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국 위한 토대 마련할 것"'5·18 내란음모' 재심 변론, "통일·국제관계 전문성 살리겠다"

[이 사람을 주목한다⑤] 열린우리당 최재천 당선자 <서울 성동갑>
"강소국 위한 토대 마련할 것"
'5·18 내란음모' 재심 변론, "통일·국제관계 전문성 살리겠다"


그의 ‘활자 중독’ 은 유별나다. 4ㆍ15 총선 중 보름 간의 강행군으로 녹초가 됐을 때 그는 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훈의 소설 <화장>을 읽고서 기력을 되찾았다. 서울 성동갑에서 17개 국회에 입성한 열린우리당 최재천(41) 당선자.

최 당선자는 정치 신인으로 발을 내딛기 전 의료 사고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떨쳤다. 1999년 폐암 환자를 대신해 국내 처음으로 냈던 ‘ 담배 소송’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최 당선자의 변호사 사무실엔 언제나 법서보다 전문ㆍ교양 서적이 훨씬 많다. 소장 장서로만 보면 299명의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1~2위에 해당한다. 최 당선자의 ‘ 독서력’은 그의 독특한 이력과 함께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과 무관하지 않다. 그 중심에 ‘ 광주’의 역사적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최 당선자는 광주를 찾았다. 24년 전, 그는 광주일고 2학년 생으로 ‘ 5ㆍ18의 비극’을 온 몸으로 겪었다. 바로 옆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고, 계엄군이 겨누는 총구 앞에 서기도 했다. “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할까요. ‘ 광주’는 늘 역사에 대한 부채 의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 당선자는 변호사 개업(1993년) 후 민변(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료 사고 소송에서 주로 피해자 편에서 변호를 한 이력 등이 ‘광주’에 대한 부채 의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 당선자는 97년 민변에서 ‘ 5·18 인권보고서’를 만들 때 “ 광주 사람인 내가 정리하겠다”고 나섰고, ‘ 끝나지 않은 5·18’이란 책을 냈다. 99년 10월, 한승헌 전 감사원장ㆍ고은 시인 등은 ‘5ㆍ18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를 위해 변호사를 물색하던 중 그 책을 보고 최 당선자에게 소송을 의뢰했고, 최 당선자는 무료로 사건을 맡아 3년여 재판 끝에 2001년 1월 관련 인사 전원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 당선자는 “ 변호사가 개인의 권리 구제를 통해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정치는 입법ㆍ정책ㆍ예산 등을 통해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적 과제는 통일 문제”라면서 통일외교통상위를 지망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한국이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관계ㆍ외교ㆍ무역 등이 중요하다”면서 “과거 미국 일변도의 냉전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제 관계의 틀, 국제적 위상 확립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동북아중심국가로서 균형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당선자는 “ 이제는 막연한 통일 지상 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통합하며 법과 경제 체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통일의 각론을 다뤄야 할 때”라면서 “ 통일의 통로 역할을 하기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싱크 탱크 성격의 ‘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 연구소’(가제)라는 법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 생활 정치 시대를 맞아 정치 신인으로서 국회 차원의 공청회 대신 지역민이 현안에 대해 직접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공청회를 시스템화 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제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5-25 18:43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