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괴물루키' 사상 첫 데뷔 2연승, KPGA 시즌 풀시드 획득… 한국 골프 新星으로 화려하게 등장

한국의 타이거 우즈를 꿈꾼다.

한국 남자 프로 골프에 ‘괴물 루키’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21세 청년의 김경태(신한은행).

국내 필드에 김경태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자신의 프로 데뷔전이자 올해 남자골프 시즌 개막전이었던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신인으로는 사상 첫 ‘데뷔전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어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또 다시 우승,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계에 ‘김경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인기만큼이나 그에 대한 대접도 융숭해졌다. 김경태는 매경오픈 우승 하루 뒤인 지난 14일 신한은행과 3년간 계약했다. 연봉 1억 8,000만원과 훈련지원비 2,000만원에 우승 상금의 50%, 2~5위 30%, 6~10위 20% 등의 인센티브를 별도로 받는다. 3년 동안 성적에 따라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파격 조건이다.

또 지난 15일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무료 탑승권을 받았다. 이어 16일에는 한국프로골프(KPGA)의 규정까지 바꿔 놓으며 올 시즌 KPGA 풀시드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 금메달 2개를 딴 김경태는 국가대표로 뛰느라 KPGA 시드전에 참가하지 못했고, 결국 대기선수 신분으로 올 시즌을 맞았다. 데뷔 후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도 대기선수 신분으로 남아야 했던 김경태. 그러나 KPGA는 대형 신인선수 육성과 한국 프로 골프의 흥행 차원에서 규정까지 바꿨다.

기록 제조기 김경태

김경태는 아마 시절인 지난해 5월 포카리에너젠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6일 끝난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까지 1년 동안 국내 대회에 모두 6차례 출전했다. 그중 4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우승 확률이 66%에 달한다. 올해는 매경오픈까지 2개 대회에서 전승을 거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앞서는 승률이다.

김경태는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성적뿐만 아니라 프로 입문 나이가 우즈와 같은 21세로 ‘닮은 꼴’이다. 우즈도 21세가 되던 96년에 프로에 입문했다.

김경태는 세미프로를 지낸 아버지 김기창(54) 씨와 어머니 조복순(50) 씨 사이의 1남 1녀 중 둘째로 86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났다. 속초 교동초등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아 골프 명문으로 통하는 안양 신성중ㆍ고를 거쳐 연세대 체육교육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15세인 2001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힌 뒤 고교 2년 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2003년 주니어 최강자를 가리는 송암배와 한국아마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뒤 2004년 MBC배 중·고대회에서 사상 최소타인 63타로 우승컵을 안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김경태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05, 2006년 일본아마선수권대회 2연패를 차지했고, 2006 한국아마선수권까지 우승, 한ㆍ일 양국의 아마추어 내셔널대회를 동시 석권하는 첫 선수로 기록됐다.

아마추어 신분인 작년에 프로대회인 포카리-에네젠 오픈과 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로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이어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골프 2관왕(개인ㆍ단체)의 영예를 안은 뒤 프로로 전향했고, 올해 토마토저축은행오픈과 매경오픈 대회에서 연거푸 정상에 올랐다.

골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김경태는 착하다. 한없이 순수한 청년이다. 그리고 효자다. 김경태는 “사실 우리 집 형편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려웠다. 그 때문에 골프에만 더욱 열중했던 것 같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저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강원도 속초의 실내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면서 어렵게 김경태를 뒷바라지했다. 김경태가 고교에 진학한 뒤에는 아예 일자리도 접고 캐디로 나섰다.

사실상 수입이 없는 상태. 김경태가 골프에 소질을 보여 자식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인생을 포기한 것이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프로지망생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는 5, 6년 전부터 매일 새벽 아들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경태는 “앞으로 부모님의 인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제가 다 돌려 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태는 지금까지 대회에 나가 한번도 자신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스타일이다. 대회 때 새 용품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습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 장갑을 받아도 며칠 전부터 손에 익힌 뒤에야 대회 때 끼고 나간다. 그러나 코스에 들어서면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김경태만의 ‘특이 체질’이다.

김경태는 “평범한 삶을 좋아한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 휴일에 쉬는 전형적인 직장인이 꿈이었다”고 밝힌다. 지금도 휴일이면 쉴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을 동경하고 있다. 잘생긴 외모에 여자친구가 당연히 있을 법도 하지만 사귈 시간이 없단다.

김경태는 올해 남서울골프장의 직원으로 채용됐다. 소속 프로인 셈이다. ‘백전노장’ 최상호(52)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연봉은 2,000만원이 채 안 된다.

김경태는 남서울골프장 직원들에게 우승 턱으로 삼계탕을 샀다. 남서울골프장 소속 프로들이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골프장의 모든 직원들에게 삼계탕 파티를 열어주는 게 전통이기 때문이다. 토마토저축은행과 매경오픈 우승분까지 두 차례를 쏴야 하지만 신입사원인 데다 2주 연속 우승이라 한 번으로 땡쳤다.

김경태는 “신인왕과 상금왕을 노려보겠다. 그리고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 우선 일본에 진출한 뒤 최종적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하겠다”며 자신의 ‘월드스타’ 프로젝트를 밝혔다.

스승 한연희 감독 "경태는 미완 大器"

“(김)경태는 외형상 약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강한 승부 근성을 갖고 있죠.”

김경태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약 10년째 가르치고 있는 한연희 골프국가대표 감독은 김경태를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고 말한다. 심성이 착하고 평소 수줍어하는 스타일과는 달리 경기에 나서면 보이지 않는 승부욕을 드러내는 진정한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

한 감독은 김경태의 장점을 “정신력이 강하고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노력파다. 특히 정교한 아이언샷이 일품이며 나이답지 않게 페이드샷 등 기술샷을 잘 구사하는, 한마디로 볼을 다룰 줄 아는 선수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승의 눈에 100% 차는 제자가 없듯 김경태도 마찬가지. 한 감독은 어프로치, 퍼트 등 쇼트게임이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며 단점으로 꼽았다.

한 감독은 또 “경태의 드라이버샷 비거리(평균 280야드)가 국내 무대에서는 통하지만 미국 등 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0야드 정도는 더 늘려야 한다”면서 “거리를 늘리기 위해 조금씩 스윙을 고치고 있는데 현재 목표치의 80~90% 정도에 불과한 미완의 대기이다”고 밝혔다.

김경태 프로필

- 생년월일 : 1986년 9월 2일

- 출생지 : 강원 속초

- 체격 : 176cm, 70kg

- 출신교 : 속초교동초-신성중ㆍ고-연세대 3년 재학 중

- 국가대표 경력 : 2002~2006

- 프로 데뷔 : 2007

- 주요 우승 경력

ㆍ한국아마추어선수권(2006)

ㆍ일본아마추어선수권(2006)

ㆍ포카리-에너젠오픈(2006)

ㆍ삼성베네스트오픈(2006)

ㆍ도하아시안게임 골프 2관왕(남자 개인, 단체)

ㆍ토마토저축은행오픈(2007)

ㆍGS칼텍스 매경오픈(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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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철 기자 ba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