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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리반 꼴등”...8살 아이에게 학교는 현실판 ‘스카이캐슬’이었다

광주지역 명문 사립 초등학교 아동학대 논란
  •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지방의 한 사립 초등학교가 학생을 향한 노골적인 줄세우기식 평가를 관철한 결과 불안감에 빠진 1학년 학생이 폭식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학부모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수를 매긴 점수판을 틈틈이 교실에 게시하면서 일부 학생은 극심한 열등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하위권 학생은 점심시간 외출을 제한하고 체벌성 과제를 빼곡히 적어서 제출하는 ‘깜지’를 쓰도록 조치한 것이 알려져 ‘아동학대’로 고발된 상태다. 마치 교내 무한 경쟁을 그린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방불케하는 학교의 경쟁지향적 행태에 지역사회의 성토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초등생 1학년도 점수로 줄세우기식 경쟁 길들여
 
논란이 불거진 학교는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S초등학교다. 지역의 유치원과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보유한 유력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로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에 달한다. 명문 사학으로 알려져 광주 전역에서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건 모든 학생들을 극도로 서열화하고 통제하는 이 학교 특유의 교육 방식이다. 학교는 전교생의 행동을 점수로 기록했다. 가령 ‘발표’ ‘친구 도와주기’ 등 행동에 칭찬의 의미로 상점인 ‘으쓱’을, ‘나쁜 말 사용하기’ ‘이유 없이 지각하기’ ‘과제 및 준비물 미참’ 등 행동에는 벌점인 ‘머쓱’을 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매긴 점수는 학기 동안 누적되는데, 학생에 따라 많게는 500점까지 쌓기도 했지만 하위권은 두 자릿 수 점수를 받는데 그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일부 교사는 학급 전체에 학생들이 받은 점수를 보여주며 경쟁을 유도했다. 1학년 한 학급의 교사는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에 반 아이들 전원의 이름 옆에 각자 받은 점수를 기재한 ‘점수표’를 교실 TV에 띄워 놓았다.
 
  • 지난 12월 21일 S초등학교의 한 1학년 교실에 설치된 TV 화면 모습. 학급 내 아이들의 이름(가려짐)과 학기동안 아이가 받은 점수가 기재돼 있다. (사진=S초등학교 학부모 제공)
교사는 점수가 저조한 하위권 학생들만 따로 보충 학습을 부여하는 식으로 통제했는데, 그 방식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1학년 중 한 아이는 지난 9월 28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3개월여 기간 동안 점심시간 때 바깥에 나가 놀지 못하고 700여자 분량의 명심보감 문구를 베껴 쓰거나 타자연습, 독서활동 등을 수행해야만 했다.
 
시민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를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과 관할 구청에 고발한 상태다. 이들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의무 대상자인 학교가 방치했고 교육청도 개선책을 권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 광주 소재 S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지난 12월 17일 교내 평가 규칙상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 지시에 따라 명심보감의 문구를 필사했다. (사진=S초등학교 학부모 제공)
감점 누적된 아이, 불안감에 폭식 등 이상 증세도
 
모든 학생이 현재 자신과 친구들이 몇 점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환경에서 하위권의 일부 아이는 극심한 열등감에 빠졌다.
 
이 학교 1학년인 A군(8)은 학기말 누적 점수가 마이너스(-­)31점을 기록해 해당 반의 학생 34명 중 34등에 머물러 있었다. 1학기 초기만 해도 쾌활했던 A군은 동생이 3명 더 있는데다 아이 어머니가 큰 수술로 돌봐주지 못하면서 감점이 불어났다. 등교 전 전산으로 제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보고가 30여분 늦거나 아이 숙제를 봐주지 못하는 등 실수가 누적된 탓이다.
 
결국 벌점과 깜지의 압박에 활동적이고 밝았던 A군은 어두워졌다. 아이가 집에서 입버릇처럼 “나 -31점 맞았어. 나만 꼴등이야 어떡해”라고 하며 강박감에 어쩔 줄 몰라 하거나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못해”라며 8살 아이답지 않은 무기력한 말을 되풀이했다는 게 부모들의 설명이다. 학급 내 ‘부진아’로 낙인이 찍히면서 “친구들이 나를 우습게 본다”며 친구들에게 성내는 연습을 했다고도 한다.
 
급기야 이상 증세로 이어졌다. 폭식을 하거나 밤에 부모와 함께 자고 싶다고 떼쓰며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부모가 이를 말리면 “나는 왜 아무것도 내 맘대로 못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 “학교가 아이 자존감 짓밟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부모들은 A군을 공립학교로 전학을 보냈지만 S초등학교의 비상식적인 경쟁 문화가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공분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갓 유치원을 졸업한 유소년기 아이들에게 상시 서열을 매긴 행태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박고형준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만약 학교가 점수판을 상시로 보여주며 아이에게 부담을 줬다면 이는 아동학대를 넘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며 “정서발달에 민감한 시기에 상벌점 제도를 도입하면 심리적 부담 또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점수를 의식하면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어 교육적 효과가 미미하다”라고 비판했다.
 
A군의 아버지는 학교가 실시간으로 학생들에게 점수표를 보여주며 줄세우기식 평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30분쯤 학교를 찾았는데 교실의 65인치 TV에 점수표가 띄워져 있더라. 아이들에게 ‘이게 뭐냐’고 물으니 ‘우리가 규칙을 어길 때마다 저 판에 점수가 바뀐다’고 설명을 들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보니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내내 TV에 저 점수표가 틀어져 있더라”며 “예전에는 아이가 집에서 점수 얘기를 하며 걱정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그걸 보고서야 아이가 얼마나 저 점수를 의식했을지 이해가 갔다. 학교는 우리 아이의 자존감을 짓밟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S초등학교 측 “점수표는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다” 항변
 
학교는 정당한 지도활동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학교 측은 공식 입장문에서 “해당 교사는 1학년 담임으로서 학교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학생에게 학습습관과 생활 규범의 내면화 지도에 적극 노력했다”며 “논란이 된 깜지는 점심시간 감금이 아니라 보충 지도이며 점심시간 내 지도시간과 휴식시간은 10~15분에 불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S초등학교의 C교감은 점수표에 대해서도 “교사들이 아이들의 긍·부정적 행동을 기록하는 일종의 보조 장부”라며 “일부 시간에 우연히 노출됐을 수는 있어도 이걸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건 아니다. 다만 당시 학부모님이 방문 때 선생님이 아이들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점수표를 띄운 것이 우연히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관할 교육청은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광주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S초등학교 건은 피해 아동의 학부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 현재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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