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지역사회 충격

지난 2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보건소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진정국면에 들어서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하루아침에 전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대구에서 ‘슈퍼 전파자’로 추정되는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지난 20일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발병이 타 지역으로까지 이어지며 집단 감염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로 많은 이들은 신천지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신도들에게 보낸 ‘특별편지’에 “코로나19 사태는 마귀의 짓”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신천지 신도들의 행동 반경이 넓은 데다, 자신이 신도임을 숨기고 사람들과 접촉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사실상 방역망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21일 기준 전국 확진자는 대구 126명, 경북 27명, 서울 20명, 경기 14명, 광주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우한교민 2명, 충남 1명, 충북 1명, 제주 1명, 인천 1명, 전남 1명으로 총 204명이다. 같은 날 오전에 52명, 오후에 48명이 추가 확진돼 하루만에 100명이 늘어난 것이다.

軍에서도 속출, 성역 실종됐다

확진자 발생이 수도권과 대구 경북을 넘어 광주광역시 등 전국으로 퍼지면서, 코로나19 안전지대는 더 이상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이 1만4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강원지역만이 유일한 청정지역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국군까지 방역망이 뚫리면서 확진자는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청정지역 충북의 육군부대 소속 대위가 신천지 신도인 여자친구와 접촉한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1차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이날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밤 육군 특수전사령부 모 여단 소속 A대위는 코로나19 검사에서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후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외에 신천지와의 연관성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대구를 방문한 제주특별자치도의 현역 사병과 공군 대구 군수령부 소송 중위 1명도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서울·경기, ‘신천지 폐쇄’ 특단조치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울특별시와 경기도는 신천지를 폐쇄한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가장 먼저 신천지교회 폐쇄 조치를 발표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 교단에 요구한다. 모든 신천지 예배당을 즉시 폐쇄하고 일체의 집회와 봉사활동을 중단한다. 경기도내 예배당과 집회, 봉사활동 구역 등을 즉시 도에 신고해달라”며 “해당 구역을 방역조치하고 더 이상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활동 중단 여부를 밀착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민에게는 “주위에 신천지 활동과 관련한 정보가 있으신 분들은 연락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21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당분간 금지한다”며 “서울 소재 신천지예수교회도 폐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제49조 제1항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도심 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위반 시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박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일부 단체가 여전히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오늘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예정 단체에 집회 금지를 통보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등에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를 알려주는 '코로나있다' 온라인 사이트 이미지.
‘코로나있다’ 확진자 방문장소 확인까지

온라인 상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장소를 알려주는 ‘코로나있다’(CORONAITA) 사이트가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정 지역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해당 사이트는 △매우 안심 △안심 △약간 불안 △불안 △매우 불안 등 총 5개 수치로 구분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발췌한 정보를 기반으로, 가고자 하는 위치를 검색하면 최근 10km 이내 확진자 방문 장소 목록을 함께 알려준다. 이 사이트는 지난 20일까지 100만명 이상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는 등 하루 약 24만명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의 불안감은 길거리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시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다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0일 이후 대중교통과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전보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지하철에서 바로 앞에서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며 “진정되는 것 같아 마련하지 않았던 손소독제를 결국 구입했다”고 말했다.

한 40대 남성은 “만약 감염을 피할 수 없다면 빨리 감염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감기가 한 번 걸리고 나면 재감염이 안 되듯, 바이러스 일종인 코로나19도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