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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복지 사각지대 해소 위한 ‘연금개혁’ 시급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1일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 국민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대선공약으로 연금개혁을 들고 나옴으로써 한동안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이 문제가 다시 떠오르게 됐다. 연금개혁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대체로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것이 요체라 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다.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도입돼 비교적 역사가 짧다. 보험료로 월급의 3%를 내고 60세부터 가입기간 평균임금의 70%(소득대체율)를 받는 구조였다. 이후 2차례 개편이 있었는데 1998년 1차 개편으로 수급연령이 65세로 늘고 소득대체율도 60%로 낮춰졌으며 보험료도 9%로 올랐다. 2007년 2차 개편이 이뤄져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깎기로 돼 있다.

현재 872조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200만 명이고 수급자는 545만 명, 평균 수급액은 54만8000원이다. 낮은 수급액으로 인해 용돈연금이라는 놀림도 받지만 2018년 43.4%에 달하는 노인빈곤율을 감안하면 그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5년마다 경제상황 변화와 이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재정계산’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건강검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실시됐는데,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3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57년 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 저성장·저금리의 경제구조에 따른 결과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4가지 개편안이 포함돼 있었다. ▲현행 유지 ▲기초연금 30만→40만 원 인상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5% ▲보험료13%-소득대체율 50%가 그것이다. 이것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그 후로는 감감 무소식이 돼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개편안을 4가지로 제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조금씩 늘리는 등 ‘더 내고 더 받자’가 주류이지 그 어느 안도 ‘더 내고 덜 받자’는 내용은 없었다. 국민연금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마땅히 가야 할 이 방향은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 골치 아픈 문제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논의자체를 하지 않았다.

사실 2018년의 재정계산도 낙관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출산율을 1.24~1.38명으로 가정했는데, 그 결과 생산가능인구 1인이 0.9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기금소진시기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일단 기금이 소진되면 국민연금 운영방식을 부과식으로 바꿀 수는 있다. 부과식이란 적립금 없이 매년 지급할 연금액을 필요한 만큼 거두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해마다 근로세대가 은퇴한 노인들을 위해 돈을 거두는 것이다.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한 국가로서 독일의 예를 많이 든다. 독일은 1920년 대 하이퍼인플레이션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기금이 소진되는 바람에 1957년 부과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독일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부양해야 할 노인 수)는 16.0명으로 낮은 수준이었으므로 전환이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보험료 인상도 10년 간 11%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료도 9%로 낮은 수준인데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가팔라서 노인부양비는 2017년 18.8명에서 2067년에는 102.4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금이 고갈된 다음해는 보험료를 29.7% 걷어야 하는데, 이 금액은 점차 늘어나 2080년에는 40.8%에 이른다고 한다. 과연 미래 근로세대가 이처럼 황당한 보험료를 고분고분 낼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인 셈이다. 결국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수준보다 높아지지 않게 억눌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연금제도가 있는 국가의 평균 보험료율은 소득의 20% 정도며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도 보험료를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노후보장제도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도입한지 15년이 지났지만 2019년 기준 사업장 도입률은 27.5%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부분 연금이 아니라 일시금으로 받아가고 있다. 가입과 연금수령을 의무화함으로써 연금기능을 살린다면 국민연금에 부과되는 부담을 크게 덜고 노후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의 운용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은 2014년 박근혜 정부에 의해서 도입돼 현재 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고 필요재정을 매년 노인 수와 급여율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보편복지에 가까우므로 중산층 이익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결국 빈곤층과 중산층 노후복지를 위해 어느 정도 증세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2019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4.8%, 국민부담률은 33.8%로 OECD 회원국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각각 4.8%포인트, 6.5%포인트 낮다. 조세부담률은 국세와 지방세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이며 국민부담률은 조세에 공적연금과 사회보험료를 합쳐 GDP로 나눈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나라는 세금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증세는 정치인에게는 끔찍하게 인기 없는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과제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이슈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인기가 없지만 정말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인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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