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장 드라이버 헤드 전쟁 - 드라이버 페이스 고반발 영역 확대로 평균 비거리 향상

‘200cc대에서 300cc로,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400cc를 훌쩍 뛰어넘더니만 이젠 데드라인인 460cc까지…’ 드라이버 헤드 체적의 변천사다.

드라이버가 처음 사용됐을 때는 어른 주먹 반만 했다고 한다. 주로 감나무로 만들었는데 지금처럼 헤드 안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속이 꽉 찬 그대로여서 제법 무거웠다. 물론 크게 만들면 무거워서 스윙에 불리한 것은 불문가지. 일반적으로 스윙에 적합한 최대 한계치는 300g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렇게 조그맣던 드라이버 헤드가 지금 갓난애 머리 크기만큼 커져 버렸다. 반면에 무게는 더 가벼워졌고 표면은 더욱 얇아졌다. 강도 또한 더 단단해졌는데 모두 드라이버 제작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드라이버 헤드 크기의 확대 경쟁은 ‘스위트 스팟(유효 타구면)’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스위트 스팟이 크면 클수록 약간 빗맞는 경우라도 공은 제 궤도를 그리며 멀리 날아갈 수 있어서다.

때문에 골프 드라이버 메이커들은 최근 스위트 스팟을 넓히는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이는 기술들은 단순히 드라이버 헤드의 페이스(타구와 접촉하는 면)만을 넓히는 것 이상으로 스위트 스팟을 확대시켜 주고 있다.

경쾌한 타구음으로 인기높은 일제 브랜드 야마하. 지난해까지 0.885라는 경이적인 반발계수(CORㆍ공을 1m 높이에서 자유낙하하였을 때 지면에 맞고 튀어오르는 높이)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야마하는 올해 새로운 헤드 기술이 채용된 2006년 신제품 ‘인프레스X 드라이버'를 내놓았다.

이 제품에 새로 적용된 기술은 바로 ‘광(廣)반발 헤드’. 헤드 크기가 최대 허용 한계치인 460cc에 15cc 부족한 445cc임에도 이 드라이버는 스위트 스팟을 종전 모델보다 넓혔다. 그래서 반발력이 높다는 ‘고반발’의 컨셉트를 이어 받아 반발력이 넓다는 의미의 ‘광반발’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광반발의 원리는 반발 영역을 2중으로 확대한 데 있다. 원래 고반발인 드라이버 페이스 정가운데를 일직선상으로 조금 두껍게 만들어 정 중앙부는 반발계수 한계치를 넘지 않게 만드는 대신 주변부를 더 넓게 고반발 영역으로 만든 것. 때문에 반발계수 0.800 이상의 고반발 영역이 종전 3.2㎠에서 12.5㎠로 4배나 넓어졌다.

고반발 영역이 페이스 전체로 더욱 확장되자 중심을 벗어난 곳에 공이 맞아도 비거리 편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야마하골프 한국총판인 오리엔트골프의 안정자 이사는 “실험 결과 지난해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14야드 늘어났다”며 “이는 반발계수가 지난해보다 작아졌지만 공이 헤드 페이스 어디에 맞든 편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타수의 평균 비거리가 증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캘러웨이골프가 한국인 전용으로 설계했다는 신형 ‘X460’드라이버 또한 유효타구 면적이 헤드 크기의 확대 폭을 뛰어 넘는다. 지난해까지 캘러웨이의 주종 드라이버는 454cc.

이상현 사장은 “겨우 6cc 커졌지만 스위스 스팟은 기존 제품 보다 10% 이상 커졌다”고 얘기한다. ‘X-솔’이라는 독특한 바닥 디자인을 채택해 역시 방향성이 향상된 덕이다.

맥그리거가 한국인의 스윙 패턴을 고려해 내놓은 신제품 ‘NVG2 드라이버’ 또한 460cc 최대 크기의 헤드가 아니면서도 유효 타구면을 크게 넓히는데 성공했다.

맥그리거의 강상범 팀장은 “신공법인 컵 페이스 구조를 채택, 주변으로의 스위트 에어리어가 종전 모델보다 30%나 확대됐다”고 말한다. 고반발력이 뛰어난 TVC 베타티타늄이 헤드 페이스 소재로 사용돼 주변을 얇게, 중앙은 두껍게 처리, 방향성을 살린 효과다.

인터뷰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대표
"세계 최고 수준의 광반발력 경험할 것"

"야마하 드라이버는 지난해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반발력을 자랑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광반발이라는 새 기술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것입니다."

야마하 골프클럽을 국내에 독점 수입하고 있는 (주)오리엔트골프의 이갑종 대표이사는 "올해 신제품으로 출시한 광반발 드라이버 '인프레스X'는 반발계수 기준치인 0.830을 유지하면서 페이스면 고반발 영역을 4배로 확대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445cc 헤드의 고반발 영역이 크게 넓어진 결과 종전 제품보다 평균 비거리도 14야드 더 늘어났다. 그래서 "그동안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비거리를 뜻하기 위해 제품명에 X를 붙였다"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피아노, 신디사이저, 홈시어터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브랜드인 야마하는 골프에서도 신기원을 이룩해 왔다. 91년 세계 최초로 단조티타늄 헤드를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클럽 페이스의 반발계수를 0.885까지 끌어올려 골프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야마하의 세계적 기술은 드라이버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고반발을 유지하려면 클럽 페이스를 얇게 만들어야 하는데 야마하는 2.3mm까지 낮췄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이지요. 그 이하로 만들면 헤드가 깨져 버리기 쉽습니다."

이 대표는 "또 단조 베타 티타늄을 소재로 사용하고 용접 부위가 솟아나지 않는 레이저 용접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야마하만의 특색"이라고 말한다.

또한 신제품은 샤프트의 기능도 강화했다. 야마하는 그립 쪽과 중간부에 관절과 같이 휘는 '더블 스피트 샤프트'를 장착했다. 관절운동과 같이 운동에너지를 상승시키고, 다시 헤드 스피드를 높여 비거리를 증가시켜 주기 위해서인데 실험결과 6야드 정도의 비거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몇 년 전 드라이버 800개를 시타용으로 제공, 고객들에게 3~4일간 사용토록 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지요. 직접 쳐본 고객들은 야마하의 비거리와 방향성, 착용감에 흡족해했고 이어 주문이 쇄도했지요." TV광고로 야마하 골프클럽을 소개한 것 또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프로선수들 중에서 장정, 이미나, 배경은 등은 야마하 골프클럽을 사용했던 유명 골퍼들.

원칙주의자이면서도 골프업계에서 독특하고도 참신한 시도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로 이름난 이 대표는 "고객들에게 제품의 특성과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오랜 세월 변함없이 유지해온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