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래 중앙대 교수 “지방이 주체로 나서 큰 의미”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서울과 경기 및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자본 집중 및 인구 과밀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20여 년 전인 2000년에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의 46.3%에 달해 시급히 풀어야 할 당면 과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8월 되레 50.0%까지 치솟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은 커녕 상황이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서울공화국’이란 표현을 더는 비유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셈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경쟁력 악화를 넘어서 생존까지 걱정하는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에 처한 곳이 전체의 105곳(46.1%)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곳(40.8%)과 비교하면 약 6%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존재마저 사라질 ‘벼랑끝 위기’와 다름없다.

이 같은 왜곡된 집중 현상을 깨고자 경상도와 전라북도에서 최근 본격화한 논의가 ‘메가시티’ 조성이다. 각 도 및 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생활권을 하나로 묶어 수도권에 견줄만한 규모, 나아가 자생할 경쟁력을 갖추자는 게 메가시티 만들기의 당위성이다. 과연 지역별 메가시티 추진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추진의 방향성과 기대할 만한 사회 공동체적 효용은 무엇일까.

<주간한국>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겸 국무총리실 부동산 자문위원의 견해를 들어봤다. 그는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2017),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2018) 등을 통해 이전부터 지역 불균형 문제의 완화 및 해소 방안을 연구해 온 학자다. 최근 학계와 정치권 등으로부터 주목도가 높아진 인물이기도 하다. 마 교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도심을 중심으로 한 ’융·복합 도시‘를 만드는 게 메가시티의 성공의 열쇠”라고 진단했다.

부산시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이 새로운 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해 공동 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영남과 호남에서 메가시티 조성이 돌연 화두로 떠올랐다. 배경이 뭐라고 보나.

“수도권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는 데 대한 ‘체감’이 생긴 것 같다. 지방에도 강한 힘을 발휘할 공간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지방의 열악한 인프라 등 현재 실태에 따른 불편과 딜레마가 선명하게 가시화된 것 같다.”

-지역불균형 심화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쉽게 설명해 달라.

“지역불균형의 원인부터 보자. 인구의 자연적 증감이 아닌 사회적 이동이 원인이다. 지방의 출산율이 낮아져서 불균형이 발생한 게 아니라, 지방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구를 받는 쪽이나, 뺏기는 쪽이 모두가 불리해진다. 나아가서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인구를 받는 쪽인 수도권을 보자. 인구 밀도가 높아지니 집값이 폭등했다. 수요가 지나칠 정도로 쏠리니까 그 외 물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연쇄적으로 낳는다. 저출산도 그렇지 않을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대개 경제적인 측면에 있다. 과도한 집값과 교육비 등이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사회가 어떻게 될지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서울은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 수요가 엄청나지 않나. 서울 외곽, 수도권의 테두리 부분에 대기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그 피해는 경기도 등 수도권 전역으로 옮아가고 있다.

인구를 뺏기는 쪽인 지방을 보자. 젊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면 지역에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다. 자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의 매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떨어져 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든다. 이럴 경우에는 인프라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텅 빈 체육관과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도서관이 나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계속되는데, 그렇다고 안 지을 수가 있겠나. 그러면 지방의 쇠퇴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런 식으로 지방사회는 쇠퇴와 딜레마를 반복하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낳게 된다.”

-현재의 ‘메가시티론’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지역불균형 해소의 첫 단추는 지방에서 먼저 꿰어야 한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로 관련 문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대개 실패했다. 예컨대 ‘마산·창원·진해’ 통합의 경우를 보라. 통합을 추진하던 당시 중앙정부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각종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여럿 제시했다. 그럼에도 통합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지역의 주민들이 통합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 중앙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담았다고는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반면 현재 전개 중인 영·호남의 메가시티 논의는 그와 다르다. 지방정부에서부터 먼저 이슈화를 했다. 이는 기실 매우 크고 소중한 변화다. 지역 통합으로 하여금 지역 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을 할 소재를 지역 내에서 조성해가는 것은 기본이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지역에서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활권 내지 행정 통합에 따른 효용성을 지역 주민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자연히 정책 효과가 크지 않겠나.”

서울 도심권 전경.
-저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에서 ‘지방의 광역경제권 형성’을 주장했다. 그 주장이 지금 영·호남에서 거론되는 메가시티와 결이 같다고 이해해도 괜찮나.

“거의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쓸 당시 문제의식도 그랬지만 현재도 수도권이 지나치게 강해졌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사실 지방이 나빠서 인구 유출이 계속 일어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지방이 열악하다는 것이지 지방 자체가 나쁜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당장 지방에서는 수도권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교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하고 비대해지고 있지 않나. 서울과 경기와 인천이 한 데 묶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야말로 지역에서는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뭉쳐야 한다. 비수도권에도 대도시권을 만들어야 한다. 그 대도시권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담은 게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책이다. 영·호남 메가시티론의 구상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실효성을 담보할 방법론이 필요해 보인다.

“개략적으로는 두 가지를 말할 수 있겠다. 먼저 지방 지역들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행정구역은 다르더라도 공동의 일자리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식이다. 산업단지를 구축할 전략, 혹은 지역 생산물을 공동으로 모아서 판매하는 등 지역별 개별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은 행정구역을 아예 트는 것이다. 여태까진 이웃이었으나 이제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물리적, 정서적 결합의 토대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려면 우선 초광역 행정단위가 필요하다. 이는 사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 점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메가시티론 주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대구 통합 논의의 진행은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아직은 언급의 단계지만 광주와 전남의 통합론, 또 대전·세종 등 충청권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과거 행정통합 논의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졌던 대목은 인프라 효율성 증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프라 효율성을 넘어 행정구역 통합에 따른 지역의 시너지 창출을 내다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권의 인구집중은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있다. 인구와 자본이 한정된 구조에서 수도권의 확장세만큼 지방의 축소를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지방에서도 자체적인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둔 ‘광역적 시각’ 키우기가 중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중앙정부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기업들은 “인재 유치가 원활치 못한 탓에 지방에 가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자의든 타의든 수도권으로 향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지 않나.

“일면 공감한다. 지방에서 청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현재 지방은 젊은 청년층으로부터 매력을 잃어가는 게 사실이다. 인재들이 서울에 몰리다 보니 기업들도 서울과 가까이 붙어 있으려는 악순환도 있다.

항간에는 이런 말이 있다. 기업들에게는 ‘남방한계선’이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충청도 북부 정도가 한계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도의 용인과 기흥 정도로 한계선이 올라갔다는 말도 나온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의 성패는 인재유치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법인세를 아무리 깎아준다고 해도 기업들이 안 내려가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이 손을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메가시티와 결부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도시에는 성장거점이라는 게 있다. 공간에 위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수도권은 인적, 경제적, 문화적 자원이 한 데 몰려있다. 젊은 층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 된 것이다. 교육이 산업과 맞물려 있고, 이는 또 다른 문화기능과 연결 돼있다. 그야말로 ‘융·복합 공간’이다. 이는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젊은이들을 대거 끌어 모은다.

그런 점에서 비수도권에서 추진돼 온 그간의 정책들이 실효성이 낮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어 지방 혁신도시를 보자. 기존에 형성된 지방 대도시 도심권은 그대로 놔둔 채, 외곽에 일부 기업을 밀집시키고 인근에 택지개발을 했다. 그러다보니 밀도가 낮아지고 연계가 되지 않아 헐렁해진 공간이 돼버렸다. 젊은이들한테 어떤 매력이 있겠나.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만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4가지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 일해야 하고, 배워야 하고, 놀아야 하고, 거주해야 한다. 이를 한 데서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그런 공간이 부족했다. 융·복합적 공간이 없었다는 뜻이다. 청년들이 도심에서 머무를 여건을 형성하는 것은 메가시티의 전제다. 외형을 넓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위의 4가지 조건 중 최다를 이룬 후에 부족분에 대한 지원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등의 절차가 따라야 한다.

첨언하자면 통상 연구개발(R&D) 등 고부가가치 사업은 도심권, 그로부터 파생되는 제조업 등의 사업장은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두 분야의 연결성이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행정구역을 통합할 필요도 있다. 메가시티 조성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자본과 일자리 등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선입견’ 등 비물질적 요소도 극복해야 할 과제 같다. ‘중앙’과 비교해 ‘지방’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일부에선 반발 심리가 있지 않나.

“(웃음)지방은 아름다운 단어다. 지방이 뭐랄까, 마치 낙후되고 노후화된 듯한 패배적인 느낌이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설령 그 단어가 오염됐다고 해서 버려야 하나? ‘지방’이란 중립적인 단어이고 좋은 단어다. 중앙의 반대말이 아니다. 중국도 봐라. 베이징은 중앙, 상해는 지방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누가 상해를 무시하나.

지방이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갖추고 있으면 상당 부분의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메가시티 논의가 지역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는 데 대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진정한 지방자치 역사가 없다. 슬픈 현실이다. 너무 나간 얘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고려시대며 조선시대며 다 ‘중앙에서 보냈다’고 말하지 않았나. 진정한 지방자치 역사가 없었던 배경에서 지금의 메가시티 조성에 대한 논의에 매우 기쁠 따름이다.”

경기도 한 지역의 번화가.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