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가을무대, 어깻짓 절로공연 문화예술계 수확의 계절, 풍성한 무대로 설레는 가을

[추석특집] 볼만한 공연
흥겨운 가을무대, 어깻짓 절로
공연 문화예술계 수확의 계절, 풍성한 무대로 설레는 가을


일풍(日風ㆍ정치권의 친일 논쟁)과 핵풍(核風ㆍ한국과 IAEA 사이의 진실 게임)이 한가위를 앞 둔 한반도에 불길한 기류를 몰아 오고 있다. 이 뒤숭숭한 형국에 더하여, 무슨 프로젝트라도 추진하듯 역사적 진실을 비틀어 큰소리 한 번 쳐 보자는 화풍(華風)마저 집요하게 따라 붙고 있다. 한술 더 떠 날씨마저 아열대 기후권으로 변해 가는 이 땅이 청풍(淸風)을 쐴 날은 도대체 언제쯤일까.

여하튼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다. 9월 26일부터 설악산에서 남하할 단풍은 머잖아 전국토를 가을 서정으로 설레게 할 태세다. 기다렸다는 듯 중추가절마저 겹치니, 점입가경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 선인들의 말씀은 현재진행형으로 진실이리라. 이 시절, 이 땅의 크고 작은 풍류꾼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외우내환의 형국인지라, 그들의 어깻짓이 더욱 그리운데….


- 제4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극단 미추 '정글이야기'

제 4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예술감독 김광림)는 무대 예술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최대치를 규합해 낸다. 국제화와 장르 교류를 기치로 국내외 20편의 연극ㆍ무용ㆍ음악 무대를 선보인다.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의 '초혼', 극단 미추의 '최승희', 안은미의 다국적 무용 '렛츠 고', 쿠웨이트 알 – 바삼 극단의 '알 햄릿 서밋 ' 등 개성이 가득한 무대다. 10월 8~23일까지 국립극장 등 서울 일대 극장에서(www.spaf21.com). 또 국립발레단은 인기작 '2004 해설이 있는 발레'의 올해 결산 무대를 추석에 맞춰 펼친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 등 그 동안 호평을 받았던 작품 중 하이라이트를 공연한다.9월 24~25일 호암아트홀(02)587-6181.


- 장사익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소리꾼 장사익 콘서트

소리꾼 장사익은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로 동참한다. 1993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수상한 이래. '하늘 가는 길' '허허바다'등 갖가지 퓨전 무대로 국악의 의미를 되새겨 온 10년을 돌이켜 보는 무대다. 김광석(기타), 김은영(해금) 등 인접 장르의 뮤지션들이 자리를 함께 빛낸다(. 10월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96-0514). 새로 문을 연 서울 열린극장창동은 첫 무대로 극단 미추의 뮤지컬 '정글 이야기'를 29일까지 올린다(02-747-5161). 연극열전이 때맞춰 내 놓은 화제작 '청춘예찬'은 경제난 속에 맞게 된 올 가을의 의미를 돌이켜 보게 하는 작품이다. 200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을 받은 이래, 연출가와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 가난의 연극은 부화해져 가는 우리 시대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극단 골목길, 10월 2~11월 14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 황순원 문화제

올해 시작하는 '황순원 문화제'또한 특별한 행사. 11월 30일까지 경희대와 교보문고 강남점 등지에서 열릴 이 자리에서는 황순원 소설 그림 그리기 등 초ㆍ중ㆍ고생을 대상으로 각종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02-961-0991).


- LA 한국 국제 영화제(LAKIFF)

9월 24일 남가주대(USC)에서 벌어질 제 1회 'LA 한국 국제 영화제(LAKIFF)'에서는 박찬욱, 홍상수 감독 등이 직접 참여, 영화 관람 후 팬들과의 대화 등 다채로운 만남을 기획중이다. 3년만에 완공된 서울올림픽미술관은 개관 기념으로 조각전 '정지와 움직임'을 올림픽 공원내 서울올림픽미술관 등지에서 11월 28일까지 갖는다(02-410-1066).


- 고구려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10월 17일까지 경복궁에서 갖는 '고구려 특별전'은 올 한가위의 의미를 각별하게 해 준다. 중국 지린(吉林)성의 통구(通溝) 벽화의 모사도를 비롯, 고구려가 명확히 우리 땅임을 보여주는 유물 80여점을 공개하는 자리다. 환경재단이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갖는 사진전 '2004 그린 페스티벌 - 마르코 폴로의 길을 걷다'는 자연과 역사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 줄 자리. 내셔널 지오그래픽지(誌)의 사진 작가 마이클 야마시타의 근작 90여점이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를 연상케 한다(www.greenfestival.or.kr)


- 퓨전 창작 가요제

지방 도시들도 축제의 길에 동참했다. 판소리의 고장 전북 고창에서는 국악과 가요를 아우른 '퓨전 창작 가요제' 를 10월 22일 개최, 웃음보를 터뜨릴 태세다. ARS(060-600-0034)를 통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9월 20~10월 15일까지 직접 노래를 부르면 된다. 민속 음악과 정악 등 국악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제 24회 대한민국국악예술제'는 9월 20~25일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펼쳐진다(02-744-8051).


- 광주(전남) 공연예술제

제 2회 광주(전남) 공연예술제는 26일까지 러시아 등 외국의 극단을 초청한 가운데 공연과 영상 예술의 한판 잔치에 들어 간다. 한편 경기문화재단과 실학축전집행위원회(위원장 임진택)은 '실학축전'을 출범, 가을 축제의 의미를 격상시킨다. 실학의 실사구시 정신을 경기도 문화의 전당 등지에서 9월 29~10월 3일까지 '천연염색 및 헌 옷 리폼 프로젝트' 등 현대적 행사로 이어간다는 취지다(www.silhakfestival.com). 울산의 현대예술관 갤러리가 준비한 '가을맞이 다기(茶器)전'은 웰빙 바람속, 진정한 한국적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전통 다기들을 전시한다(052-235-2143)


- 중국·러시아 대형서커스

'상하이 서커스월드' 공연장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온 두 편의 대형 서커스 무대도 기다린다. 세계 최대의 서커스 전용 극장인 '상하이 서커스 월드'의 오리지널 팀이 내한해 펼치는 기예는 철제 구형안에서 8대의 오토바이가 전력 질주하는 기예 등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평가다. 10월 3일까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02)543-6706. 한편 모스크바에서 온 '로얄 아이스 서커스'는 피겨 스케이팅에 서커스의 기교를 합친 갖가지 장면들로 넋을 빼앗는다(02)741-9450


- 제 9차 평양 영화 축전

가을의 기쁨은 북한에도 넘친다. 9월 12~21일의 제 9차 평양 영화 축전이 그것. 러시아, 스웨덴, 스페인 등 40개국 100여편의 작품이 참가, 열기를 높여 가는 자리다. 원래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쁠럭불 가담 및 기타 발전 도상 나라들의 평양 영화 축전'이지만 근래에는 서방의 작품도 적극 참여하는 등 개방의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 사적지·박물관 한복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

한편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은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7~29일 4대궁 등 사적지 23곳과 12개 국립박물관에 대해 추석 연휴 기간인 27~29일 한복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것으로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은 한국의 집, 정동극장 등에서는 관람료 할인이나 특별 공연 등으로 잔치 기운을 한껏 돋운다. 경주ㆍ부여ㆍ공주 등 지방의 국립박물관에도 각기 특이한 문화 행사가 마련돼 있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09-22 14:08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