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 전염’ 환자 출현 국가 점점 늘어나

중국 우한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367명이 전세기를 통해 김포공항에 도착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공식 선포한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 바이러스가 불과 며칠 만에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상을 짓누르는 두려움은 당분간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도 잇달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베트남 등에서는 사람 간 전염 첫 사례까지 등장했다. 중국이나 우한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저 세계인의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WHO에 쏟아진 ‘비난’ 화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태국과 일본, 한국 등 인접국으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그러나 WHO는 한 달도 더 지난 시점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이르러서야 이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 전세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WHO는 첫 발병 보고 이후 거의 한 달이 흐른 후인 지난달 22일에야 긴급 위원회를 처음 소집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 등을 논의했지만,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아직 국제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 내에서는 비상사태이지만, 국제적인 보건 비상사태는 아직 아니다”라며 선포를 유예했다. WHO가 비상사태 선포를 주저하는 동안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어 각국으로 확산했다. 결국 열흘 가까이 흐른 30일에서야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긴급 위원회의 회의 후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제적 비상사태임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며 중국에 대한 불신임 가능성에 대해선 명백히 선을 그어,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바이러스 감염이 본격 확산된 지난달은 중국의 설인 춘제가 있어, 수많은 인원의 국내외 이동으로 인해 감염을 더 부추겼기 때문이다.

‘셔터’ 내리는 中 진출 기업들

우한폐렴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당연히 중국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해외 기업들까지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 현지인들의 일상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 외에도 매장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식음료 매장들은 영업시간 단축이나 영업 임시 중단에서 모든 매장을 잠정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웨덴 생활용품 판매점 이케아 역시 중국에서 운영 중인 매장 30곳의 운영을 모두 잠정 중단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국내 코스메틱 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관리 지침에 따라 우한시 전체가 통제된 상황이라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전세기 이송에도 불안 여전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긴박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미국 등 국가들은 전세기를 이용해 우한으로부터 자국민을 속속 입국시키는 조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확진자도 추가로 늘고 있어 감염 확산에 대한 공포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인 367명을 실은 정부 전세기가 지난달 31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1차로 귀국한 탑승객들은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전세기 탑승을 신청한 720여명 중 약 절반이다. 이들은 1?2차 체온 측정과 보안검색, 한국 측 검역을 거쳐 ‘무증상자’만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대로 다시 검역 절차를 거쳤으며, 여기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은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나눠 수용됐다.

중국 관광객의 입국 금지 등 초반부터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는 북한은 우한폐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한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앞서 북한은 중국과의 국경을 통제한 데 이어 러시아와의 국경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남북 연락대표간 협의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9일 1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일본인 206명 중 3명이 우한 폐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달 30일 감염자 3명 중 2명은 발열 등의 증상이 없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우현 폐렴 감염자는 11명으로 늘었다.

중국 우한시에 체류하고 있던 미국인 200여명도 전세기에 탑승해 지난달 29일 미국으로 귀국했다. AP통신,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우한에서 미국인 201명을 태운 미국 전세기는 이날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AP에 따르면 이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추가 검진을 받고 공군기지 내 임시 주택에 수용됐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람 간 전염 첫 사례가 발생해 여론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A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여섯 번째 우한폐렴 환자는 중국에 다녀오지 않고 감염된 미국 내 첫 사례 환자다. 그는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우한폐렴에 감염된 60대 시카고 환자의 남편으로 밝혀졌다. CNBC에 따르면 미국은 사람 간 우한폐렴 감염 사례가 나온 다섯 번째 국가다.

호주는 뉴질랜드와 우한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을 데려오는 데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두 국가는 호주 콴타스 항공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 자국민 대피에 나섰지만, 대응 방식에는 온도차를 보였다.

호주는 우한에서 철수시킨 국민들을 이민자 수용 센터로 악명높은 인도양의 ‘크리스마스 섬’에 보내 최장 2주간 격리할 예정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철수한 뉴질랜드인들을 크리스마스 섬에 격리하지 않고, 뉴질랜드 내에 격리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격리 장소나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랑스와 영국 등도 전세기 편으로 데려온 자국민을 별도의 의료 시설에서 2주가량 격리해 예후를 지켜볼 계획이다. 프랑스는 우한행 첫 전세기를 지난달 29일 이륙시켜 그곳에 고립된 200여명의 자국민을 데려왔다.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인 14일간 별도로 마련한 의료시설에 이들을 격리해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인도도 우한에서 자국민 300여명을 곧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우한 폐렴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인도는 환자를 격리한 뒤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한에서 자국민 철수를 위해 에어인디아 소속 항공기 2대를 투입시킬 예정이다. 수도권의 군 관계 시설 등에는 철수한 자국민을 14일간 격리할 공간도 마련했다.

인도에는 의료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이 많아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날 경우 순식간에 감염이 확산될 소지가 다분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20개 공항에 방역 부스를 세우고 중국에서 오는 승객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