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로축구 대장정 킥 오프단일 리그제 부활·6강 플레이오프제 도입·스타들 컴백'팬 최우선으로 하는 재미있는 축구'로 한국축구 중흥 불러

K리그가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지난 3일 2006년 K리그 챔피언 성남과 FA컵 우승팀 전남이 격돌한 개막전을 시작으로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가 9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올 시즌 K리그는 중흥을 노린다.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호재가 많다.

단일리그 복귀, 컵대회 토너먼트제 부활, 6강 플레이오프제 도입 등 리그 운영 시스템이 바뀌었고 안정환(수원), 고종수(대전) 등 대형 스타들이 돌아왔다.

14개 구단 사령탑들도 ‘공격적인 축구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다시 불러 모으겠다’며 환골탈태를 다짐하고 있다. '재미있는 축구, 팬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축구'로 거듭난다는 것이 올 시즌을 맞는 K리그의 각오다.

감독들 공격축구로 화끈한 승부 별러

K리그 개막전 대전 시티즌과 수원삼성.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일 리그제와 6강 플레이오프의 도입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전기와 후기로 나눠 진행하던 종전 정규시즌 운영 방식을 단일 리그제로 바꿨다.

2004년부터 3시즌 동안 사용해온 분할 방식이 '재미없는 축구'를 낳았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시즌 무승부 경기가 양산됐을 때 각 팀 사령탑들은 ‘한 번 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무리할 수 없다’며 ‘닫는 축구’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단일 리그로 복귀해 각 팀 감독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제의 도입 역시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이벤트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종전 4개에서 6개로 늘어나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민 구단 등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약해 전력이 약한 팀들도 "우승까진 어렵지만 6위 쟁탈전은 한번 해볼 만하다"며 벼르고 있다.

별들의 귀환… 별 볼일 있어진 그라운드

성남 일화와 전남 드래곤즈 경기.
프로축구가 2007년 '부활'을 예감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슈퍼스타들의 K리그 복귀에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반지의 제왕' 안정환(수원)이다. 2000년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로 이적하며 K리그를 떠났던 그는 J리그, 프랑스 르샹피오나, 독일 분데스리가 등을 거쳐 7년여 만에 고국팬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6개월여 ‘무적(無籍) 선수’로 지냈던 그는 겨우내 성실한 훈련 자세로 차범근 감독의 높은 평가를 받았고 4일 개막전에 선발 출전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풍운아 고종수(대전)의 그라운드 복귀도 주목할 만하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던 그는 무릎 부상과 구단과의 잦은 마찰로 한창 때의 나이에 잊혀진 존재가 된 비운의 스타다. 교토 퍼플상가(2003년), 수원 삼성(2004년)으로부터 방출된 그는 2005년 전남에서 잠시 활약했으나 그해 시즌 종료 후 구단과 재계약에 실패, 1년을 야인으로 방황했다. 그러나 고종수는 지난 1월 전격적으로 대전에 입단, 축구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건다.

천재로 불리던 과거의 날카로움을 보여주기에는 어려움이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동계 전지훈련에서 체중을 7kg이나 감량하는 등 전에 없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실전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고종수는 4월께부터 그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해외리그에서 유턴한 스타들의 활약도 관심있게 지켜볼 만하다. 대표팀의 기둥 수비수 김진규(전남)는 J리그 주빌로 이와타에서 친정으로 복귀했고 청소년대표팀의 기대주였던 김동현(성남)도 포르투갈과 러시아리그를 거쳐 K리그로 돌아왔다. 2002 월드컵 4강 멤버였던 현영민(울산)과 최성용(울산)도 K리그 팬들 앞에 다시 서게 됐다.

성남, 수원, 울산, 서울 치열한 우승 다툼 예상

올 시즌 K리그의 절대 강자로는 ‘디펜딩 챔피언’ 성남과 호화멤버를 자랑하는 수원이 꼽힌다. 여기에 알차게 전력을 보강한 울산, ‘터키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을 영입한 서울이 상위권 전력으로 분류된다.

성남은 오프시즌 동안 잇단 대형 선수 영입으로 ‘대표팀급 더블 스쿼드’로 불리는 막강 전력을 구축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최다 득점 팀인 성남은 창 끝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은 것이 눈에 띈다.

우성용(울산)이 떠났지만 파워가 일품인 스트라이커 김동현, 스피드와 발재간이 뛰어난 최성국, 올림픽대표팀의 유망주 한동원을 영입해 화력이 더욱 강화됐다. 이들은 모따, 네아가, 이따마르의 ‘용병 트리오’와 함께 올 시즌 K리그 최강의 공격진을 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는 수원도 화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지난 시즌 골 결정력 부족으로 두 차례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수원은 2004년 K리그 MVP 나드손을 다시 맞았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스트라이커 에두를 영입한 데 이어 안정환을 보강해 최전방 라인을 재편했다.

이관우, 백지훈, 김남일, 송종국 등 ‘황금 중원’과 손발이 맞을 경우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챔피언에서 지난 시즌 무관으로 추락한 울산도 알차게 약점을 보완해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대표팀 수문장 김영광과 최근 주가가 급등한 미드필더 오장은 등 대형 FA를 영입했고 상무에서 전역한 정경호와 지난 시즌 득점왕 우성용으로 공격진을 보강했다.

서울은 다른 3강에 비해 특별한 전력 보강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터키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의 지도력에 기대를 건다. 취임 일성으로 ‘공격 축구’를 선언한 귀네슈 감독은 4일 개막전에서 대구를 2-0으로 완파하며 첫승을 신고, 올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서울의 자랑인 ‘영건’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청용, 송진형, 김동석, 기성용 등은 올 시즌 더욱 농익한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 4강에 도전장을 내밀 다크호스로는 포항, 전남, 전북이 꼽힌다.

포항은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고 간판 스타 이동국이 빠져나간 공백이 크지만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도 정상 도전에 나선다. 파리아스 감독은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오범석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깜짝 전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은 수비라인의 보강이 눈에 띈다. 대표팀의 기둥 수비수 김진규와 아시안게임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멀티 플레이어’ 김치우를 영입했다. 허정무 감독은 “우승하고 싶은 팀은 우리 전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의 경험을 바탕삼아 올해는 K리그에서도 일을 내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신인왕 염기훈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선수단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어떤 팀을 만나도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자신감 넘치는 팀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