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손해배상 처분 불구…최근까지 부산·성남 등지서 소음진동관리법 반복 위반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 및 소음 등 환경오염의 주요 발생지로 꼽히는 공사현장의 실태 개선에 나섰으나 실상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소극적 협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들 업체의 공사장은 여전히 지역사회 골칫덩어리가 돼 있다.

앞서 환경부는 작년 1월 주요 건설사 11곳과 고농도 미세먼지 자발적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건설사는 공사시간을 조정·단축하는 등 환경 개선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SK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업무협약에 참여한 건설사들 중 일부가 최근까지도 잇단 환경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정확한 통계치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주간한국>이 확인한 소수 사례만 봐도, 이들의 부적절한 공사장 관리 행태가 다수 눈에 띈다. 예컨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각각 파주시와 부산시에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림산업 서울 수송동 사옥.
코로나19로 다수 산업현장이 가동을 멈춰서인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시기를 틈타 마구잡이식 환경법 위반을 저지르는 행태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림산업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곳은 시흥시로부터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행정처분을 받은 데 이어 부산시와 성남시로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행정처분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대림산업은 지난달까지 성남시 중원구에서 4번, 부산 진구에서 7차례씩 연달아 제재를 받았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4~2016년 서울 북아현 재개발 공사 때에도 소음진동관리법을 어겨 서대문구로부터 6차례 행정처분을 받은 곳이다. 그럼에도 당시 시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주민들에 피소돼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었다.

물론 대림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4년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공사현장 환경갈등은 지속 증가추세다. 2016년 142건에서 2017년 178건, 2019년도에는 254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전체 분쟁건수의 96%는 공사장 소음(진동, 먼지 포함)이 차지했다. 재개발 등 건축물량이 많아진 데 따른 영향도 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그러나 대림산업 등의 행태를 바라보면서, 관련법의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법을 반복해 위반하는 것은 결국 솜방망이 처벌 때문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 대림산업은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 공사 당시에도 일대의 산림 약 1만 2000㎡를 무단 벌목해 지자체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다. 참고로 대림산업의 경영이념이 ‘한숲정신’이라고 한다.

지현영 변호사(사단법인 두루·전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는 “공사현장의 환경법 위반 사례가 문제시 된 일이 반복돼 왔지만, 법 체계는 양벌규정 적용조차 안 되는 과태료 수준으로 개정 없이 장기간 이어져 왔다”며 “공사현장 및 행정 현실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겠으나, 현행법은 형식적 수준의 규정으로 비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산 진구 공사현장에서 같은 법을 7차례 어겨서 부과 받은 과태료는 200만 원에 불과하다. 부산시 진구측은 “행정처분 기간 중에도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할 시 고발조치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