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동력 '지속가능경영'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강조한 경영성과가 선정의 주요 잣대보통주 1주당 주가 평가로 객관성 높여

[특별기획] 한국일보·서울경제 부설 백상경제연구원 선정 <지속성장가능 50대 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동력 '지속가능경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강조한 경영성과가 선정의 주요 잣대
보통주 1주당 주가 평가로 객관성 높여


돈을 좇으면 돈이 달아나고, 사람을 좇으면 돈은 절로 쌓인다고 했다. 돈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사람의 손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속성을 가졌음을 함축하는 말이다.

돈을 좇는 일, 즉 이윤 추구가 존립의 궁극적 목표인 기업들에게도 이 경구는 마찬가지 효력을 지닌다.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뜻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 같은 원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이제 기업들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과거 이윤 추구 위주의 경영 방식을 뜯어 고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배경에서 새로운 기업 경영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이른바 ‘지속 가능 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이란 개념이다.

그 사상적 바탕은 1992년 브라질 ‘리우 정상회의’와 2002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를 거치며, 지구촌 경제주체의 당면 과제로 합의된 ‘지속 가능한 발전’(ESSDㆍEnvironmentally Sound &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비롯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환경 파괴를 수반했던 과거의 경제 개발 관행서 벗어나 환경 친화적인 성장을 추구해야만 인류가 지속할 수 있다는 각성을 담은 의제다.

지속 가능 경영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업 경영 철학이다. 통상 경제적 수익성과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등 3가지 덕목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경영 활동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경영방식으로 정의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경제적 수익성은 투명한 경영 활동, 공정 경쟁, 경영 혁신 등 경영의 선진화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환경적 건전성은 말 그대로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경영 활동을 해 나간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책임성은 사회 공헌 활동, 인권 경영, 준법 경영 등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주목할 것은 지속 가능 경영이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립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자사의 경영 방침으로 지속 가능 경영을 내걸었을 뿐 아니라, 협력 업체들에게도 이를 거래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몇 대기업들이 앞장서 채택하면서 지속 가능 경영은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이에 창간 40주년을 맞은 주간한국은 한국일보ㆍ서울경제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지속성장가능성’이라는 잣대로써 기업들을 평가했다. 오랜 경기 침체와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가는 가운데, 미래의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으로 대두된 지속 가능 경영 문화의 정착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다.

평가 결과, 만만치 않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이 상당수 상위권에 포진하기는 했지만, 의외로 하위권에 처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견 기업들 가운데선 내로라 하는 기업들을 제치고 앞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다수 눈에 띄었다. 기업의 외형이 미래의 성장 가능성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는 새로운 진리가 확인된 것이다. 이와 함께, 아직은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현재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국제적인 작성 지침을 제공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비교 가능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www.globalreporting.org)하고 있으며, 蓚宕湧?참여를 유도하고자 매년 보고서를 평가해 우수 기업에게는 상을 수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2003년 기준 31개국 314개 기업이 보고서를 작성해 공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 공시에 대한 참여도는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고작 3개 기업만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002년 발족한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ㆍ허동수 회장)의 주도로 최근 재계가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공감대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멀지 않아 국내 기업들 사이에도 지속 가능성 보고서 작성과 공시가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지 않는 기업이 절대 다수라는 현 상황은 이번 평가 작업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속 성장 이론에 기초한 기업 평가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실질적인 지속 가능성 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얻는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백상경제연구원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장기업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정보와 시장 정보를 지속 가능 경영 성과 지표의 대용치(proxy)로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 사업보고서·시장가치 성장성 등이 분석 자료

평가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우선 평가 모형의 설계를 위한 표본 기업은 2003년 이전 10년 동안 계속해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평가 결과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또한 상장 역사가 짧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평가 대상 범위를 5년 동안 계속 상장된 기업으로 확대했다.

부득이하게 평가 대상에서 빠진 경우도 있다. 금융업종은 평가 정보 속성에서 제조업과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평가 과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외시켰다. 또한 코스닥의 경우는 짧은 역사로 인한 자료의 부족 때문에 모형 수립에 적합치 않다고 판단, 평가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평가 대상 기업은 모두 561개 업체였다.

다음으로, 평가 항목은 사업보고서와 함께 자본 시장에서 입수 가능한 정보를 대상으로 지속 성장 이론에 맞춰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개별 기업 공시 정보는 지속 성장 이론의 평가 항목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아 유사한 속성을 가진 정보로 대체됐다. 또 개별 기업의 시장가치(market value) 성장성, 즉 주가 상승(변동)률이 지속성장 지표의 대용치로 사용됐다. 특히 기업의 총액 규모가 점수에 미치는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보통주 1주당 주가를 평가 요소로 삼았다.

연구팀이 최종적으로 매긴 개별 기업의 성장 가능성 점수는 정량적(定量的) 평가와 정성적(定性的) 평가가 종합된 것이다. 정량적 평가는 개별 기업의 평가지표 자료를 수립된 평가 모형에 적용해 산출한 점수이며, 정성적 평가는 국내 10개 유력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100명이 평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점수이다. 최종 점수는 두 가지 점수를 보탠 것.

주간한국과 백상경제연구원은 당초 이 종합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려 했으나, ‘부작용’을 감안해 상위 50개 지속 성장 가능 기업을 무순으로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기업 간 점수 격차가 균등하거나 또는 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줄 세우기’가 기업들에게 쓸데없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백상경제연구원 심상규 연구위원은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장시간의 연구를 통해 지속 성장 가능 기업을 선정했지만, 자료의 제약으로 인해 평가 지표의 대용치를 사용하고 비공개 자료를 평가에 반영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때문에 연구 결과는 실제 현상을 100%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어 해석에는 주의 환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지속 가능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아감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이제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뿐 아니라, 투자자와 분석가들도 새로운 기업 평가 방법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증권사 애널리스트 설문
성장가능성 1위로 생명공학 꼽아

이번 지속 성장 가능 기업 선정에는 100명의 국내 유력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린 평가도 한 몫을 차지했다. 백상경제연구원의 최종 평가와 별개로, 그들의 시각에서 본 향후 한국 기업의 지도 역시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업종으로 생명공학(1위ㆍ28%)과 IT(2위ㆍ22%) 분야를 우선 꼽았다. 눈에 띄는 것은 3위(14%)에 전자부품 산업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공동으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최근 연예ㆍ오락 산업의 무서운 성장세에 후한 점수를 매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정보서비스업(6%)과 반도체산업(4%)이 뒤를 따랐고, 나머지 업종들은 대체로 2%대의 낮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 어딘지도 관심사. 애널리스트들이 각자 1순위로 꼽은 빈도수로 봤을 때, 성장가능성 순위는 삼성전자 – 현대자동차 - LG전자 – 신세계 – NHN – 포스코 – 삼성SDI - SK텔레콤 - NC소프트 – 다음커뮤니케이션 - 한미약품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81.1%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고, 현대자동차(4.2%), LG전자(3.2%)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에 그쳤다. 상위권에 오른 인터넷 기업 NHN도 눈에 띄었다.

중복 응답한 빈도수까지 포함했을 때는 다소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삼성전자(31.6%) - 현대자동차(18.6%) - 포스코(9.3%) - 삼성SDI(7.4%) - LG전자(6.7%) - SK텔레콤(5.6%) - 신세계(4.8%) - NHN(2.2%) - NC소프트(1.5%) – 현대모비스(1.5%) 등의 순서로 나타난 것이다. 기업 간의 극단적인 편차가 ‘조정’된 이 지지율이 실제 성장가능성의 차이를 보다 잘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10-14 11:52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