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내년 건강보험료가 1.89%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 5년 간 건강보험료율은 연평균 2.7% 인상된 셈이 됐다. 보장성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 출범 당시 예상치였던 3.2%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13~2017년 1% 미만으로 증가하던 추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급격한 인상이 일어났음은 부인할 수 없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9년 64.2%에 그쳐 목표였던 70%와는 거리가 적지 않다. 2017년 62.7%와 비교하면 명목상으로는 크게 개선된 바가 없는 셈이다. 내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69.5%, 종합병원은 66.7%로 높은 편이나 동네병원이라고 불리는 의원급은 57.2%로 낮은 수준에 그쳤다.

이는 중증질환 중심 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며 또한 바람직하기도 하다. MRI와 초음파 검사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항목으로 전환했다. 선택진료비(특진비)를 폐지하고 상급 병실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렇게 대형병원 문턱을 낮춤으로써 자연스럽게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전의 건강보험이 경증위주로 구성돼 ‘진료비 할인’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막상 중증질환이 발생하면 효과가 없어 재난적 상황으로 몰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다행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아동·노인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아동에 대해서는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노인에 대해서는 중증치매와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이 크게 줄어든 것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2016년 20조 원에 달했던 건강보험 적립금이 지난해 말 17조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2017~2019년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함으로써 적립금을 까먹은 탓이 크다.

지난해에는 3500억 원 흑자가 발생했지만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반진료가 감소한 탓으로 장기적인 추세와는 무관하다. 보장률이 올라가고 노인인구가 증가할수록 적자폭이 커질 우려가 크다.

장기요양보험료와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4년 간 76% 급등해 재정수입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보험재정은 적자로 전환됐다. 한때 2조 원이 넘게 쌓여있던 적립금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 지금은 7662억 원에 불과하다.

실손보험료가 크게 인상되고 실손보험이 대폭 줄어든 것도 문제점이다.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항목으로 전환하자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에서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비급여항목 진료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에 2019년 보험사 실손보험 손실액은 2조 5133억 원에 달했고 보험사는 매년 10% 가량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실손보험 판매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큰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러한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 문재인 케어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건강과 의료라는 필수적인 서비스를 국민 모두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불필요한 의료서비스가 과잉 공급되는 체제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비급여와 실손보험의 팽창 등 과잉진료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급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비급여에 대한 사항을 의료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과도하기 일쑤이다. 이를 보험사, 의료기관, 정부의 3자 간 협상을 통해 비급여 적용 기준, 가격, 실손보험 보장범위 등을 결정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주요 국가에서도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비급여를 통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실손보험은 이를 제외한 고급 의료나 비필수 의료 영역에 한정하도록 재설계한다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개인의 맞춤형 수요를 충족시키는 모양이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하는 것도 개선방안이 될 수 있다. 민영의료기관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것이 필수적이건 아니건 의료서비스를 최대한 비싼 가격에 많이 제공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8.0%에 이르며 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늘고 있으나 의료비 중 공적 지출은 5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3.6%)보다 낮다. 이는 필수적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건강보험 등 공적 역할이 약하고 그렇지 않은 사적 영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병상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중증 병상은 부족하며 지방의 경우에는 산부인과 등 꼭 필요한 의료기관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환자들은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몰리고 3분 진료 등 부실한 서비스를 받는 일이 흔해진다.

전국 의료생활권 단위로 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공공병원이 있는 곳은 그 규모와 질을 키우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신축을 한다. 또 민간의료기관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을 주치의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주치의는 등록된 환자의 건강상태를 관리해 미리 질병을 예방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확대는 과도한 의료기관 방문과 과잉진료로 나타나며 이는 엄청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치의 제도는 비용을 유발하는 치료 중심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예방 중심 의료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이를 억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전담할 지역병원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진료뿐 아니라 간호, 재활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이들 만성질환자에 대한 치료를 효율적으로 하고 외래진료 빈도를 줄인다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와 의료비 증대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상당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의료 공공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이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고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고령화와 의료비 증대라는 큰 과제를 앉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보인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