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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인천공항②] 기형적 구조로 졸지에 피의자 된 사람들…"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통과돼야"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직원 피의자로 몰려/ 민주당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발의…”국가가 책임져야”
→[그날, 인천공항①] 공권력도 못 막은 '외국인 사망'…하청노동자에 책임 떠넘긴 대한민국 (먼저 읽기·링크)
 
2년 전 정신병을 앓던 한 외국인이 인천공항에서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는 공항에서 지속적으로 자해를 시도했다. 소동을 말리고자 인천공항과 항공사는 물론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법무부 및 경찰에서도 직원을 파견했지만 끝내 외국인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그 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결과적으로 공권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인천공항 내 하청업체 직원 3명이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휴일도 반납한 채 외국인의 자해를 막으려던 이들은 되레 ‘감금치사 피의자’가 돼 현재까지 약 1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주간한국>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인천지방검찰청(방송화면 갈무리)
 
檢, 사건 쥐고만 있어…직원들 '억울·트라우마'
 
세 사람은 그날의 사건에 대해 여전히 눈물을 머금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 주임과 채 과장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울분을 터트렸다. 이들은 “외국인의 자해를 막고자 여러 방법을 시도하던 중 잠시 그의 팔을 묶어 보기도 했다”며 “당연히 호텔 방문은 자동 잠금 기능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감금 및 포박’ 등의 범죄행위를 한 것 마냥 내몰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세 사람은 현재까지 감금치사 피의자 신분으로 약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애초에 경찰은 이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검찰로 넘어가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억울한 사연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세 사람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가 잇따랐다. 하지만 변화한 현실은 아직도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세 사람은 불안감을 뛰어넘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훗날 무혐의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당장 신분이 피의자인 탓에 공항출입증 갱신이 불가능한 까닭에서다. 세 사람의 공항출입증 유효기간은 오는 3월 만료된다. 피의자 신분을 못 벗어나면 새 출입증은 발급되지 않는다. 공항 직원에게 출입증이 없다는 것은 즉 실업을 뜻한다.
 
검찰은 왜 1년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사건을 담당한 인천지방검찰청 형사4부 안상현 검사실 관계자는 “(1년 간 결론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해)당사자가 아니면 설명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정 주임 등 세 사람은 “이전에 문의했을 때에도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검찰이 3개월 이상 처리를 안 하면 ‘장기사건’으로 분류한다”며 “그에 대한 구체적 이유는 검찰의 설명이 없는 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언제까지 사건을 쥐고 있다가 기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자 일종의 힘”이라면서 “이는 피의자 입장에선 고역인데, 통상적이진 않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세 사람의 원망은 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경찰, 국정원, 법무부 직원은 물론 공항 직원들도 못 말린 한 외국인의 난동을 막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였지만 돌아온 결과는 회사의 외면과 무관심이었기 때문이다. 채 과장은 “회사에서 변호사 선임 등 보호 대책은 물론 위로 한 마디조차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세 사람은 아직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주임은 극한의 스트레스로 인해 여러 개의 치아가 빠져 말이 다소 어눌해졌다. 채 과장은 송환대기실에서 잠에 든 외국인들을 볼 때면 ‘혹시 죽은 건 아닐까’ 싶어 온 몸이 떨린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체크를 하는 등 고민하다가 한 숨도 못 자는 경우가 허다했다. 막내 사원 김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기 무섭다”며 기자와의 인터뷰를 사양했다.
 
채 과장 등과 함께 일하는 한 동료직원은 “그날 환승호텔에 투입된 이들은 전부 회사에서 이른바 ‘에이스’로 통하는 사람들인데 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너무한 것 같다”며 “그들도 한 집안의 가장인데다, 일부는 크리스천 신자로서 성품에 있어서도 선후배들의 귀감을 사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구금시설’ 민간이 아닌 국가가 맡아야
‘출입국 관리법 개정안’ 조속한 통과 요구
 
  •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련의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공항 운영에 관한 기형적 구조도 큰 몫을 차지한다. 통상 송환대기실은 변변한 침구류 등도 없이 다수의 난민이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어 ‘사실상의 감금시설’로 꼽힌다. 송환대기실에 머무는 외국인들에게 변호인 접견을 허용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게 불과 7년 전인 2014년이다.
 
이런 송환대기실을 우리나라만 민간 업체가 책임지고 있다. 대한항공 등 여러 국내 항공사가 연합해서 만든 항공사운영위원회(AOC)가 운영 주체인데, 그마저도 실질적 관리는 하청 인력업체에 맡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및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정부가 송환대기실을 직적 관리·감독한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춰보면 세 사람은 국가가 책임져야 마땅할 일을 대신 떠맡았다가 범죄 혐의까지 추궁 받는 피의자에서 범인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관리업체인 프리죤의 김혜진 팀장은 “말레이시아인 사망 사건 외에도 갖은 책임을 업체 직원들이 지고 있다”며 “항공사에서 주는 식사 등 여러 이유로 불만을 지닌 외국인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결국은 국회에서도 발을 벗고 나섰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송환대기실 관리의 의무를 법무부가 지며, 관련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박주선 민생당 의원 등이 유사한 법안을 냈으나 자동폐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는 있을까. 박 의원실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송환 대기실을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며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 임시국회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안 된 바 있으나, 빠른 법안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민주당 원내의 한 당직자는 “박 의원과 더불어 진선미 의원(국회 국토교통상임위원장), 백혜련 의원(법사위 간사), 박주민 의원까지 법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해당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이들이 최근까지도 만남을 갖고 공동대응을 논했으며, 을지로위원회에서도 꽤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법무부가 책임 소재의 범위 및 인력배치 등에 드는 예산 문제에 관해서 난색을 표할 수는 있겠으나, 그런 점들은 각 의원들과 국토부가 반영 혹은 보완함으로써 법안 통과 자체는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 텅텅 빈 인천공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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