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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소유자 거래내역 파면 '판도라의 상자' 열릴 수도

재보궐 이후 대선 국면에 메가톤급 변수 될까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현 정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등을 앞세워 국내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땅 투기와 관련한 특별검사 도입과 함께 국정조사 및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수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실체 규명의 방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이나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거래 내역'을 주로 살피는 지금 방식과 함께 개발이 지정된 지역의 땅을 보유한 실소유자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호재 지역의 토지대장 및 거래내역 등을 훑은 뒤 실소유주를 역으로 추적해 보자는 의미다.
 
이 같은 ‘땅 중심의 조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피력했던 사항이기도 하다. 그는 ‘돈 되는 땅’을 전수 조사한 다음 그 돈줄을 따라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검 도입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향후의 수사 및 조사 방향이 실제 이 같이 전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자칫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는 메가톤급 비리가 적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보궐 선거 이후 대선까지 가는 길목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투기 ‘적폐’ 근절
…땅 중심 조사 필요
 
  •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LH의 임직원이 신도시 투기를 저지른 것은 기관 설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위법 이전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야 한다.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 신고가 허위 거래 신고 후 취소, 담합을 통한 시세 조작, 불법 전매 등 부동산 시장교란행위도 엄정히 수사하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부터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 받은 뒤 이 같이 밝혔다. ‘배신행위’, ‘사생결단’, ‘패가망신’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사실상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야 한다”면서 강력한 후속 조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모를 드러내는 일은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조사 자체의 범위를 국토교통부와 LH 임직원 등으로만 대상으로 해 실시된 탓이다. 특히 투기의 행태가 대부분 차명거래로 이뤄지는데, 정부조사로 이를 단기간에 밝혀내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조사결과는 신뢰성마저 의심 받았다. 조사 대상인 국토부가 조사의 주체로 나서 ‘셀프조사’ 논란까지 일었다.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경찰청 국수본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이래 처음으로 돌입한 대형사건 수사인 까닭에 조직의 명운을 건 태세다. 그러나 분위기는 반신반의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시민단체의 폭로가 나온 지 7일 만인 지난 9일 처음 이뤄졌고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증거를 인멸할 시간이 주어진 ‘늑장대응’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시간·비용 들더라도 매입 자금 추적 필요
 
  • 경찰이 지난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 (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투기세력 색출을 위한 조사·수사의 과정 및 결과가 전부 기대에 못 미치자 항간에서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와 경찰이 일제히 조사 대상을 제한하고, 제보에 의존하는 구조를 못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법조계와 시민사회 등 일부에서는 ‘거래자 중심’이 아닌, ‘토지 중심’의 실체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정 집단 및 인물의 거래 내역을 살피기보다는, 개발호재가 따른 지역의 토지대장 등을 살피고 그에 유입된 자금의 줄기를 따라가 보자는 뜻이다. 이를 통해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및 관련 전·현직 공무원 등의 차명계좌를 활용한 기획부동산의 투기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국토부나 LH 직원들뿐만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가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와 수사당국의 조사가 토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면, 비록 시간과 비용은 더 들기야 하겠지만 투기세력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실체적 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사 방식의 필요성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앞서 윤 전 검찰총장도 이와 같은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지난 7일 그는 한 언론매체와의 통화에서 “LH 직원을 전수 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 자금을 따라가야 한다”며 “거래된 시점 등 땅의 이용 상태를 분석한 뒤 매입 자금원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조사 주체로 나선 기관들은 이를 망설이는 모양새다. 대부분 물리적 한계를 문제 삼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벌집 투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세종시 투기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개발 예정지 모든 필지의 주인을 확인한 뒤 자금을 역추적하는 방식은 물론 좋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여당 내에서도 “실소유자 조사”
 
  • 지난 5일 청와대 앞에서 시만단체 활동가들이 LH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 해결 촉구 기자 회견 중 '땅 투기'라고 적힌 종이 판을 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국회의 의지라는 분석이다. 소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현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그간 지속돼 온 적폐의 온상이었다.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이 첫 삽을 떴을 때도, 1989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 때의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구상 때도,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김포신도시가 물꼬를 텄을 때도 그래왔다.
 
서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공직의 현직자뿐만 아니라 퇴직자나 전직자에 대해서, 또 과거의 투기는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사람(투기의심자)과 토지 등본을 대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개발 필지를 놓고 이곳의 과거 거래 내역도 상세히 살피는 등 조사 및 수사의 방법론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도 토지를 중심으로 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상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4일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및 대규모 택지개발예정지역 내 토지소유자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박 후보측 캠프 관계자는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개발 예정지의 주인을 파악한 다음 돈줄을 따라가는 방식을 제안한 게 맞다”며 “다만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뜻”이라고 전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16일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특검이 도입되면 조사와 수사의 방식을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조사대상이)국토부 직원이냐, LH 직원이냐는 식으로 조사 중인데, 그 대신 부동산 값이 폭등한 지역을 설정하고 이 지역의 땅을 갖고 있는 이들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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