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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공동주택 정전사고 주범이 전기차?

노후 공공주택 비중 56%…전기차 충전 시 정전사고 가능성 지적
  •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에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국 각지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이 인프라 증설 과정에서 전용 주차장 문제, 전력 설비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내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높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시 오래된 변압기 등 전력설비 용량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공동주택 정전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공동주택 전력 설비 교체·증설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행 중인 한국전력의 노후변압기 교체 지원사업 등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내연기관차 차주간 갈등 발생 우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공동주택의 정전사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주거용 전력 충전패턴이 주택용 전력 소비패턴과 유사해 주택용 전력 부하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동주택 2만 5132개 단지 중 15년 이상 된 주택은 약 56%인 1만 3995개 단지다. 이 중에서 세대별 설계용량이 3kW 미만(변압기 용량부족) 공동주택은 약 32%인 7921개 단지다.

장대석 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아파트 변압은 공동으로 소유한 변압기에 의해 이뤄져 변압기 교체 시 비용이 아파트 관리비에 부과된다”며 “1990년대 시공된 아파트의 경우 당시 세대별 전력사용 설계용량이 가구당 적정용량은 1kW였으나 현재는 세대당 3~5kW까지 증가해 정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어 “주택용 전력 소비패턴과 전기차 충전기 이용패턴이 유사해 퇴근시간 이후 주택용 전력부하를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름과 가을에 차량운행이 활발하고 오후 5시 이후 차량입고가 증가하면서 특히 저녁에 집중되는 패턴인데 전기차 차주의 패턴도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판매비율은 급증하고는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체 자동차 대비 등록 비율은 1% 미만이다. 현 시점에서는 공동주택 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차주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전력설비 개선비용에 관한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원활한 확대에 필요한 공동주택 전력 설비 개선 지원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전기차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주차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아파트 전기차 전용 주차장에 불만을 가지는 입주자도 가끔 있다”며 “만약 전기차 충전 인프라 증설과 함께 정전사고까지 발생하게 되면 입주자간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고, 특히 전력 설비 개선 시 발생하게 되는 비용부담 문제도 정부 차원의 조율이 시급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주택 전력설비 교체·증설 지원정책 시급

정부는 지난 2월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27일 입법예고한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에서의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 확대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충전시설과 전용주차구역 설치 의무 부과·확대, 구매목표제 도입,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근거 마련, 충전기 관련 단속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신축아파트의 경우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0.5%에서 5%로 상향 조정했고 기축아파트 역시 충전기 설치의무를 신규 부과해 의무설치 비율을 0%에서 2%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이러한 충전 인프라 확충으로 인해 공공주택 정전사고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전기안전공사와 합동으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를 조사한 결과 공동주택에서의 정전사고가 지난 7~8월 221건으로 전년 동기 133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름철에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변압기 용량초과)하면서 정전사고가 집중 발생했다.

이에 한국전력은 산업부와 함께 ‘노후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교체비용 일부는 단지가 부담해야 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위원회 내 의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파트 변압기는 한국전력이 아닌 아파트 관리 주체가 소유 및 유지보수를 시행하는 전력설비로 변압기 노후화나 과부하에 의한 고장으로 정전되는 책임은 아파트 관리 주체에 있기 때문이다.

노후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의 경우 노후 아파트의 변압기 및 차단기 교체 비용분담 비율이 기금 30%, 한국전력 부담금 50%, 입주자 20%다. 비용분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공동주택 전력설비 노후도에 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부가 기존 사업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면 원활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이 가능해 보인다.

장 선임연구원은 “일정 기간 이상 경과된 노후 공동주택 전력설비에 대한 종합조사를 실시하고 설비 개선 긴급성 등을 고려한 우선 지원대상 파악이 필요하다”면서 “공동주택 전력설비 교체·증설에 대한 지원정책 초점을 변압기, 차단기 등 개별 설비 중심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전체적인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공동주택 거주자의 지원사업 참여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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