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얼 내한 세기의 대결로저 페더러- 현역 최고 스타로 '신화 진행 중'…피트 샘프러스- 메이저 대회 14회 우승 금자탑

로저 페더러
2007년 하반기에는 유난히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내한 러시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주 방한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프랑스)을 비롯해 9월에는 여자 테니스계의 ‘흑진주’로 불리는 비너스 윌리엄스가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뉴스는 오는 11월에 내한하는 두 ‘테니스 거장’의 방문이다. 현역 최고인 세계랭킹 1위 (26ㆍ스위스)와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고 있는 (36ㆍ미국)가 동시에 한국 땅을 밟는다.

단순한 내한이 아니다. 둘은 현대카드가 후원하는 슈퍼매치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은퇴한 샘프러스가 페더러와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 전세계 테니스 팬들이 주목하는 ‘세기의 대결’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이다.

■ 현대 테니스의 양대 거장

승부는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현역에서 뛰고 있는 페더러가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둘 중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엇갈린다.

페더러가 등장하기 전까지 샘프러스는 이론의 여지 없는 역대 최고의 테니스 스타였다. ‘최고’를 가리는 바로미터인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가 샘프러스 최강론을 뒷받침한다.

샘프러스는 1968년 오픈 시대 개막 이래 최다인 14회 우승을 달성했다. 1년에 4번씩 열리는 메이저대회(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에 총 52회 출장해 14번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샘프러스는 전성기 시절 6년 연속 연말 세계랭킹을 1위로 마감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샘프러스 시대’를 열었다. 미국 태생인 그는 US오픈에서 5번 우승하면서 최다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고 가장 권위있는 윔블던오픈에서는 역시 사상 최다인 7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그는 90년대 테니스의 ‘황금세대’들인 앤드리 애거시(미국), 스테판 에드버리(스웨덴), 보리스 베커(독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샘프러스가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프로테니스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페더러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룩했다. 2003년 윔블던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07년까지 5년간 11번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샘프러스는 12년간 14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페더러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기간에 샘프러스의 기록에 육박한 것이다.

페더러는 남자테니스투어(ATP) 사상 최장기간 연속 1위(188주)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26세의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샘프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

현대 테니스의 각종 기록은 페더러에 의해 깨질 가능성이 높다.

■ 누가 더 강한가.

그렇다면 페더러와 샘프러스의 기량은 누가 더 뛰어날까. 2001년 윔블던에서 한 번 맞붙어 페더러가 이긴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샘프러스는 은퇴를 앞두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둘 다 전성기라는 가정을 한다면?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페더러의 우위를 점친다.

삼성증권 주원홍 감독은 “샘프러스는 개성이 강한 선수로 볼 수 있다. 서비스와 포핸드 스트로크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페더러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선수다”고 평가했다.

김우태 전 대한테니스협회 국제이사는 “페더러가 더 뛰어난 선수다. 샘프러스는 서브가 굉장히 강한 선수지만 페더러는 전혀 약점을 찾을 수가 없다”며 페더러의 손을 들어줬다.

페더러와 샘프러스를 모두 상대해본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은 어떤 대답을 할까. 그는 “서브와 발리는 샘프러스가 조금 더 낫다. 하지만 페더러는 경기 운영이 좋고 전체적으로 약점을 찾기 어려운 선수다”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했다.

페더러와 샘프러스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는 내년 5월 프랑스오픈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둘 모두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완의 영역’이 바로 프랑스오픈이다.

페더러가 샘프러스와의 비교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해 진정한 최강자의 타이틀을 얻는 길 뿐이다.

■ 페더러의 시대 계속되나.

당분간 페더러의 독주 체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페더러는 2005년 6월 윔블던오픈부터 8번 연속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다. 샘프러스도 일찍이 해내지 못한 압도적인 페이스다.

하지만 페더러의 독주에 제동을 걸만한 ‘대항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2위 나달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프랑스오픈에서 페더러에게 두 해 연속 물을 먹인 데 이어 지난 6월 윔블던오픈 결승전에서는 잔디 코트에서 페더러와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무엇보다 21세의 나달은 기량 향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세르비아 출신의 노박 조코비치(3위) 역시 페더러의 견제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US오픈이 열리기 직전 8월 캐나다 마스터스 시리즈 결승전에서 페더러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페더러가 샘프러스의 아성을 뛰어넘어 세계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들 경쟁자들을 확실히 제압해야 한다.

● 테니스 전설의 계보를 찾아서
80년대 보리-맥켄로 '스타 탄생'… 90년대 애거시 등 '황금기' 이끌어

앤드리 애거시 / 슈테피 그라프 / 존 맥켄로

현대 테니스의 계보는 1968년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 각종 오픈 대회에 프로테니스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된 것이 68년부터이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테니스 이벤트인 윔블던오픈은 1877년부터 시작됐다.

초창기 테니스의 ‘전설’은 종주국인 영국의 윌리엄 랜쇼가 꼽힌다.

1881년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그는 대회 6연패 포함 총 7번의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출신의 윌리엄 틸든은 1920년대를 휘어잡은 스타. US오픈 7회, 윔블던 3회 우승 경력이 있다.

하지만 68년 이전 세대 중 두 명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 호주 테니스의 전설 로드 레이버와 로이 에머슨이다. 로드 레이버는 4대 메이저대회를 1년에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 슬램을 두 번이나 해치운 전설적인 선수.

그의 업적을 기려 호주오픈이 열리는 테니스코트 이름을 ‘로드 레이버 아레나’로 했을 정도다. 로이 에머슨은 샘프러스 다음인 메이저대회 통산 12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본격적인 프로시대가 개막한 68년 이후의 첫 지존은 지미 코너스(미국)다. 현재 앤디 로딕의 전담 코치인 그는 74년부터 160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며 8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비외른 보리(스웨덴)와 존 맥켄로(미국)라는 양대 스타가 등장한다.

윔블던오픈 최다인 5연패 기록을 갖고 있는 보리와 ‘악동’으로 유명한 맥켄로는 테니스가 전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주인공들이다. 특히 보리는 단 9년간 활동하면서 27번 메이저대회에 참가, 11번 우승하며 41%의 경이적인 승률을 갖고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여자 테니스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와 슈테피 그라프(독일) 등 슈퍼스타들이 남자 선수들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이반 랜들(체코)과 보리스 베커(독일), 스테판 에드버리(스웨덴)와 앤드리 애거시(미국)는 샘프러스와 함께 90년대 테니스 황금기를 이끌어간 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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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샘프러스

김기범 기자 kik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