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교 한국통신보안주식회사 대표 인터뷰

[도·감청] "통신 비밀 침해 심각한 수준"
안승교 한국통신보안주식회사 대표 인터뷰

“영원한 비밀은 없습니다.” 국내 통신 보안의 대부로 불리는 한국통신보안㈜ 안교승 대표이사는 도청을 피하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도청 감지 기술이 나오면 그에 대응한 새로운 도청 기술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기 때문이란다. 도청기술과 도청 감지기술이 창과 방패, 즉 모순(矛盾)에 흔히 비유되는 것도 바로 이 까닭이다.

“휴대폰과 같은 통신 장비들을 떼 놓고는 하루도 할 수 없는 요즘 ‘통신 비밀’은 현대인들의 또 다른 기본권이지만, 이 권리의 침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안 대표가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 – 지금은 도청중’(도서출판 그린)이란 책을 낸 것도 통신 인권 신장이라는 거창한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광범하게 행해지고 있는 도청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안기부 X파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더니, 이제서야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니까요.”

X파일 파문으로 요즘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하자, 안 대표는 “개인이 사용하는 간이 탐지기의 판매는 늘지 모르지만, 보안검색(도청장치 탐색 작업) 의뢰 건수만 본다면 최근에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안 검색 작업의 효과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아예 상시 보안이 가능한 도청 감지장치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안’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증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상시 도청 감지 장치를 설치하는 경우, 도청기가 감지됐을 때 실시간으로 중앙관제센터로 전송되고, 이 메시지를 전송 받은 상황실 직원이 ‘전화 이상 징후 포착, 사용금지’ 등의 내용을 고객에게 즉각 알린 후 직접 방문해 도청장치를 탐색, 제거하는 방법이다. 규모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도청 감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고 안 대표는 전했다.

15개국으로 기술력 수출

중학교 1학년 때 접했던 햄(HAMㆍ아마추어 무선)에 심취한 후 각종 무선 기기들에 대해 독학한 안 대표는 결국 무선 통신장비 제조 일을 하다가 1996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통신 보안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던 당시 고가의 장비들을 수입해 여행용 가방에 장착하고 보안검색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청 감지 장치를 자체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Sentinel R5000’이 바로 그 장치로 해외 15개국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아 수출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면 보안 검색을 한번 받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될까. 100평 사무실을 기준으로 도청장치를 검색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만원 선.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작업 자체가 숨바꼭질 하듯 숨어 있는 도청장치를 찾아내는 일이어서, 사무실 구조, 집기들의 위치 등 검색에 많은 것들이 변수로 작용한다고 한다. 결국 소요시간과 비용을 한 군데로 못 박을 수 없다는 얘기다.

콘크리트 못이 변형된 마이크 소자, 레이저 등을 이용한 첨단 도청 등 상상을 초월하는 도청 방법과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는 어떤 도청 기술들이 등장할까. 안 대표는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들이 나타나겠지만, 지난 10년간을 되돌아 보면 도청 자체의 방법과 기술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도청기를 숨기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8-11 16:04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