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金… 수영역사 새로 쓸 '월드스타'로 주목

‘슈퍼 마린보이’ 박태환(18ㆍ경기고)은 이미 한국 수영의 ‘희망’을 넘어섰다.

그가 가르는 물살에 한국은 들썩였고, 박태환의 짜릿한 막판 스퍼트와 함께 수영 변방국으로 설움 받아온 한국 수영의 기막힌 반전도 시작됐다.

박태환은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직전 다관왕이 목표라고 밝혔다. 도하의 목표는 이뤄졌다. 3관왕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마저 거머쥐고 금의환향한 박태환은 “세계 최강인 그랜트 해켓과 맞붙어 꼭 이기고 싶다”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졌다. 불과 2개월 만에 또다시 목표를 이뤘다. 한국 수영의 신기원을 이룩한 박태환의 끝없는 도전은 한국 수영을 넘어, 대한민국의 ‘희망’이 됐다.

월드 스타를 키워낸 사람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56) 씨는 지난해 박태환의 10년 스승인 경영국가대표팀 노민상 감독과의 결별 선언 이후 스피도㈜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뒤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 놓았다. 한국 수영의 간판이 된 아들이지만 아버지는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던 때 태환이가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더니 얼마 안 가서 스스로 물속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여느 운동 선수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성장통이었던 셈이다. 고비를 넘긴 박태환은 하루가 다르게 몸도, 기량도 커 나갔다.

아버지가 강인함을 키워준 버팀목이었다면 어머니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 박태환이 선수촌 식당에서 먹는 밥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자 어머니 유성미(49) 씨는 아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을 잔뜩 챙겨 카타르로 날아왔다.

경기가 시작되면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호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짬이 나는 대로 식사를 함께 하고, 말 상대가 돼 주며, 한국의 모든 시선이 고정돼 있는 아들 태환이의 긴장을 풀어줬다.

아버지 박 씨는 아들 웬만해선 아들 자랑을 하지 않는다. 수영 대표팀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유독 자신의 아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늘 “초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박태환이 호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에서 짜릿한 역전 금메달을 따내자 박 씨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눈시울을 붉혔다.

“너무 극적이어서 눈물이 납니다. 그동안 태환이가 마음고생이 컸는데, 너무 고맙고 너무 대견합니다.” 노 감독과의 결별, 훈련 기간의 부족 등 악재를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아들을 보며 한없이 흘러내리는 부모님의 눈물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박태환에게 30억원짜리 초대형 후원을 약속한 스피도의 과학적 훈련 프로그램도 세계 수영사에 남을 박태환의 발자취에 큰 몫을 거들었다. 스피도의 손석배 마케팅팀장은 “짧은 기간 고된 훈련을 잘 따라준 태환이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기적은 계속된다

생중계되는 TV 화면 속에 비친 박태환은 부쩍 성장했다. 거구의 서양 선수들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몸도 컸지만 표정에서 보이는 여유와 넘쳐나는 자신감은 2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해 물속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야 했던 중학생 소년이 아니었다.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성적을 예언한 당당한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였다.

박태환은 지난 3월 25일 벌어진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4초30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선수 사상 첫 세계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틀 뒤인 27일 박태환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기록을 다시 갈아치우며 2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천부적인 신체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기본으로 하는 단거리종목에서의 입상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메달 개수보다 더 중요한 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다. 지난 2년 간 무려 19차례의 한국신기록과 5번의 아시아신기록을 갈아치운 ‘기록제조기’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때 불과 19세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2)가 6관왕을 휩쓸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의 나이다.

여기에 주종목인 중ㆍ장거리에 이어 단거리에서도 가능성을 보였고, 호주세계선수권대회 직후부터는 개인 혼영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개최국이자 수영 최강임을 자부하는 호주 언론은 박태환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태환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박태환의 역영에 숨을 죽였다.

정점을 향해 물살을 헤쳐나가고 있는 ‘월드 스타’ 박태환에게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생년월일= 1989년 9월 27일
▲체격= 181㎝ㆍ70㎏
▲발 사이즈= 290㎜
▲출신교= 서울 도성초-대청중-경기고 3년
▲국가대표= 2004년 7월∼현재
▲혈액형= O형
▲취미= 농구ㆍ음악감상
▲좋아하는 선수= 이안 소프, 그랜트 해켓(이상 호주)
▲가족관계= 박인호(56) 유성미(49)씨의 1남1녀 중 막내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