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유증상 상태로 돌아다닌 미국 유학생 모녀 상대 1억 손배소 검토”

지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교육부가 다음달 6일 온라인 개학과 등교 개학을 병행할 방침을 고심하는 가운데, 확진자 수가 진정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확진자 수는 진정세에 드는 반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입국하는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논란이다. 입국 확진자 중 일부는 증상 발현 후에도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한 채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맞고 있다. 제주도는 유증상 상태에서 제주도에 4박5일 여행을 다녀온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를 상대로 1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없을 때 개학해야”

교육부는 개학이 3번 연기되면서 더 미뤄질 경우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예정대로 다음달 6일 개학을 목표로 준비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개학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학교로 나오지 않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받는 온라인 개학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전히 늘고 있는 확진자 현황과 지역별 사정에 따라 실시간 온라인 강의나 동영상 녹화 강의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최근 “개학 이후 부득이하게 수업이 중단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자, 4월6일 개학의 방식에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 병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사상 처음 겪게 될 학교 온라인 수업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은 4월에도 불안할 것 같다. 개학하더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다수 눈에 띄었다. 반면 “집에 있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 보내겠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교육 플랫폼 기업 NHN에듀가 학교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을 통해 4월 개학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넘게 한 명도 없거나 하루에 10명 이하일 때 개학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틀 사이 4만 여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 기회에 9월 신학년제로 변경해야 한다’(30.3%)는 항목과, ‘온라인으로 개학해야 한다’(28.4%)는 항목에 응답자가 많은 점이다. 처음 시행하는 학교 온라인 수업의 준비 부족 우려와 계속 유입되는 해외 교민들의 확진세 증가가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전국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은 급식 식탁 칸막이 설치, 교실 급식, 시차 배식, 띄어 앉기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예정대로 개학을 강행한 싱가포르에서는 유치원 집단감염이 발생해 19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여행 후 확진…1억원 소송 예고

지난 26일 유증상인 채로 4박5일 제주 여행을 다녀온 후 확진판정을 받은 미국 소재 대학 유학생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유학생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 또한 추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에 대한 회의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자가격리를 어기고 제주도 4박5일 여행을 다녀온 미국유학생을 처벌해달라’는 글이 등장해 5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결국 제주도는 이 모녀에 대해 1억원 이상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예고했다. 제주도는 법률검토를 통해 이들 모녀의 행동이 제주도와 도민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피해액을 산정 중이며, 구체적인 참가인과 소장 내용 작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민사소송 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등 일부 이기적인 입도객 및 그 보호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단호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드라이브스루 이은 워킹스루

지난 26일에는 인천공항에 새로운 형태의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었다. 공항 검역단계에서 코로나19의 빠른 진단검사를 하는 ‘워킹스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인천공항 옥외 5개 공간에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형 워킹 스루)를 마련, 이날 오후 1시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공항 특성을 이용해 설계된 독특한 방식이다. 중대본은 “개방된 공간에서 오염원이 해소돼 소독할 필요 없이 검체채취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진료소는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외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1시간에 12명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선별진료소보다 최고 6배, 드라이브스루보다 2배 빠른 속도다. 중대본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각각 8개씩 총 16개 부스를 설치하고, 우선 유럽발 입국 외국인과 미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을 검사 대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루 최대 2000명 정도를 검사할 수 있다. 진료소에는 공중보건의사 10명, 자원봉사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31명, 군 인력 35명, 건강보험공단 직원 8명이 배치됐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철저하게 감염 위험이 없는 공간에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유럽이나 영국 문헌에 따르면 실내조차도 공기 흐름이 5번 정도만 바뀌면 바이러스 양이 1% 이하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