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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인천공항①] 공권력도 못 막은 '외국인 사망'…하청노동자에 책임 떠넘긴 대한민국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직원 피의자로 몰려/ 민주당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발의…”국가가 책임져야”
2년 전 정신병을 앓던 한 외국인이 인천공항에서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는 공항에서 지속적으로 자해를 시도했다. 소동을 말리고자 인천공항과 항공사는 물론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법무부 및 경찰에서도 직원을 파견했지만 끝내 외국인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그 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결과적으로 공권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인천공항 내 하청업체 직원 3명이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휴일도 반납한 채 외국인의 자해를 막으려던 이들은 되레 ‘감금치사 피의자’가 돼 현재까지 약 1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주간한국>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지난 2019년 9월 28일 한 외국인 남성이 인천공항에서 난동을 부렸다.
#1. 2019년 9월 28일 오후 4시40분~8시18분. 한 남성 말레이시아인이 인천공항 3층의 한 벤치에서 속옷만 입은 채 난동을 부렸다. 평소 신경안정제 등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변 승객들에게 삿대질과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간혹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국정원과 경찰 및 공항 여객서비스팀과 대한항공 직원 등 관계기관에서도 인력을 대거 투입시켰다. 각 기관에서 동원된 이들은 난동 승객을 진정시키고자 3시간 이상 진압하고 다독이기를 반복했다.
 
#2. 같은 날 오후 6시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직원인 채창균(가명·40대) 과장은 집 근처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전날 야간근무에 따른 피로를 종일 잠으로 푼 뒤였다. 한 숟가락 정도 입에 넣었을까. 갑자기 휴대폰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가깝게 지내는 직장 상사 김혜진 팀장이었다. 김 팀장은 거듭 미안해하며 “사달이 났는데, 손쓸 사람이 부족하다”고 채 과장에 도움을 청했다. 원래 휴무였던 채 과장은 망설이지 않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3. 역시 같은 날 오후 8시쯤. 채 과장과 함께 일하는 정동윤(가명·50대) 주임은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즐길 기회였다. 그러나 주변이 시끄러웠다. 공항 보안요원과 경찰기동대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심상치 않은 일 같았다. 꽤 건장해 보이는 남성 여럿이 비교적 왜소해 보이는 외국인 남성 한 명을 제압하려고 시도했지만 버거워 보였다. 외국인의 행동이 위협적일 정도로 거칠었기 때문이다. 정 주임은 퇴근 후 외식을 잠시 미루고 진압요원들을 돕기로 했다.
 
경찰 등도 감당 못한 난동 외국인 결국 사망
책임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에 넘겨져
 
  • 경찰 등이 외국인 남성을 제압할 당시 모습.
말레이시아 남성의 난동 행위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 틈을 타 경찰 등은 밤 9시께 그를 공항 인근 환승호텔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호텔에서도 재차 소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공항측은 그 말레이시아 남성 곁을 지킬 인력을 배치했다. 투입 인원은 경찰도, 보안요원도 아니었다. 송환대기실 소속 직원이었다. 정 주임과 채 과장 그리고 막내급 사원인 김모(20대)씨 등 3명이 투입됐다.
 
공항의 송환대기실은 입국 허가를 못 받은 외국인이 본국 등지로 떠날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공간이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전국 9개 공항·항만에 설치돼 있다. 이날 소동을 부린 말레이시아인 역시 계획대로라면 당일 대한항공 KE788 여객기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이동, 그곳에서 KE671편 여객기를 통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로 가야 했다.
 
이 남성의 난동 행위는 호텔에서 다시 이어졌다. 채 과장은 “밤 11시쯤 정 주임과 김씨가 흡연하러 간 사이, 자고 있던 외국인이 갑자기 불쑥 일어나더니 돌연 마주한 벽 쪽으로 달려들어 시계를 깨부수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그를 말리는 과정에서 시계 파편들이 튀어 저도 목과 손목에 심한 흉터가 생겼다”고 말했다.
 
채 과장은 “그 사람을 시계 등 다른 도구들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다가 침대 등에 부딪혀 온몸에 멍이 들었을 정도”라고도 털어 놓았다. 아울러 “이런 식으로 발작 증세에 가까운 난동이 거의 쉼 없이 이어져 이를 말리다가 거진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을 이었다.
 
잠시 밖에서 담배를 한대 태우고 돌아온 정 주임과 김씨가 마주한 광경은 참혹했다. 공항에서의 난동보다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 외국인 남성은 혀를 깨물었는지 입에 피가 고여 있었고, 심지어 목을 감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정 주임 등 세 사람은 “잡시다(sleep)”, “진정(calm down)”을 반복하며 그를 붙잡았지만 거듭된 난동을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이 밤새도록 반복됐다. 그나마 잠시 진정된 때는 다음날 낮 12시가 다 되어서였다. 물론 세 사람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칠 대로 지친 이들에게는 그 시각 김혜진 팀장이 들고 온 도시락이 그나마 위로가 됐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세 사람은 그제야 첫 끼니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명씩 교대로 식사를 했다.
 
뒷감당 맡기고 "무슨 짓을 한 거냐" 추궁
 
  • 당시 사건일지(그래픽=박수희)
잠깐의 여유 시간. 세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채 과장은 “전부 거의 울먹이다시피 하며 ‘이 일을 도저히 오래는 못하겠다’며 토로했다”고 그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권한도, 권리도 없는 나 자신 그리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는 것을 계속 반복했을 뿐”이라고 기억을 되살렸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였다. 오후 2시44분께 막내 직원 김씨는 곤히 잠든 외국인의 곁에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숨이 일정치 않아 보였다. 세 사람은 바로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도했다. 약 3분 뒤 구급대가 도착, 외국인은 곧 의료센터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39분, 그는 결국 숨을 거뒀다.
 
사망 소식을 접한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공포감이 엄습했다. 밤을 새워서라도 지키려 했던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충격, 또 자신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때문이었다. 외국인을 처음 호텔로 인도할 당시 “잘 부탁한다”던 경찰 등은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꿨다. 경찰은 세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사람을 묶은 것이냐”는 식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날, 인천공항②] 기형적 구조로 졸지에 피의자 된 노동자들…"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통과돼야" (이어서 읽기·링크)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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