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시험에 든 한국 축구… 대표팀 47년만의 아시안컵 정상도전청소년 대표팀은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 재현 위해 발진

2007년 여름. 한국 축구에는 특별한 시기다. 세계 정상으로 비상을 꿈꾸는 한국 축구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관측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각급 대표팀들이 차례로 국제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지난해 7월 취임 일성으로 ‘세계 축구와의 폭을 좁히겠다’고 공언했던 핌 베어벡 국가대표팀 감독은 2007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한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한국 축구로서는 47년 만의 정상 도전이고 취임 1년을 맞는 베어벡 감독 개인적으로는 ‘중간 평가’의 의미가 있는 대회다.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자진 사퇴를 고려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 재현에 나선다.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축구팬들을 뜨겁게 달굴 한국 축구의 ‘정해년 여름나기’를 전망해본다.

■ 아시안컵-해외파 공백, 젊은 피로 메운다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인연을 맺지 못했던 아시아 정상 정복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는 1960년 한국에서 열린 2회 대회 이후 우승컵을 안지 못했고 아시안컵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대표팀 사령탑이 두 차례나 경질되는 시련을 겪은 바 있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11회 아시안컵에서는 8강전에서 이란에게 2-6의 치욕적인 참패를 당하며 박종환 감독이 지휘봉을 놨고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12회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1-2로 패하며 허정무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원인이 됐다.

아시안컵과의 악연 끊기에 도전하는 ‘베어벡호’도 전망이 썩 밝지는 못하다. 한국 축구의 ‘키 플레이어’ 3인방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뼈아프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는 무릎 부상으로, 설기현(레딩)은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아시안컵 출전이 무산됐다.

베어벡 감독은 ‘젊은 피’를 수혈해 이들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표가 빠진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는 중앙 수비수로 기용되던 김동진(제니트)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진이 빠져 나간 중앙 수비수 자리에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진규, 강민수(이상 전남) 등의 기용이 예상된다. 베어벡 감독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 국가대표팀과의 친선 경기(0-2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김진규와 강민수의 경기력을 칭찬한 바 있다.

설기현과 박지성이 빠진 공격 라인의 공백을 메울 대표주자로는 이근호(대구)가 꼽힌다. 국제 경험이 부족한 단점은 있지만 K리그와 올림픽 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베어벡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2007 K리그에서 토종 공격수 중 가장 많은 8골을 작렬했고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붙박이 왼쪽 날개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최종전은 그를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근호는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트린 데 이어 김창수(대전)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원맨쇼로 3-1 완승을 이끌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김정우(나고야)의 활약도 주목된다. 김정우는 축구 명문 부평고와 고려대를 거치며 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A대표팀에서는 박지성, 김남일(수원), 이을용(서울)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김정우는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됐지만 베어벡 감독은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김정우를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는 파격을 연출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베어벡호는 23일 제주에서 소집돼 아시안컵을 대비한 막판 전력 담금질에 돌입한다. 29일 이라크, 7월 5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른다.

■ 청소년 월드컵-이름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한다

한국 축구에게 은 스타 산실의 몫을 해왔다. 최순호 울산 현대미포조선 감독,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 부장, 이동국(미들즈브러), 박주영(서울) 등이 에서의 맹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동량지재’로 부상한 이들이다. 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들은 언론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4강 신화 재현에 도전할 현재 의 사정은 ‘전대’와는 다르다. 역대 가운데 가장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선배 기수와 비교해도 중량감 있는 스타가 없다.

2005년 네덜란드 대회 때는 박주영, 백지훈(수원)이 있었고 200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에는 정조국(서울), 최성국(성남)이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01년에는 이천수(울산), 최태욱(포항), 박지성이 있었다.

청소년 대표팀

그러나 ‘조동현호’에는 선배 기수 때와 같은 간판 스타가 없다. 여론의 각광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간판 스타가 없을 뿐 현재 의 기량은 선배 기수를 넘어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과거 감독을 역임했던 조영증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장은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19세 이하) 당시 “대중적으로 알려진 선수는 없지만 기술적으로는 이전의 선수들을 넘어선다”고 이들을 극찬한 바 있다. 일찌감치 프로 축구에서 잔뼈가 굵어 전술 소화력과 개인기가 탁월하다는 것이 조 센터장의 평가였다.

실제로 현재 조동현호는 유명스타는 없지만 알짜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전급 선수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다. 특히 미드필더들의 감각적인 플레이가 눈에 띈다.

이현승(전북), 이청용, 김동석, 기성용, 송진형(이상 서울), 정경호(경남)는 K리그 소속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스트라이커 하태균(수원), 이상호(울산), 심영성(제주)도 소속팀에서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감독들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다.

미국, 브라질, 폴란드를 상대로 16강 진출을 다툴 은 17일 현지로 출발했다. 24일과 25일 체코, 캐나다를 상대로 ‘마지막 수능’을 치르고 1일 오전 미국을 상대로 첫판을 치른다.

의 성적은 주전들의 부상으로 흔들릴 수비 조직력을 어떻게 다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비라인의 핵심인 최철순(전북)이 발목 부상으로 재활 중에 있고 스리백의 한 축을 맡았던 박정혜(숭실대)는 부상 악화로 캐나다행이 어렵게 됐다. 조동현 감독은 미드필더 박주호(숭실대), 이청용, 기성용 등을 수비수로 기용하는 ‘포지션 파괴’로 수비진의 공백을 메운다는 복안이다.

여론의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조동현 감독은 ‘최소 4강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민 기자 goavs@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