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에 교사·학부모 혼란

지난달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쌍방향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전국 초·중·고등학생 540만명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되면서 학교와 가정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교육 현장의 실상을 모른 채 너무 안일하게 대책을 마련했다고 꼬집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 보육에 애를 먹고 있는 맞벌이 가정은 부모가 옆에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교사가 해리포터인가”

교육부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오는 9일에,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은 오는 16일에, 초등학교 1~3학년은 오는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고 최근 밝혔다.

개학 추가 연기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던 학부모들은 정부의 ‘온라인 개학’ 발표에 막막해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보육하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은 조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소연한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워킹맘은 “초등학교 4, 5학년인 두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하고 있다”며 “온라인 개학 후 중간에 컴퓨터에 에러라도 나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교육 현장에서 온라인 수업을 직접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의 한숨도 이어진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한국은 정보통신(IT) 강국이며, 스마트기기 보급률과 정보통신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역량 있는 교사, 학생에게 헌신적인 전문가가 45만 명이나 있다”며 온라인 개학 선택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일선 교사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한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중인 교사는 “교육부에서 발표한 온라인 개학 소식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방향과 지침은 없다”며 “최근 언급된 서울 영풍초등학교 시범수업 사례처럼 민간 플랫폼도 서버 버퍼링 발생 등으로 원활한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고,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사양 좋은 개인 노트북을 구비하지 않는 이상 현장 여건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한글2010프로그램 사용만으로도 컴퓨터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시간 동영상 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교육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원격지원 자원봉사단 ‘교사온’ 운영에도 주목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하고 일선 현장의 문제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가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는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당장 카메라도 없고, 인터넷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현실에서 교사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교사들이 해리포터도 아니고 마법을 부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교육부는 세부적인 지침없이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는 내용을 뉴스 속보로 발표해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온라인 개학 또한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3-4학년/5-6학년군으로 묶어서 교육과정을 짜야 하는데, 1-3학년/4-6학년으로 나눈 것만 봐도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 지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노트북·인터넷 확보에 진땀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대책을 내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일 “교육 취약 학생 모두에게 온라인 학습기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교육청이 예상하는 대여 희망 학생 수에 비해 각 학교와 교육부의 보유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기기 대여를 희망하는 학생 수는 최대 8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각 학교(3만4000대)와 교육부(4000대) 보유분보다 5만2000여 대가 추가로 마련돼야 하는 셈이다. 교육청은 이를 구입해서 학생들에게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개학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해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개학하는 중3, 고3학생부터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조희연 교육감은 “15억원을 들여 교무실에 긴급하게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있다”고 전해 개학 전까지 학교 인터넷망 설치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원격수업에 대한 학습의 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문제는 교사가 아닌 학생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을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여건에서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더라도,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관리 능력에는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도 3~4시간 하면 지친다”며 “스마트 기기로 하루종일 7시간의 수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학부모는 “지금 상황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 같지 않아 차라리 ebs 방송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교육부의 대책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