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이후 한국축구 대표팀 황태자 계보… 박지성·송종국 등 월드스타로 우뚝이동국은 본프레레호에서 권토중래… 염기훈·김정우 등도 감독 사랑 한몸에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땅을 밟은 이후 ‘벽안의 이방인’들이 줄곧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쥐어 오고 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할 때마다 이른바 ‘황태자’들이 등장했다. 전임 감독 시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새롭게 대표팀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아시안컵 47년 무관 징크스를 깨기 위해 6일 장도에 오른 ‘베어벡호’도 2007년 아시안컵본선에서 새로운 ‘황태자’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26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28ㆍ레딩), 이영표(30ㆍ토트넘 홋스퍼) 같은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낼 선수가 ‘베어벡호의 황태자’라는 칭호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호’ 이래로 축구 국가대표팀의 황태자 계보를 짚어본다.

■ 히딩크호의 황태자, 월드스타로 우뚝 서다

히딩크호의 황태자라면 과 (28ㆍ수원)이다.

박지성

이들은 전임 허정무 감독 시절 처음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지만 히딩크 감독을 만나 기량이 만개했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되며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됐다.

은 히딩크 감독을 만나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꾸며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측면 미드필더 등 수비적 성향이 강한 포지션을 주로 맡아왔던 은 2002년 월드컵 본선을 목전에 두고 3-4-3 포메이션의 측면 공격수로 변신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던 은 2002년 5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잉글랜드(1-1), 프랑스(2-3)와의 평가전에서 연속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고 결국 월드컵 본선에서 이천수(26ㆍ울산), 최태욱(26ㆍ포항) 등을 물리치고 쓰리톱의 오른쪽 주전으로 자리매김한다.

은 포르투갈과의 D조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슛을 터트리며 ‘강호 킬러’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한국인 최초 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한국인 1호골 등을 작렬하며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쓰고 있다.

송종국

그를 공격수로 변신시킨 히딩크 감독의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워 엔진’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은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멀티 플레이어’로 각광 받았다.

의 포지션은 결국 3-4-3 포메이션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결정됐고 월드컵 본선에서 23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한국이 치른 7경기를 모두 풀타임 출전하는 맹활약으로 ‘4강 신화’의 일등공신이 됐다.

은 2002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에 힘입어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 입단했지만 적응에 실패, K리그로 복귀했고 이후 부상이 반복되는 등 불운에 시달리며 대표팀에서 과거와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 본프레레호에서 권토중래에 성공한

히딩크 감독의 후임으로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1년간 지휘봉을 잡았지만 2004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오만(1-3)에게 완패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남긴 끝에 중도사퇴했다.

‘황태자’라고 칭할 만한 새로운 스타도 배출하지 못했고 박성화 감독 대행을 거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2004년 7월 광주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친선경기(2-0)에서부터 사령탑에 앉았다.

히딩크, 코엘류 감독에게 외면 당했던 (28ㆍ미들즈브러)은 ‘본프레레 시대’를 맞아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동국

은 바레인전 2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고 2004년 7월 23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전(2-0)부터 같은 해 9월 8일 베트남과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전(2-1)까지 A매치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과에도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의 사우디아라비아전 2연패와 동아시아선수권에서의 부진한 성적으로 경질됐는데 은 ‘본프레레호’에서만 무려 11골을 터트렸다.

은 ‘아드보카트호’ 출범 이후에도 부동의 원톱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2006년 4월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전이 또 다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 아드보카트호, '젊은 피'의 대약진

독일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2005년 9월 긴급 영입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0대 초반의 신예들을 과감히 기용, 유럽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는 이호(23ㆍ울산)와 조원희(24ㆍ수원)를 들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아드보카트 감독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에서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을 2005년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친선 경기을 앞두고 대표팀에 전격 발탁한 데 이어 이호를 중앙 미드필더로, 조원희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키는 ‘깜짝수’를 던졌다.

김정우

아드보카트 감독의 ‘파격’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조원희는 전반 1분 중거리슛으로 A매치 데뷔전에서 골까지 넣은 겹경사를 맞았고 이호도 62분 동안 안정된 플레이로 2-0 승리에 기여했다.

이호와 조원희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 남으며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행보는 크게 엇갈렸다.

이호는 독일 월드컵 본선 세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는 등 변함없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지만 조원희는 , 김동진(25ㆍ제니트)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월드컵 본선 그라운드를 1분도 밟지 못했다.

이호도 끝까지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임을 지키지는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호는 독일 월드컵 후 김동진과 함께 제니트 감독으로 부임한 아드보카트 감독을 따라 러시아로 건너갔는데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 정규리그 경기에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벤치로 밀려난 이호는 아시안컵이 끝나는 올 여름 J리그 이적설이 나돌고 있다.

■ 왼발의 달인, 베어벡호에서 우뚝 서다.

핌 베어벡 감독 부임 이후 무명에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른 이가 있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24ㆍ전북)이다.

은 그 흔한 청소년대표팀이나 올림픽 대표팀 경력조차 없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무서운 ‘킬러 본능’을 과시하며 베어벡 감독의 눈에 띄었고 같은 해 10월 가나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처음으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염기훈

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붙박이 왼쪽 날개로 활약하며 베어벡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했고 최근 물 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2007 아시안컵 본선에서의 붙박이를 예약했다.

은 6월 2일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0-2) 이후 A매치 3연속 선발 출전을 기록하고 있고 6월 29일 이라크와의 친선경기(3-0)에서는 후반 5분 왼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7월 6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치른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2-1)에서도 1-0으로 앞선 전반 19분 조재진(26ㆍ시미즈)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25ㆍ나고야)도 최근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의 대안으로 내심 를 점찍은 듯 하다.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펼친 주전 경쟁에서 이호에게 밀리며 최종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는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해 베어벡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활동 반경이 넓고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유한 선수”라며 의 공격력을 높이 평가해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 주전으로 그를 낙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베어벡 감독의 결단이 아시안컵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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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기자 goav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