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이제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새로운 중심이다.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프로 스포츠들은 종목 특성상 그 활동시기가 각기 다르다. 축구와 야구가 대표적 여름 스포츠라 하면 농구와 배구는 겨울철에 활성화된 종목이다. 때문에 어느 종목이 가장 인기가 좋고 어느 종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순위를 매기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숫자나 중계 방송에서의 시청률, 또는 다소 전문적이기는 하나 방송 중계권료 등을 감안해 판단할 수는 있겠다.

그런 면에서 골프는 앞서 언급한 단체 구기 종목에 비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축구 국가 대표팀간 경기인 A매치의 경우, 최악의 매치업으로 아무리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더라도 관중 2만~3만 명에, TV 시청률이 15% 이상은 나온다. 한일전이나 월드컵 예선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경기의 경우는 관중 5만 명 이상, 시청률 30~40%를 기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로 야구의 경우도 포스트시즌 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정규시즌 중이라 해도 경기당 평균 관중 7,000~8,000 명은 예사다.

하지만 골프의 경우, 남녀 투어를 통틀어 순수 국내 대회는 갤러리 숫자가 3라운드, 또는 4라운드를 모두 합해도 기천 명을 넘기기 어렵다. (물론 최경주, 박세리 등 우리가 배출한 슈퍼 스타급 선수 또는 현재 세계 정상에 있는 외국인 선수를 특별 초청해 치르는 대회는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다.)

TV 시청률 또한 일반 투어의 경우 2~3%를 점하기 힘들다. 지난 2004년 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아 경기(라온 인비테이셔널)를 가졌을 때 조차도 평균 시청률 8%를 넘기지 못했다. 또 지난해 5월, 당시까지만 해도 세계 골프계 최고의 뉴스 메이커였던 미셸 위가 방한해 성대결(SK텔레콤오픈 2006)을 벌였을 때 역시 시청률은 4%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골프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 예정돼 있는 남녀 프로골프 대회는 50개를 넘는다. 이는 올해 열린 39개(남자 18, 여자 21개)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총상금 역시 올해의 150억여 원에서 30% 이상 증액된 2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가 축구나 야구에 비해 많지 않고, 시청률도 그리 높지 않은데 골프가 이렇듯 급신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MBC 골프담당 백창범PD는 “골프 중계는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구매력을 지녔거나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시청자층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를 마케팅 수단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세리 등의 영향으로 골프가 귀족 스포츠에서 대중 스포츠로 인식이 바뀌면서 골프 인구가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소라는 것이다.

골프 마케팅의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 중 하나로 내년 시즌 중국에서 개최되는 대회가 많아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KPGA가 발표한 것처럼 외환은행이 한중투어 2개(KEB인비테이셔널)를 창설했고 이외에도 상, 하반기에 중국에 2개의 대회가 더 열리는 등 모두 4개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 여자투어도 2개 대회가 중국에서 개최된다.

이런 현상은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가 뛰어난 골프를 매개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골프가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부각됨으로써 더 많은 기업이 골프에 투자를 하게 되고 이는 곧 관련 산업의 발전과 저변의 확대로 이어져 세계 수준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한국 골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호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phy2006@koreapga.com