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세상엔 고향의 내음이 가득해요"

[설날특집·여행] 가족과 함께 설날 추억 만들기
"눈꽃 세상엔 고향의 내음이 가득해요"

올해 설 연휴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이다. 거기에 24일이 토요일이니 연휴는 닷새나 된다. 차례 지내고 성묘한 뒤 출근하기까지 적어도 2~3일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고맙고 정겨운 친지들과 시골 같은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이색 마을을 찾아가 보자.

교통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인제→원통→한계리 민예단지 삼거리(좌회전)→46번 국도(진부령 방향)→15km→용대리 황태마을.

숙식
우러난 국물은 연탄가스의 일산화탄소 중독까지 해독해 줄만큼 효과가 뛰어나고 애주가들의 해장용으로도 최고로 꼽히는 황태 요리는 20여 가지에 이르지만 구이를 으뜸으로 친다. 갖은 양념이 잘 배어 있는 황태살을 한 입 물면 혀끝으로 바다와 산골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용대리 국도변과 백담사 입구에 황태로 요리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 많고, 진부령 고갯마루에도 황태요리 전문식당이 있다. 어느 식당이나 황태구이의 맛은 비슷한 편이다. 황태구이백반 1인분에 6,000~8,000원.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 한옥 민박촌이 있다.

▲ 용대리 황태마을
진부령 가는 길에 황태가 손짓하네

명태라는 바닷고기는 이름이 많기도 하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리면 명태(明太)요, 얼리면 동태(凍太)요, 말리면 북어(北魚)라. 또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부풀어 마른 북어는 황태(黃太)…. 이들 중에서 살색이 누르스름하고 연하다 하여 ‘노랑태’라고도 불리는 황태는 명태에서 나온 건어물 중 최상품으로 친다.

그러나 영양도 만점일 뿐만 아니라 해독작용도 뛰어난 황태는 역설적이게도 바닷가 덕장이 아닌 백두대간 높은 고갯마루에서 탄생한다. 우선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영하 10℃ 이하로 춥고 일교차가 큰 덕장에 두 마리씩 엮어 걸어놓으면 12월말부터 3월말까지 3개월간 밤낮으로 꽁꽁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이런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면 속살이 노랗고 육질이 연하게 부풀어 고소한 맛이 나는 황태가 탄생한다.

황태가 제대로 된 상품이 되려면 덕장에 너는 순간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야 한다. 또 눈도 적당히 내려야 하고 바람도 잘 통해야 제대로 맛이 든다. 즉 영하의 기온과 눈, 차가운 바람은 황태 덕장의 3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남한에서 이런 조건을 제대로 갖춘 곳은 동해와 가까운 백두대간의 진부령과 대관령, 댓재 부근 등이다.

이 중에서도 진부령 고갯길의 용대리 황태덕장은 남한에서 가장 먼저 황태를 시작한 곳. 현재 용대리 펑퍼짐한 골짜기 마을엔 200~4,000평에 이르는 크고 작은 황태덕장이 10여 개가 있다. 그래서 한겨울에 얼어붙은 북천을 끼고 국도를 달리다보면 황태가 흰눈을 뒤집어쓴 채 누렇게 익어가는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교통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6번 국도(봉평 방향)→6km→봉평장.

숙식
봉평 장터의 현대막국수(033-335-0314)는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막국수 전문 식당으로 메밀국수(3,500원), 메밀비빔국수(4,500원) 순메밀국수(5,000원) 등을 잘한다. 봉평엔 민박집도 제법 많고, 허브나라 가는 길엔 예쁜 펜션 하우스도 많이 들어서 있다.

▲ 봉평 효석문화마을
메밀꽃처럼 하얀 눈밭엔 허생원의 웃음소리가…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賓勻?필 무렵’의 배경지인 봉평은 메밀꽃이 피는 가을뿐만 아니라 눈보라가 휘날??겨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을이라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메밀꽃이 지천이겠지만, 겨울 봉평은 온통 메밀꽃 핀 듯한 눈밭이다.

소설의 무대였던 봉평장은 장돌뱅이를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된 허생원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들렀던 곳. 봉평장을 찾은 장돌뱅이들이 노곤한 육신을 달래기 위해 목을 적시던 충줏집터를 알리는 표석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겨울이니 봉평장에서 따끈한 국밥으로 속을 달래는 것도 좋을 듯.

얼어붙은 개울을 건너면 목욕하려던 허생원이 메밀밭 위로 쏟아지는 하얀 달빛을 피해 들어섰다가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쳐 인연을 맺은 물레방앗간이다. 그 뒤쪽 언덕에는 가산의 문학 세계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이효석문학관이 있다. 이효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생가는 물레방앗간에서 1.5km쯤 떨어져 있다.

삼척 대아리 골말 굴피집

교통
영동고속도로 동해 나들목→7번 국도→삼척→38번 국도(태백 방향)→신기리 삼거리(우회전)→8km→환선굴 주차장.

숙식
덕항산 환선굴 입구인 대이리 골말엔 대이리굴피집(033-541-7288), 이종대민박(033-541-1554), 이종순민박(033-541-7288) 등 십여 군데의 민박집이 있다.

▲ 삼척 대이리 골말
화전민의 한숨소리 들릴 듯한 너와 굴피 지붕

우리나라 화전민들이 많이 살던 강원도 산간벽촌은 투막집을 비롯해 너와집과 굴피집이 많았는데, 백두대간과 깊은 산간의 삼척 주민들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이런 데서 살았다.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석회동굴인 덕항산의 환선굴로 잘 알려진 삼척 대이리 골말은 굴피집과 너와집, 그리고 산골 전통의 통방아도 구경할 수 있는 마을이다.

굴피집이란 굴참나무 껍질인 굴피를 지붕에 덮은 집을 말한다. 대이리 골말에 있는 굴피집(중요민속자료 제223호)은 3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처음엔 너와로 지붕을 이었으나 너와를 채취하는 데 어려움이 많자 1930년경 굴피로 지붕을 덮게 되었다. 집안엔 고쿨(벽난로), 화티(불씨를 모아 두는 곳), 두둥불(호롱불을 설치하는 곳)들이 원형대로 잘 남아 있다. 식당을 겸해 민박도 치므로 굴피집에서 자고 싶다면 미리 전화(033-541-7288)해두면 된다.

소나무를 쪼갠 얇은 나무판으로 지붕을 덮은 너와집(중요민속자료 제221호)은 지금의 집주인인 이종옥씨의 11대 선조가 350여년 전 병자호란 때 경기도 포천에서 이곳으로 피난해 와서 짓고 정착했다. 마을 앞개울의 통방아(중요민속자료 제222호)는 100여 년 전에 대이리 마을의 방앗간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일명 물방아 또는 벼락방아라고 한다. 이 통방아의 공이 위에는 굴피를 덮은 덧집을 원추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선 된장마을

교통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성산 나들목→35번 국도(정선 방향)→임계면 소재지(좌회전)→42번 국도(동해 방향)→8km→직원리(우회전)→4km→된장마을.

숙식
된장마을 부근엔 마땅히 숙식할 곳은 없다. 정선 읍내로 나가거나 동해나 강릉 등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뜸팡이 흰꽃 피고 장맛 익어 가는 계절

‘메주와 첼리스트’는 정선땅 임계면 가목리 된장마을의 본가다. 마당 장독대엔 커다란 항아리들이 손님에게 예를 갖춰 사열하고 있다. 3,200여 개가 넘는 그 장독 안에는 도시에서 패스트푸드와 인공 조미료에 돋은 혓바늘을 삭이는 곰삭은 된장과 간장과 고추장이 익어가고 있다.

된장마?주인인 도완녀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독일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한국심포니 객원수석, 서울심포니 부수석을 맡으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는 등 잘 나가던 첼리스트였다. 어느 날 그녀는 강원도 정선 땅 백두대간 기슭의 두메산골로 들어갔고 거기서 학승(學僧)으로서 종단에 적을 두었다가 문득 길을 바꿔 농부가 된 돈연 스님을 만나 결혼하고 된장을 담그면서 살아왔다.

첼리스트와 스님, 그리고 가목리 산골 주민들이 정성스레 만드는 메주와 된장, 간장, 고추장은 인기가 꽤 많다. 눈 때문에 된장마을 접근이 어려울 땐 메주와 첼리스트 홈페이지(www.mecell.co.kr)에 들어가면 뜸팡이 흰꽃이 피고, 장맛 익어 가는 된장마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아영면 성리마을

교통
흥부 출생마을과 발복마을은 10km쯤 떨어져 있다.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3km→아영면 소재지(좌회전)→2km→성리 흥부발복지. 지리산 나들목(직진)→2km→24번 국도(함양 방향)→2km→성산 흥부 출생지.

숙식
아영면과 인월면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남원 시내엔 모텔이 지리산 자락엔 깨끗한 민박집이 많다. 남원 광한루 부근의 새집(063-625-2443) 추어탕이 유명하다.

▲ 남원 흥부마을
"운봉 함양 두 얼품에 흥부가 사는지라"

남원시 인월면 성산마을은 흥부와 놀부 형제의 고향이요, 아영면의 성리마을은 쫓겨난 흥부가 들어갔다가 부자가 된 마을이다. 최근 연구 결과 성산마을의 박첨지 설화와 성리마을의 춘보 설화가 ‘흥부전’의 근원 설화로 밝혀졌다. 흥부 발복지인 성리마을엔 ‘흰죽배미’ ‘화초장바위’ 등 흥부전 내용이 연상되는 지명들이 남아있다. 남원시는 두 마을을 각각 ‘흥부 출생지’와 ‘흥부 발복지’로 지정하고 흥부민속촌으로 조성중이다.

입력시간 : 2004-01-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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