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확진자 급증속 `전쟁’ 선포…우리나라도 대응단계 ‘격상’

인적이 끊긴 LA 한인타운 거리.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주 4일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정점이 지나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됐었다. 닷새 만인 지난 19일 세 자릿수인 15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해외에서도 한국의 발병 상황이 하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섣부른 희망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세다. 여전히 국지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지난 18일 사망한 17세 학생의 사인을 두고도 코로나 감염 유무에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유럽에서 귀국하는 여행자들 가운데 감염자가 다수 나오는 바람에 위기감이 되레 높아지는 형국이다.

유럽서 귀국하는 여행자 발 코로나 위기

지난주 일자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5일 76명, 16일 74명, 17일 84명, 18일 93명, 19일 152명이다. 닷새 만에 다시 세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하루에 1000명이 넘게 확진자가 발생했던 전과는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미국 보건 당국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상황이 정점에 달했다가 하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ABC 방송의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미국인들이 언제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대략 몇 주에서 몇 달은 걸릴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거론했다. 그는 “발병 곡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역학관계를 보려면 지금 당장 중국과 한국을 보면 된다”며 “한국은 (곡선이)평탄해지고 어쩌면 조금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확진자 증가폭이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19일 기준 확진환자 수는 8565명, 격리해제도 2000명에 가까운 1947명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질본에 따르면, 전국의 80.8%인 6922명이 집단발생과 연관성이 있다. 이중 19.2%는 산발적 발생 또는 조사.분류중인 사례로 ▲서울의 구로구 콜센터(85명), 동대문구 동안교회 및 PC방(20명) ▲대구의 한사랑요양병원(75명), 배성병원(8명) ▲경기의 은혜의강교회(59명), 구로구 콜센터와 부천 생명수교회 관련(35명), 분당제생병원(31명)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지역과 미국, 중동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최근 검역과정 및 입국 후 지역사회에서 해외 입국자 확진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는 22일 0시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 장기체류를 목적으로 한 입국자의 경우 14일간 자택 혹은 시설에서 격리할 것을 의무화했다. 현재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 사태가 국내로 번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달 24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월 20일 1만명이 되면서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결과는 빗나갔다. JP모건은 지난달 자체 보험팀의 역학 모형에 따라 대구시민 약 240만명 중 3%인 7만2000명이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중국의 2차 감염 비율을 적용해 이 같은 추정치를 내놨다. 당시는 대구에서 31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다.

美·유럽 ‘코로나 전쟁’ 선포

우리보다 한 박자 늦게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들은 ‘코로나 전쟁’을 선포하고 세계대전급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 20일 기준 확진자 1만명을 넘어섰다. CNN에 따르면 미국 내 확진자는 이날 낮 기준 1만259명으로, 하룻밤 새 2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사망자도 전날 145명에서 152명으로 늘었다. CNN 집계에 따르면 2주 전인 지난 5일 161명이던 확진자는 1주 후인 12일에는 1274명, 이후 다시 일주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확진자가 최소 4152명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해외여행 금지를 권고하는 여행경보 4단계 조치를 내놨다. 지난 19일(현지시간) CNN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자국민에 대한 여행경보 4단계 발령을 승인했다고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의료비가 비싸고 보험이 취약한 미 전역은 타이레놀 사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열이 난다면 타이레놀 계열의 해열진통제를 쓰는 것이 낫다고 권고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이탈리아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족한 병상을 축구장과 배를 개조해 마련하기로 했다. 임시 진료소와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이탈리아는 3만5000명에 이르는 감염환자 중 2600명이 의료진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만 30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의료진 부족 사태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유럽의 확진자 수는 스페인 1만4769명, 독일 1만2327명, 프랑스 9134명 등이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