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00일을 넘어서면서 확진자 수는 하루 10명 내외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안정세에 보이고 있다. 이에 5월중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등교 개학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서도 재확산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72일만에 확진자 0명 “국민께 감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72일만에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0명을 기록한 것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72일 만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0명. 총선 이후 14일간 선거로 인한 감염 0명. 대한민국의 힘, 국민의 힘입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이 정부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회의원 선거를 무사히 치른 데 대해 사의를 표한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0시보다 4명 늘어난 1만765명이었다. 신규 확진자 4명 모두 해외 유입 사례로,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한 명도 감염자가 늘어나지 않았다. 방대본 발표에 따르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부터 10명 안팎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00일을 맞아 지금까지의 경과를 ‘국가적 위기상황’을 거쳐 현재 안정적인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방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19 100일째 브리핑에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그간의 방역 과정과 성과를 설명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약 한 달간은 안정적으로 상황이 관리되는 듯 보였지만 2월 18일 대구에서 발생한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환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한때는 하루 신규 확진자 813명, 격리치료 중인 환자가 7천470명까지 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하루 신규 확진자 10명 내외를 유지중으로 격리치료 중인 환자도 1천600명대로 줄었다.

윤 반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검사 조치로 코로나19의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를 최대한 빨리 발견해 철저하게 치료·격리함으로써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더 확산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었다”라며 “기존의 다른 감염병 대응과 달리 전파력은 매우 높지만, 경증환자가 대다수라는 코로나19의 특성을 잘 이해한 창의적인 해결방식으로 초기의 혼란에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중증도별로 환자를 배분, 효율적으로 자원을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5월중 전국 초중고 등교 개학 전망…대학들 일부 오프라인 수업 실시중

이처럼 확진자 수가 안정세를 기록하면서 5월에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등교개학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있다. 온라인 개강을 했던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오프라인 대면수업’ 재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2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5월 등교 개학이 유력해지면서 교육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은 학교 내 감염예방을 위한 세부지침을 보완하는 등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실 내 책상의 간격을 충분히 띄우고 소독을 시행하는 한편, 체온계를 구비해 등교 시 발열 검사를 준비하고 수업·급식 시간 차별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3일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2만445개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대응체계 수립, 방역환경, 교육활동 조정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99% 이상이 준비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들은 이미 오프라인 대면 수업을 일부 실시하거나 준비중이다. 가장 먼저 고려대는 오는 11일부터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실험·실습과목이나 실기과목은 이미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중이기도 하다. 경희대는 지난달 20일부터 학생 간 일정한 거리유지하는 지침 아래 실험·실습과목을 진행하중이고 연세대도 소규모 실험·실습과목 수업을 오프라인으로 실시중이다. 이화여대, 중앙대 등도 실기, 실습 수업에 한해 대면수업 허용을 결정했다.

방심은 금물…등교 개학 신중해야·연휴가 고비

그러나 코로나19는 갑자기 폭발적인 증가세나 나타날 수 있고 특히 5월초 황금연휴에 따른 여파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환자가 언제든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대량으로 사용될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와 조기신고, 철저한 추적조사를 강조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이 지역사회에서 계속되고 있고, 사실상 근절은 요원하다”라며 “연휴에 여행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가족 단위로 자차를 이용하거나 되도록 혼잡한 여행지를 피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특성상 무증상 감염이 많고 증상 발현 전에 이미 전파가 일어나는 등 다루기 까다로운 전파 양상을 갖고 있으며 향후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이 여전한 만큼 전문가들은 등교 개학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학교에서 무증상 감염자인 학생이 코로나19를 전파하고, 이들이 가정이나 학원에 병을 옮기면 지역사회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되고, 항상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