동도는 39.5~67.2㏈(A), 5분 등가진동도는 29.0~43.7㏈(A)로 나오더군요. 이는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을 초과한 수준이 아닙니다. 철도가 그 정도 소음을 내는 것은 문제가 없단 것이지요.

하지만 환경 피해에 따른 보상 기준을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정부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규정을 보면 소음이 60㏈(A), 진동이 57㏈(A)을 초과할 시 가축피해가 인정됩니다. 이 점에 비춰보면 철도로 인해 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코레일측 말대로 농가 위에 항공기가 다니기도 해요. 그렇지만 철도가 농가와 훨씬 가깝잖아요. 농장 소들에 입힌 피해의 정도는 철도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 재판부는 농장주 측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다만 손해보상액은 농장주 쪽이 요구하는 수준의 90% 정도로 제한할게요. 코레일뿐만 아니라 이 철로 건설에 참여한 현대산업개발 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여서요.”

대법원(2017년)

“철로를 만들고, 철도를 운행하는 데에 과실이 있지는 않네요. 농가에 대한 피해가 고의성을 띄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말이죠,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르면 환경오염으로 인해 사업장 등지가 피해를 입는다면,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오염의 원인자는 피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는 2011년 대법원 판례기도 합니다.

민법758조 제1항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철도를 설치하고 보존 및 관리하는 쪽은 그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미흡한 보존과 관리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관련 배상을 꼭 해야만 합니다.

철로와 철도 등 공작물이 본래의 목적대로 이용되긴 했지만, 소음 등이 사회 통념상 참아내야 할 수준을 넘겨선 안 됩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농장과 철로 사이의 직선거리가 62.5미터에 불과했어요. 가까운 거리인데 코레일 등이 소음과 진동 방지를 위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은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본 재판부 역시 농장주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이승태 변호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동시에 ‘사업자’와 환경오염의 ‘원인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군요.

법원은 이 사건에서 소음·진동이 1차적으로는 열차로부터 발생하는 것이기는 하나, 열차 운행에는 철로가 필수적이고, 소음과 진동이 철로를 통해서도 발생한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 같이 판결했습니다.

눈여겨 볼만한 지점은 철도의 소음이 ‘소음·진동관리법’을 따르면 문제가 없지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규정을 따르면 기준치가 넘어선다는 점, 법원은 후자를 반영했다는 부분입니다.

실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2001년 ‘소음에 의한 가축피해 평가방안에 관한 연구’보고를 통해 소음에 의한 가축 축종별 피해 발생율을 확인한 바 있답니다. 이에 따르면 한우가 70~80dB(A)의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 유·사산, 폐사할 확률이 5~10%, 번식효율 저하 및 성장지연이 발생할 확률은 10~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코레일 등은 ‘철로 등의 공익성·공공성’ 등의 사정을 봐달라고 요청했었답니다. 하지만 법원은 봐주지 않았었는데요, 이는 농장주가 소음의 ‘피해자’임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 사건 판결을 법원 쪽에도 생각거리를 남길 듯합니다. 최근 일조·소음 판결은 ‘건설의 공익성·공공성’ 등의 사정을 들어 건축주 및 시공사의 책임을 50~60%까지 제한하고 있거든요. 환경보전을 위한 법원의 태도가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의 대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및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