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요구 증가

피부병 방치 무허가 동물생산시설. (사진=경기도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돌입하면서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비롯해 유기동물, 실험동물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는 물론 반려물고기, 반려파충류 등 국내에도 다양한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점차 유기동물 등의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되는 중이다. 실제로 동물학대 행위 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농장·실험·사역동물 등으로 관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동물, 야생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도 모두 같은 생명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동물보호 vs 동물복지, 사회적 합의 필요

최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동물보호를 넘어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동물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여전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동물보호라는 개념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은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것이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12개 조문이 있었다. 조문 중 제1조는 동물보호법 목적이 ‘동물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현재 동물보호법은 50여개 이상 조문을 갖고 있고 제1조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하고…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바뀌었다.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관계자는 “30여년 시간 동안 동물을 바라보는 법률의 시각이 변화했지만 현재까지 동물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동물복지가 동물보호보다 동물을 더 독립적인 생명체로 대우하는 관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복지가 동물보호보다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향후 5년 간 동물보호·복지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종합계획은 ‘동물보호법’에 근거한 법정계획으로 ‘제1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15~2019년)’ 이후 2번째 계획이다. 이 종합계획은 6대 분야, 26대 과제로 구성됐다.

이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동물 소유자 의무교육 확대, 동물학대 방지, 반려견 안전사고 예방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제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생산·판매업자를 통한 동물구매 시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맹견 소유자 보험가입 등 준수의무도 강화한다.

이 밖에 반려동물 판매액이 일정수준(연간 15만 원) 초과 시 영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영업자 외 반려동물 판매를 위한 온라인 홍보는 금지된다. 또 동물 장묘 방식에 수분해장이 추가되고 이동식 동물 장묘 방식 등도 타 법령 조화 가능성 등을 검토해 장묘서비스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려인 1448만 명…‘펫코노미’ 시장 급성장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확산으로 반려동물로 인한 경제활동을 뜻하는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반려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국내 펫사료 시장의 질적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개념이 펫사료를 만들었던 식재료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동물만 먹을 수 있는 사료’라는 개념이 무색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 식품사들까지 펫사료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림은 반려동물 생산을 위한 ‘하림펫푸드’를 설립하고 반려동물 전용 사료공장인 ‘해피댄스 스튜디오’를 준공했다. 하림펫푸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한 ‘휴먼그레이드’를 원칙으로 펫푸드의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하림펫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4% 증가했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자체 브랜드 ‘아미오’를 론칭하고 유럽식 방목 환경에서 자란 닭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고급 펫푸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아미오로 2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동원F&B는 2014년 펫푸드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 론칭에 이어 2018년 글로벌 펫푸드 브랜드 ‘뉴트람’을 출시했다. 2019년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펫푸드 생산 설비 증설을 단행하기도 했다. 뉴트리플랜은 참치를 포함한 수산물과 홍삼 등의 원료를 펫푸드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전 세계 반려동물 돌봄 시장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420억 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1530억 달러로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료와 간식 등 펫푸드를 포함해 액세서리, 미용 등의 펫뷰티 시장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고르게 성장했고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케이펫페어 설명회에서 “지난해 한국 반려동물 시장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까지 이룬 한 해였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났고 국내 대형 식품사들이 펫케어 산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프리미엄 사료들이 시장의 질적 성장에 기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사료 시장 1위는 ‘우리와’였고 간식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네츄럴코어’가 2017년부터 수직 상승한 상황이다. 또 하림펫푸드가 10위에 첫 진입했고 정관장 ‘지니펫’, 동원F&B 등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펫푸드 시장의 온라인 유통 비중이 해외 시장에 비해 훨씬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