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vs 김충환 (서울 강동갑)12년간 정치적 고락 같이 해온 동지, 심판대에 오른 '배신론'

[2004 총선 열전지대] 얄궂은 운명 "동지 무상"
이부영 vs 김충환 (서울 강동갑)
12년간 정치적 고락 같이 해온 동지, 심판대에 오른 '배신론'


‘어제의 정치적 동지가 오늘의 정적(政敵)으로 만나다.’ 4ㆍ15 총선에서는 유난히 이 같은 구도로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벌이게 될 격전장이 많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충환 전 서울 강동구청장이 정면 대결을 펼치는 강동 갑 선거구도 바로 그런 곳이다.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맞대결에 대해 “참으로 기막힌 싸움”이라고 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서울대 정치학과 12년 선배(이 의원)와 후배 사이로, 1991년 이 의원의 권유로 김 전 구청장이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후 12년간 정치적 고락을 함께 해온 동지였다. 서로 밀고 끌어주며 이 의원은 92년 14대 총선 때부터, 김 전 구청장은 95년 첫 지방선거 때부터 각각 내리 3선을 했다. 특히 95년 국민회의 창당 때도 두 사람은 ‘꼬마 민주당’에 잔류했다가 한나라당으로 함께 말을 갈아타는 등 정치적 격변기마다 운명을 같이 했을 정도로 찰떡 궁합을 과시해 왔다.

하지만 이 의원이 지난해 7월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하면서 두 사람의 오랜 정치적 동지관계는 여지없이 깨졌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4ㆍ15 총선에서 이 의원을 ‘응징하기’ 위한 대항마로 김 전 구청장을 ‘표적 공천’ 하면서, 두 사람은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경쟁자로 돌변했다. 이에 따라 선거전이 본격화 할 경우 다른 선거구와 달리, 두 사람은 ‘정치적 배신론’을 둘러싸고 이색적인 설전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먼저 이 의원은 “김 전 구청장은 솔직히 내가 키운 인물”이라면서 “등을 돌린 후배와 싸우려고 하니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김 전 구청장이 강동 을 선거구로 가지 않고 굳이 내 지역구로 온 것은 (중진인) 나를 눌러 정치적으로 단숨에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구청장은 “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대 선배인 이 의원과 경쟁하게 돼 심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나도 정치인인 만큼 이 의원만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어 결국 서로 다른 길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각자의 정치적 신념과 노선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는 주장이다. 김 전 구청장은 오히려 “이 의원에게 탈당하지 말고 한나라당을 지키면 좋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한마디 없이 떠나갔다”면서 “이 의원의 탈당이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과 김 전 구청장은 각각 ‘한나라당 심판론’과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뜨거운 입씨름을 벌일 계획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탈당 직후에는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일부 제기됐으나, 천문학적인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을 잘 나왔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김 전 구청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노무현 정권의 지난 1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이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구의 맹주 자리’를 놓고 펼쳐지고 있는 혈전의 결과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 정치적 중량감은 이 의원이 김 전 구청장을 압도하지만, 이 의원이 중앙 정치에 신경쓰느라 지역구 관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반면, 김 전 구청장은 9년 여 동안의 구청장 재임 동안 지역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동지에서 정적으로 만나는 두 사람의 승부는 과연 어떻게 결판날 것인가?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2-17 15:45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