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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대립 중인 차별금지법, 9월 국회에선?

종교계, 시민사회계 등 입안 요구 쇄도...강성 반대 여론도 여전
  •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대방역 인근 여의대방로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14년째 논의도 제대로 못해본 법안이 있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이다. 광범위한 차별을 금지해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입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찬성 여론과 함께 반대도 거세다. 지금껏 차별금지법 논의는 국회에서 발의만 됐지 본회의에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9월 정기국회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지 시민사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법 요구하는 청소년 성명 이어 스님들 오체투지 행진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은 모든 인간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생활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존엄과 평등을 인정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인종, 피부색 등 신체조건이나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에서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사회계를 비롯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은 지난 1~10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물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30km 거리를 걷다가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가 땅에 닿게 절하길 반복하며 행진했다.

지난 8일 전국 33개 청소년 관련 단체와 청소년 156명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삶도 차별과 혐오의 그늘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학교에서는 어리고 미성숙한 학생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규제가 당연시되고 있고, 성별, 장애, 신체조건 등의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적인 교육도 넘쳐난다”며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 당연한 법률이 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묻고 싶다”고 외쳤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9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나 "차별금지법이 오래전부터 잘 해결되지 않아 장기간에 걸친 숙제가 돼 있다“며 ”이 법을 염려하거나 공포를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그런 분위기를 최대한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독교 중심으로 성소수자 확산 우려해 반대 거세

국회에서 현재까지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총 4개이다.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뒤이어 민주당에서 이상민 의원이 지난 6월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달에는 박주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이 각각 ‘평등에 관한 법률안’,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선 성별(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연령차별금지법) 등 개별적인 경우를 두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사회가 다변화되고 현행 법제도로는 규정할 수 없는 차별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제도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차별 사유를 일일이 공론화하고 입법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것이 문제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광범위한 사유에서 비합리적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논의됐다.

법안의 중요 내용 중에는 차별에 따른 피해의 입증책임의 주체를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은 ‘증명책임’ 조항을 명시, 차별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차별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도록 전가한 게 특징이다.

또 차별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할 것을 권고할 수 있으며 권고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의 신청에 의거해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차별금지법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30~40년 전에 입안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르헨티나, 네팔 등은 헌법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이 번번이 무산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였던 2007년 처음 발의돼 이후 17대, 18대, 19대 20대 국회를 거치는 동안 7차례나 법안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회기·임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그러던 지난 5월 한 여성이 동아제약 채용면접에서 당한 차별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면서 입법 요구가 쇄도했다. 그는 면접장에서 “여자라서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며 차별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음을 호소했다.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6월 14일 10만명 동의를 얻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 3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한 후 세상을 떠난 고(故) 변희수 하사 역시 차별에 따른 피해자다. 그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군으로 복무를 계속하게 할 수 있도록 청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제 전역 조치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변 하사는 상심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변 하사의 소송은 유족이 이어 받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기독교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될 경우 성장기 어린이나 사춘기 학생의 성관념에 영향을 미쳐 성소수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차별금지법 도입 청원과 함께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반대하는 청원 역시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달 발의된 법안도 반대 여론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권인숙 의원의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1만여 개 게재됐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역시 지난달 26일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와 10일까지 3만32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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